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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자치경찰제, 국가경찰 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난해 12월 9일, 여야는 자치경찰제 도입을 위해 ‘경찰법’ 개정안을 합의·통과시켰고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다만 본격 시행은 6개월간의 시범 운영기간 이후로 미뤄왔다. 그사이 찾아낸 몇 가지 문제점은 빠르게 고쳐서 국민이 제도 변경으로 인해 불편해하거나 손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선 주민참여 확대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자치경찰제 도입의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국가경찰제에서는 치안공공재를 경찰청이 독점적으로 생산·공급했다. 반면 자치경찰제는 주민이 치안공공재를 소비하고 생산하는 프로슈머(prosumer)다. 그렇다고 관행처럼 새로운 제도 시행을 이유로 치안협력기구를 또 만들 필요는 없다. 지방자치 30년의 역사 속에서 마을마다 자리 잡아 가는 주민자치기구에다 공동체 치안사무를 하나 더 늘리면 된다.

기초자치단체인 시·군 자치구 단위의 자치경찰을 강화해야 한다. 이번 자치경찰제는 광역시도 단위 모델이지만 주민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경찰서와 지구대·파출소에 무게중심을 두고 시·군 자치구 등 기초자치단체와 연계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제주자치경찰이 운영하는 ‘치안행정·지방행정복합센터(행복센터)’의 원스톱 행정 서비스가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치안행정과 지방행정의 연계 사무를 특화시키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국민으로서는 출동한 경찰관에 의해 이뤄지는 사무가 국가경찰사무인지, 자치경찰사무인지의 구별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현재 위원회마다 특색 있게 발굴하고 있는 ‘1호 사업’의 주요 내용이 연계 사무인 점은 주목할 만하다. 주민이 자치경찰제 시행으로 실질적인 문제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체감하면 성공적 출발이라 하겠다.

경찰청은 자치경찰제 안착을 위해 더 적극적이고 실질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자치경찰이 청출어람(靑出於藍)하는 것은 결국 75년 성상의 대한민국 경찰의 역량과 우수성을 증명하는 일이다. 자칫 경찰청이 방어적으로 ‘경찰법’ 해석과 운용을 국가경찰에 기울어지게 한다는 오해가 절대 없게 해야 한다. 특히 위원회의 경감 이하의 경찰관 승진인사권 행사를 경찰서 보통승진심사위원회 위원 추천권 정도로 축소하는 등의 법령 운용은 자치경찰제를 도입한 입법자의 분권 취지와 충돌할 수 있다.

시·도 경찰청장 임기의 안정적 운용 또한 요구된다. 이제 시·도 경찰청장은 경찰청장, 국가수사본부장, 그리고 위원회로부터 국가경찰사무와 수사사무, 그리고 자치경찰사무에 대한 3원적 지휘를 받는다. 시·도 경찰청장 임기는 1년 남짓인데 위원회 활동기간이 3년 단위임을 고려, 실질적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하자면 임기를 2년 정도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경찰청장 임명 자격요건을 시·도 경찰청장을 포함하는 ‘치안감 이상’으로 확대한다면 시·도별 자치경찰에 활력을 불어넣게 될 것이다.

자치경찰제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서는 주민과 경찰관 모두는 국가경찰의 오랜 역사 속에서 체화된 ‘경찰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과 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향후 자치경찰제에 관한 후속 논의에서도 주민 편익과 자치경찰제 도입 취지와 자치경찰의 관점에서 항상 생각을 새롭게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이상훈 한국경찰학회장·대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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