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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칼럼] 법조인 대선후보 많은 이유

‘선거의 계절’이 다가왔나 보다. 연일 누가 출마했고, 지지율이 어떻다는 기사가 숨 가쁘게 쏟아져 나온다. 저명한 법학자이자 정치학자인 한스 켈젠(Hans Kesen)은 “대통령은 민선의 황제”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통령제 하에서 대통령의 권한은 막강하다. 따라서 어떤 선거보다 대선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하다. 준(準) 대통령이라고 불리는 서울특별시장선거 역시 다른 지자체장 선거보다 열기가 훨씬 뜨겁다.

이처럼 가장 뜨거운 관심이 집중된 선거를 통해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현직 대통령과 서울시장은 모두 변호사 출신이다. 또한 현재 대선 주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여야를 막론하고 법조인이나 법대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다. 조사시기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한민국의 직업 수가 1만2000개에서 1만5000개 정도라고 하는데 법조인 출신이 이렇게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법이 정치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법의 출발점은 입법이다. 국회에서 법을 만들어야 행정이 이에 근거해 작동하고, 분쟁이 발생하면 사법이 법을 해석·적용하게 된다. 법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법률전문가가 ‘정치의 1번지’라는 국회 구성원 중 다수를 차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세계적으로도 비슷한 경향이다.

법조인은 엘리트들이자 여론 주도층이다. 실제로 법조인 중 상당수가 명문대를 나왔다. 정치인이 되려면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데 법조인은 우수한 두뇌에 자기 절제와 성실을 더해 치열한 자격시험을 통과했다는 점에서 일단 신뢰를 얻기 쉽다.

또한 법조인은 인권과 정의의 실현을 사명이라고 배우기에 사회문제의 개혁에 앞장서면서 여론을 형성하고 주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면 결국 법을 만드는 현실정치에 참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법조인은 흔히 법적 사고방식이라고 해석되는 ‘리걸 마인드(Legal mind)’에 길들여져 있다. 간혹 개인적 욕심 때문에 ‘리걸 마인드’를 닫아버리는 법비(法匪)들이 문제지만 대부분의 법조인은 “이렇게 하면 위법인데, 나중에 감옥갈 수도 있는데”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큰 위법을 저지르지 않는다. 따라서 법조인이 정치를 하면 부정부패의 유혹에서 좀 더 신중하게 되고, 국민 입장에서는 신뢰할 만한 대리인이 된다.

그러나 우리와 같은 해석법학 체제 하에서의 법조인은 법전에 매몰되기 쉽다. 세상사는 복잡 다단한데 자신의 판단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오류에 빠지기 쉽다. 법(法)이란 단어의 한 부분은 물(水)로 구성돼 있다. 물에는 붉은색 물감을 넣으면 붉은색이 되고, 파란색 물감을 넣으면 파란색을 띤다. 따라서 법조인 역시 정치의 본질처럼 수많은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해결하는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은 자기보호 본능이 강하다. 어느 쪽으로든 권력이 압도적으로 쏠리는 것을 싫어한다.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하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국민이 입는다는 것을 역사적으로,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 선거를 통해 말하고, 결과적으로 항상 옳았다. 국민이 붉은 물감을 넣을지, 푸른 물감을 넣을지, 아니면 다른 색을 넣을지는 물통을 열어보기 전까지 모른다. 누가 법치와 정치를 잘 융합한 물감을 넣는 대통령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보겠다.

이찬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변호사

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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