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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얀 접시 위에 파란 스티커...모두가 해피해졌다[푸드 플러스-유현수 ‘두레유’ 한식 레스토랑 셰프]
WFP의 ‘제로웨이스트 제로헝거’
음식 쓰레기 줄이기 캠페인 동참
테이블엔 ‘생명을 살린다’ 스탬프
고객 남기는 음식 크게 줄어들고
주방서도 식재료 덜 버리려 노력
환경 보호하고 기부 동참 효과도
WFP ‘제로웨이 스트, 제로헝거 캠페 인’ 스티커가 붙은 그릇 [육성연 기자]
유현수 셰프의 ‘두레유’(평창점)한식 레스토랑은 WFP의 ‘제로웨이스트, 제로헝거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먹음직스러운 음식 그릇 위에 파란색 스티커가 하나 붙어있다. 무엇일까.

‘제로웨이스트, 제로헝거(Zero Waste, Zero Hunger)캠페인’. TV나 길거리에서 보던 캠페인 문구가 스타 셰프의 그릇에 스티커로 붙어 있다. 이 곳은 국내 최초로 한식부문 미쉐린(전 세계적 미식 가이드) 스타를 받은 유현수 셰프의 ‘두레유’(평창점) 한식 레스토랑이다.

TV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 출연으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그는 현재 유엔세계식량계획(World Food Programme, WFP)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WFP는 지난 4월부터 식당과 개인, 식품 기업의 동참을 통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기아 문제를 해결하는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레스토랑에서 캠페인이 진행되는 사항은 자연스럽게 눈에 띄었다. 자리에 앉으면 바로 보이는 테이블 메트부터 해당 내용이 적혀 있다. 테이블에 올려진 종이 스탬프에도 “당신의 식탁위 음식 1/3이 전 세계 1/10의 생명을 살릴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보인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에는 QR코드를 통해 캠페인 정보와 참여 방법을 확인할 수 있다.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은 하얀 접시 위 파란 스티커였다. 작은 크기였지만 음식을 먹는 내내 시선이 쏠린다. 캠페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일종의 ‘장치’ 역할인 셈이다. 이 때문에 테이블마다 음식물 쓰레기에 대한 대화가 자연스럽게 오고 간다.

이번 캠페인은 평소 음식물 쓰레기 문제에 경각심을 가졌던 유현수 셰프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이뤄졌다.

유 셰프는 “고객이 남긴 음식뿐 아니라 조리과정을 통해서도 상당히 많은 음식이 버려진다”며 “보통 일반 식당에서 재료 손질을 통해 식재료의 7~10% 정도가 낭비된다”고 했다. 1만 원의 식재료라면 700원에서 1000원 정도가 그대로 버려지는 것이다.

캠페인의 효과는 실제로 나타났다. 고객들은 음식을 남기는 일이 거의 없었고, 주방 내 직원들은 식재료를 쉽게 버리지 않으려 더 노력했다. 일주일에 약 120리터의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사용했으나, 캠페인을 시작한 지 3주가 지나자 30리터 정도를 줄일 수 있었다.

유 셰프는 “부담없이 캠페인에 동참했던 한 끼의 경험이 인식의 변화를 가져오고, 이것이 가정으로 돌아가 식습관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요리가 맛에만 집중되고 있지만 음식은 환경보호나 기아문제 등을 바꿀수 있는 ‘통로’이다”. 캠페인의 가치에 대해 유현수 셰프가 가장 강조한 말이었다.

이는 “나의 한끼로 세상을 바꾼다”는 WFP 캠페인 방향과 일치한다. 음식으로 세상을 바꾸는 일은 통계 수치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WFP에 따르면 해마다 전 세계에서 생산하는 식량 40억톤 중 3분의 1은 낭비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세계 경제는 연간 1조 달러(한화 약 1137조)의 손해를 보고 있다. 반면 지난해 기아로 고통받은 인구는 전체의 약 11%에 해당하는 8억2160만 명(UN 보고서)이다.

임형준 WFP 한국사무소 소장은 “세계 한 쪽에서는 음식물이 버려지는 와중에 반대편에선 굶주린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며 “개인이 적절한 양의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도 기아문제 해결이나 탄소 배출 감소 등 세상을 바꾸는 활동에 동참할 수 있다”고 했다. WFP는 지난 2019년과 2020년에도 CJ프레시웨이와 함께 단체급식장에서 ‘제로웨이스트 제로헝거’ 캠페인을 진행, 잔반량 감축 등의 성과를 낸 바 있다.

사실 음식물 쓰레기 문제는 최근 이슈로 떠오른 플라스틱 문제와 비교해 볼 때 상대적으로 인식이 낮은 편이다.

하지만 유 셰프는 캠페인이 잘 이뤄진다면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해피한 일”이라고 했다.

임형준 소장은 “개인은 먹을 만큼만 먹어 건강을 지키고, 음식물 쓰레기로 인한 온실가스 감소로 환경을 보호하며, 식당은 식재료 비용을 아껴 일부를 WFP에 기부할 수 있는 ‘1석 4조’ 캠페인”이라고 강조했다.

육성연 기자

gorgeo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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