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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감사원장이 헌법가치 눈감고 정치 나서는 착잡한 현실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사의를 표명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임기를 불과 6개월 앞둔 최 전 원장의 사퇴는 차기 대선 출마를 위해서다. 그 자신도 굳이 내심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이날 기자들에게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숙고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이제 ‘선언’의 시점과 절차만 남은 셈이다.

감사원장이라고 해서 대선에 나서지 못할 이유는 없다. 최 전 원장의 대선 출마 역시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헌법이 피선거권을 보장하며, 대선 90일 이내라는 공직자 사퇴시한도 준수했다. 하지만 그의 정치 참여를 지켜보는 국민의 심정은 참으로 착잡하다. 감사원은 정부와 그 산하기관을 감찰하는 헌법기관으로 정치적 중립성과 직무의 독립성을 헌법에 명시하고 있다. 감사원장은 이 같은 헌법적 가치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다. 그런데도 임기 중 그 직을 박차고 곧바로 정치에 나서는 것은 공직자로서의 윤리는 물론 명백한 헌법가치 훼손이다. 최 전 원장 스스로도 이를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최 전 원장이 대선판에 본격 합류하게 되면 그동안 감사원이 쌓아온 모든 가치와 결과물이 정치적 공세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최 전 원장이 문재인 정부와 갈등을 빚었던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관련 감사부터 도마에 오를 것이다. 본인은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확보를 위해 노력했고, 그 연장선상에서 중도 사퇴와 대선 출마를 하게 됐다고 강변하겠지만 명분이 될 수 없다. 정부의 정책이 잘못됐다면 감사원장으로서 이를 바로잡는 것이 공직자의 역할이고 국민에 대한 도리다. 이에 저항한 것이 정치적 자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야권의 유력 대선 후보로 부상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윤 전 총장에 이어 최 전 원장 역시 조만간 대선전에 뛰어들 전망이다. 정치적 중립성이 엄중히 요구되는 대표 사정기관 수장이 잇따라 대선전에 직행하는 현실이 안타깝고 실망스럽다. 우리 정치 상황이 이 지경이 된 데는 현 정부와 여당에도 그 책임이 적지 않다. 이들 기관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켜주기는커녕 마구 흔들기 일쑤였다. 그러니 “오죽하면 그 수장들이 정치판에 나서겠느냐”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민주당은 야권 주자로 거론되는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을 연일 비판하고 있지만 그럴 일이 아니다. 사정기관 수장이 그 직에만 충실할 수 없었던 까닭을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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