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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구호 거창한 휴먼뉴딜, 결국 청년 환심사기 아닌가

지난해 7월 집권 후반기 최대 역점사업으로 ‘한국판 뉴딜’을 발표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1년 만에 ‘2.0 버전’을 꺼내 들었다. 2025년까지 220조원을 들여 일자리 250만개를 창출하는 게 핵심이다. 사업비가 1년 전보다 60조원, 일자리는 60만개가 늘어났다. 문 대통령은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에 더해 ‘휴먼 뉴딜’을 또 하나의 새로운 축으로 세우겠다”고 했다.

기업이든, 정부든 새로운 버전은 대개 기존 상품이나 정책이 목표치에 도달해 업그레이드가 필요할 때 등장한다. 현 정부의 한국판 뉴딜 1.0은 그러나 무엇을 이뤄냈는지 성과가 불분명하다. 일본의 수출 규제에 맞서 선전한 소·부·장,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주도한 K-반도체·배터리의 성과를 정부가 잘한 것으로 여겼다면 오산이다. 반시장·반기업 정서가 팽배한 환경에서도 기업이 악전고투하며 흘린 피와 땀, 눈물의 결실이 국가적 위기에서 빛을 발한 것으로 봐야 한다. 아직 AI(인공지능), 바이오, 자율주행차, 청정에너지 등은 선진 기술과의 격차가 크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미래 먹거리 발굴에 매달려도 모자랄 판에 뉴딜이라는 간판을 크게 키우려고 헛심을 쓰는 꼴이다. 문 정부 4년간 나랏빚이 300조원 이상 불었고, 임기가 10개월밖에 남지 않은 걸 고려하면 자꾸만 일을 벌일 때가 아닌데도 말이다.

이번 2.0 버전의 핵심인 ‘휴먼 뉴딜’의 내용 대부분은 ‘고용·사회 안전망 강화’와 연관돼 있다. 노동·복지정책에서 이미 다루고 있거나 검토되던 내용을 포장만 바꿨다. 청년정책(8조원), 격차 해소(5조7000억원) 사업이 추가되면서 총 투자 규모가 26조6000억원에서 50조원대로 두 배 늘었다. 연간 소득이 2200만원 이하인 청년이 월 10만원을 저축하면 정부가 30만원 얹어주고, 군 장병이 월 40만원씩 적금을 부으면 전역 때 1000만원 넘게 받도록 정부가 보태주는 매칭 프로그램이다. 뉴딜은 나라를 먹여살릴 미래 인재를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 고급 인력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보편적 청년고용·복지대책을 뉴딜 범주에 넣은 것은 양복 정장에 갓을 쓴 듯 어색하다. 대선을 앞두고 멀어지는 청년의 환심을 사보려는 것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2000년대 들어 역대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성공하지 못했다. 정년연장,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해고가 거의 불가능한 노동법제 등 이미 취직한 사람에게만 유리하고 아직 취직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불리한 일만 한 당연한 결과다. 휴먼 뉴딜이라는 거창한 구호보다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유연한 노동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진정 청년들의 마음을 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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