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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투기 의혹 靑비서관 사퇴...부실 검증 책임은 안 묻나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휩싸였던 김기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비판 여론에 밀려 결국 27일 사퇴했다. 휴일인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사의를 즉각 수용했다. 형식은 사의표명에 이은 수리였으나 사실상 경질이다. 대선 국면이 본격화하는 시점에서 청와대 참모의 ‘부동산 내로남불’이 다시 불거지면 여권은 헤어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질 것이다. 4·7 재보궐선거 참패와 초유의 30대 제1야당 당수 이후 증폭된 당·청의 위기감이 파문의 조기 수습을 압박했을 것이다.

이번 사안은 국민적 상식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까막눈’ 인사를 단행한 청와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김 전 비서관의 부동산 보유 실태를 보면 투기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나선 현 정부 국정철학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인사임을 단박에 알 수 있다.

김 비서관은 지난 25일 공개된 고위공직자 재산등록 사항에서 39억2000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이 가운데 부동산 재산은 91억2000만원, 금융 채무는 56억2000만원에 달했다. 은행 빚 대부분은 서울 마곡동 소재 상가 2채(65억5000만원)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그는 또 2017년 경기도 광주의 임야 2필지를 매입했다. 본인은 이 땅이 맹지(盲地)라서 투기가 아니라지만 해당 필지 인근에 송정지구 개발사업이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하면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임야 2건 사이에 위치한 대지를 누락했다는 의혹도 추후 제기됐다. 국민은 정부의 엄격한 대출 규제로 내 집 마련조차 버거운데 청와대 비서관이 수십억원대 ‘영끌 대출’로 여기저기 부동산을 샀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더욱이 고도의 청렴성과 도덕성이 요구되는 반부패비서관 자리라면 검증의 그물코는 더 촘촘했어야 했다. ‘김의겸 사태’를 지켜봤다면 김 전 비서관 스스로도 언감생심임을 알고 고사했어야 마땅한 일이다.

김 전 비서관이 부동산 투기 등 공직자 부패를 막기 위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신설된 반부패비서관이에 임명된 건 3월 31일이다. LH 사태가 정국을 강타할 때였다. 당시 청와대는 비서관급 이상을 대상으로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까지 했다. 그런데도 김 전 비서관은 걸러지지 않았다. 검증 라인이 기초적인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투기 목적의 부동산 취득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부동산 적폐청산을 목청껏 부르짖는데 참모들은 면죄부를 쥐여준 꼴이다. 이러니 ‘내로남불’ 정권이라는 소리를 듣는 거 아닌가. 검증은 둘째 치고 정무 감각조차 부실하다. 인사 참사 재발을 막으려면 장관 청문회 때마다 부실 검증 논란이 끊이지 않은 청와대 검증 라인부터 손봐야 할 것이다.

mh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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