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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을 고비 넘기고 인생역전’ 3천억대 기업가로 ‘잭팟’
김범섭 자비스앤빌런즈 대표 [자비스앤빌런즈 제공]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나이 42세에 주요 창업 이력만 세 번에 달하는 인물이 있다. 첫 번째 창업은 뼈 아픈 실패를 거뒀지만, 두 번째 창업한 회사는 네이버에 인수되며 잠재력을 입증했다. 현재 경영하고 있는 세 번째 창업 회사는 서비스 이용 고객이 1년 만에 60배 늘어나는 쾌거를 이루고 있다. 인공지능(AI) 세무회계플랫폼 ‘자비스앤빌런즈’ 창업자 김범섭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자비스앤빌런즈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세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IT기업이다. 지난 2월 65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는데, 올 하반기 곧바로 다음 라운드 투자 유치에 나설 계획이다. 국내외 경쟁사의 밸류에이션을 감안해 3000억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2023년 기업공개(IPO) 목표도 밝혔다.

‘하기 싫은 잃은 하지 말자’ 인생을 바꾼 원칙

사실 김 대표가 학창시절 꿈꿨던 것은 창업이 아니었다. KAIST에서 항공우주학을 전공한 그는 과학자가 되기 위한 길을 걸었다. 그랬던 그가 창업으로 눈을 돌린 것은 박사 과정 중 겪은 예상치 못한 사고 이후였다. 취미였던 스키를 타다가 목숨이 위험할 정도의 큰 사고를 입었는데, 1년간의 재활치료 기간 삶의 의미를 곱씹으며 ‘하기 싫은 일은 하지 말자’는 인생의 원칙을 세웠다고 한다. 연구에 임하는 자신이 얼마나 열정 있었는가를 돌아봤을 때, 과학자의 꿈을 접는 것이 그 원칙에 부합했다.

김 대표는 “그렇게 하기 싫은 일을 하나씩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다가 창업하는 사람을 만나게 됐다”고 회상했다. 당시 스타트업 1.5세대를 대표하는 인물로 꼽혔던 ‘위자드웍스’의 표철민 창업자를 만나 본격적으로 벤처기업에 몸담기 시작한 것이다. 위자드웍스는 웹사이트나 블로그를 꾸미는 응용프로그램 ‘위젯’의 개념을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하고 대중화했던 회사다. 김 대표는 여기서 사업 역량을 닦았다.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일에 중독.”

첫 도전은 뼈 아팠다. 2009년 아이티에이치(ITH)를 설립하고 SNS를 활용한 기업용 마케팅 솔루션을 내놨지만, 당시 트위터를 따라 국내에도 SNS 관련 서비스가 범람하면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ITH에서의 경험은 그루폰코리아 및 패스트트랙아시아에서 최고기술자(CTO)로 활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두 번째 도전은 명함관리앱 ‘리멤버’를 개발한 드라마앤컴퍼니를 창업한 것이었다. 한국의 ‘링크드인’을 표방하며 등장하며 2013년 내놓은 리멤버는 현재 30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한 국내 1위 명함 관리앱으로 성장했다. 서비스 출범 이듬해부터 유명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를 유치했고, 2017년에 네이버 그룹에 인수되며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네이버 인수 당시 드라마앤컴퍼니의 기업가치는 약 450억원으로 평가됐다.

명합관리앱 ‘리멤버’ 설명 이미지. [리멤버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김 대표가 ‘딴생각’을 품은 것은 네이버에 인수되기 수년 전부터다. 리멤버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섰다고 판단한 2014년, 김 대표는 공동 대표였던 최재호 대표에게 사업을 맡기고 또 다른 창업을 준비했다. 이용자들이 아직 해결하지 못한 번거로움이 무엇인지 고민했고, 회계와 세무가 여전히 많은 이들의 숙제로 남아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전에 없던 서비스를 만들고 선보이는 과정 자체에 중독된 것 같다.” 그렇게 김 대표는 자비스앤빌런즈를 설립했다.

‘n잡러’들의 세금 공포를 해소하다

자비스앤빌런즈의 핵심 서비스는 기업용 AI 경리 서비스인 ‘자비스’와 B2C 세무 회계 서비스 ‘삼쩜삼’이다. 성장을 이끌고 있는 것은 삼쩜삼인데, 지난 5년간 쌓인 미환급 세금을 온라인으로 손쉽게 조회하고 환급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다. 정부의 홈텍스 서비스가 잘 구축돼 있어 B2C 세무 회계 서비스가 덜 발달해 있었는데, 오히려 이 점이 기회가 됐다. 국내에서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세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IT 기업은 자비스앤빌런즈가 유일하다.

특히 김 대표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n잡러’ 시장을 기존의 세무·회계 기업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법으로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기존 서비스가 고객에게 신고 ‘기능’ 을 제공한 반면, 자비스앤빌런즈는 고객에게 ‘환급’ 이라는 가치를 내세웠다는 것.

이같은 김 대표의 통찰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것은 숫자로도 나타난다. 삼쩜삼은 론칭 10개월차인 지난 월 누적 환급액 300억원을 돌파했는데, 이후 4개월 만에 더해진 금액만 900억원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 누적 이용자수는 1700만명을 웃도는데, 이는 지난 하반기 대비 59배 늘어난 규모다. 상반기 매출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난 1월 한달 매출(24억원)이 작년 전체(41억원)의 절반을 넘어섰다는 점을 미뤄보아 10배 가까운 성장이 예상된다.

“MS같은 회사 만들고 싶다.”

회사가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라선 만큼, 김 대표가 또 다시 회사 밖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을까 궁금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내 인생에서 창업은 자비스앤빌런즈가 마지막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좋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 팀워크도 좋고 투자자들의 신뢰도 쌓았으니, 자비스앤빌런즈 안에서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에 집중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자비스앤빌런즈가 ‘창업자가 떠나도 혁신을 지속하는 회사’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 점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를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한다. 창업자인 빌게이츠가 떠난 뒤 스티브 발머를 거쳐 사티아 나델라가 회사를 이끌고 있는데, 잠시 주춤하기도 했으나 최근 클라우드, AI, 메타버스 등 키워드로 미래의 혁신도 MS가 주도할 것이라는 기대를 심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1세대 창업 멤버가 떠난 뒤에도 n잡러 세상을 멋지게 만들고, 미래의 일을 정의해나가는 회사로 영속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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