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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대선 출사표 尹, ‘검증의 시간’에 충실히 답해야

야권의 유력한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마침내 오는 29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한다고 밝혔다. 지난 3월 4일 검찰총장에서 스스로 물러난 지 근 4개월 만이다. 고도의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이 요구되는 검찰총장이 임기 도중 직을 내려놓은 지 채 4개월도 되지 않아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것은 헌정사상 전례 없는 경우여서 온 국민적 관심사가 돼버렸다.

윤 전 총장의 지난 4개월간 행보는 ‘전언정치’ ‘대변인정치’ ‘간보기정치’로 불리기도 했다. 정작 자신의 육성으로는 정치 참여를 선언하지 않았으면서도 지인들이 근황을 전하고 관련 책을 내는가 하면 개인 대변인까지 두고 현안에 대한 의중을 시사했다. 그가 총장직을 내려놓기 1년 전부터 ‘잠재적’ 대선주자로 여론조사에 오르내렸고 8개월 전 부터는 지지율 1위로 거론된 걸 고려하면 국민적 피로감이 쌓일 대로 쌓였다. 이제 대권 도전을 분명히 한 만큼 출마 명분과 국가 경영 비전을 소상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윤 총장은 출마 선언장소로 ‘매헌 윤봉길의사 기념관’을 택했다. 우리 선조들이 목숨 바쳐 만든 대한민국 건국의 토대인 헌법정신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국민께 보여드리기 위함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본인이 직접 작성 중이라는 출마 선언문에는 공정·정의·상식 가치회복과 애국과 헌신, 국민통합 등의 메시지가 담길 것이라고 한다. 구체적인 민생 비전으로는 실사구시 경제관 등이 제시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합리적 보수를 껴안고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하며,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실망한 진보 이탈층까지 겨냥한 포석으로 읽힌다. 윤 전 총장이 지난 4개월간 각계 전문가를 만나 공부하고 다져온 각 분야의 현안에 대한 해법이니만큼 문제를 해결하는 생산적 정치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길 기대한다.

윤 전 총장은 그러나 대선 출사표에서 하고 싶은 말만 하지 말고 국민이 듣고 싶은 대목에 충실히 답해야 한다. 그 첫 번째가 검찰 중립성 훼손 논란을 자초하면서까지 정치판에 뛰어든 명분을 설명하고 납득시켜야 한다. 납득할 명분을 제시 못한다면 또 한 명의 타락한 ‘정치 검사’로 전락할 것이다. 부인과 장모와 관련한 추문이 난무하는, 이른바 ‘윤석열 X파일’에 대해서도 분명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정치공작으로 일축하기에는 친여매체와 유튜브에서 쏟아내는 각종 의혹 제기가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제기된 의혹에 대해 스스로 진위를 밝히고 검증에도 응해야 한다. 본인이 총장 때 가졌던 조국 일가 수사 잣대를 자신에게도 들이대야 공정과 법치가 설득력을 얻을 것이다. 대선 출마 선언은 곧 ‘검증의 시간 진입’을 의미한다.

mh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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