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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바로보기] 도쿄올림픽과 스가 총리의 운명

말도 많고, 탈도 많던 ‘2020 도쿄올림픽’이 오는 23일 막을 올린다. 코로나19 우려로 개최에 대한 비판 여론이 많았지만 스가 요시히데 총리(72)는 강행하기로 승부수를 던졌다. 1년 연기된 도쿄올림픽의 성패에 따라 스가 총리의 운명과 일본의 국제 위상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올림픽은 돈과 권력이 요동치는 세계 최대 스포츠 이벤트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경기 개최로 미디어중계권과 공식 스폰서십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린다. 인기 많은 하계올림픽은 1조원 안팎의 천문학적 돈이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IOC 금고로 들어간다.

올림픽은 권력과도 뗄 수 없는 중대한 정치행사이기도 하다. 세계 각국이 올림픽 유치에 기를 쓰고 매달리는 것도 스포츠축제를 통해 국민의 인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개최국 권력자들에게 올림픽만큼 좋은 호재도 없다. 스가 총리는 9월께 예정된 자민당 총재와 중의원선거에 도쿄올림픽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올림픽의 흥행 여부가 총리 연임과 자민당 정권 유지에 큰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스가 총리는 일본 정계 주류인 엘리트 세습 의원들과 거리가 먼, 변방 출신 정치인이다. 도호쿠(동북) 지역 농촌에서 태어나 총리까지 오른 자수성가형 인물이다. 지난해 9월 그는 취임 일성으로 “국민을 위해 일하는 내각”을 내세웠다. 하지만 코로나 방역관리는 물론 올림픽 준비, 경제 회복 등에서 뚜렷한 리더십과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런 스가가 올림픽 행사를 활용해 약체 총리의 이미지를 극복하는 발판으로 삼으려고 한다.

올림픽 이후 스가 총리와 자민당의 운명은 세 가지 시나리오로 예상할 수 있다. 우선 코로나 방역을 잘 통제하고, 올림픽을 유관중으로 흥행시켜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케이스다. 스가는 자민당 얼굴로 중의원선거를 이끌어 승리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3년간 총리직 수행이 가능하다. 정치적 후견인인 아베 신조 전임 총리의 그늘에서 벗어나 국정을 주도할 수 있다.

다음은 코로나 확진자가 많아져 무관중으로 어렵게 올림픽을 마치는 사례다. 기대했던 올림픽 개최 효과는 달성하지 못하고 체면치레만 하고 끝나게 된다. 여론 추이에 따라 자민당은 새 인물을 내세워 선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스가 총리에게 올림픽 흥행이 필요한 이유다. 마지막은 자민당으로선 상상하기 싫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코로나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늘거나 관리하기 어려운 대형 사고가 터져 올림픽 행사를 도중에 중단하는 사태다. 올가을 총선에서 집권당이 패하고 야당으로 정권이 넘어갈 수도 있다.

개막일이 3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올림픽 개최에 대한 비판 여론은 다소 수그러드는 양상이다. 지난달 25~27일 일본경제신문·TV도쿄 공동 여론조사에선 올림픽의 ‘유관중 개최 타당’(22%)과 ‘무관중 개최’(33%) 응답자가 ‘개최 연기 또는 중지해야’(37%)보다 많았다. 도쿄올림픽이 일본의 숨은 ‘저력’을 드러내는 행운의 마당이 될지, 디지털 전환시대의 낙후성을 확인하는 불운의 자리가 될지 궁금하다. 스포츠축제의 향방에 속 타는 사람들이 이래저래 많을 듯하다.

최인한 시사아카데미 일본경제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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