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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팡 화재’ 닷새째…“현장 진화 거의 마무리, 남은 불씨 정리중”
17일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현재 막바지 진압 중
21일 김동식 구조대장 영결식…국립대전현충원 안장
최근 14년간 이천 지역 물류창고 화재로 사상자만 109명
전기적 요인 탓 화재발생…“스프링클러 작동 8분 지체”

지난 20일 오전 경기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분주하게 이동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전자상거래업체 쿠팡의 덕평물류센터(경기 이천시)에서 발생한 불이 21일 오전 10시 현재 닷새째 꺼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소방 당국이 막바지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소방 당국 측은 “현장 진화가 사실상 완료돼 현재 남은 불씨를 정리 중”이라고 밝혔다. 진압 과정 중 고립, 끝내 순직한 소방관의 영결식도 이날 가족들과 동료들의 눈물 속에서 치러졌다.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소방 당국은 이날 오전 8시30분부터 잔화 정리 작업을 재개했다. 화재 진압이 사실상 완료된 만큼 관할 외 소방 인력을 돌려보내는 등 인력을 줄여 나갈 방침이다. 박수종 경기 이천소방서 재난예방과장은 “남은 불씨를 헤쳐서 물 뿌리는 작업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이틀 전에 큰 불길을 잡아 초진은 됐으나 화재 발생 닷새째인 이날까지 아직 완진되지 않은 상황이다. 소방 당국은 지난 19일 오후 낮 12시25분께 큰 불길을 잡은 뒤 연소 확대 우려가 없다고 판단해 다시 인근 소방서에서만 출동하는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지난 17일 낮 12시14분께 대응 2단계로 상향한 지 약 48시간 만이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소방 당국은 2차 정밀 안전진단에 나섰다. 전층에 걸쳐 건물 붕괴 등 위험 요소가 남아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소방 당국은 지난 19일 오전 10시부터 약 30분간 구조 안전진단 전문가 5명을 포함해 구조대원 등 총 22명을 현장에 투입해 건물 내부로 들어가기 위한 구조 안전진단을 실시했다. 그 결과 구조·진화 작업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내리고 지하 2층을 시작으로 진입 가능한 범위 내에서 화재를 진압했다.

지난 20일 오전 경기 하남시 마루공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동식 경기 광주소방서 119구조대장 빈소에 소방령 추서 임명장이 놓여 있다. [연합]

이 같은 물류창고 화재는 고질적이어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고처럼 이천시 소재 물류창고에서 발생한 화재로 발생한 사상자만 최근 14년간 109명에 이른다.

지난해 4월 29일에는 이천시 모가면에 신축 중이던 한익스프레스 남이천물류센터 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38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을 입었다. 2008년 1월과 12월에도 화재로, 각각 40명 사망(9명 부상), 8명 사망(부상 2명)의 인명피해를 냈다. 이번 사고에서도 부상자 1명을 포함, 사상자가 2명 나왔다. 모두 소방관이다.

기존 세 차례 화재는 냉장‧냉동창고에서 용접 작업 중 튄 불꽃이 옮겨붙어 대형 화재로 이어진 반면 이번 화재는 전기적 요인으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폐쇄회로(CC)TV 상 불 붙은 장면이 포착된 것으로 전해진다.

가연성 물질이 많아 대형 화재로 이어지기 쉬운 만큼 물류창고에서는 초기 소화가 중요하지만 이번 화재에서는 스프링클러가 초기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상규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은 지난 20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면담에서 “소방 자체 조사에서 확인한 결과 (스프링클러 작동이)8분 정도 지체됐다”며 “스프링클러가 수동적으로 폐쇄돼 약 8분 간, 초기에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앞서 이번 화재는 지난 17일 오전 5시20분께 해당 물류창고 지하 2층에서 시작됐다. 소방 당국은 화재 발생 20분 만에 가용 가능한 소방 인력을 모두 동원하는 ‘대응 2단계’를 발령해 장비 60여 대와 인력 150여 명을 투입, 초기 화재 진압에 나섰다. 불이 난 지 2시간 40여분 만인 오전 8시 20분께 큰 불이 잡히면서 대응 2단계를 해제했으나 오전 11시 50분께 내부에서 다시 불길이 치솟기 시작해 낮 12시 14분에 다시 대응 2단계로 상향했다.

이 과정에서 김동식(53) 경기광주소방서 119구조대장이 물류창고 지하 2층에 고립됐다. 화재 발생 당일 오전 11시20분께 화염이 다소 누그러지자 김 대장과 동료 대원 4명이 건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내부로 진입했다. 불길이 다시 거세지면서 탈출을 시도했으나 김 대장은 홀로 빠져나오지 못했다. 김 대장은 당시 50분간 사용이 가능한 산소통을 메고 있었으나 불이 건물 전체로 확대되면서 구조 작업이 중단됐다.

지난 19일 오전 10시49분께 동료구출팀(RIT) 5명과 구조대원 10명이 물류센터 지하 2층 출입구에서 직선으로 50m 가량 떨어진 곳에서 김 대장으로 추정되는 유해를 발견했다. 소방 당국은 한 시간 가량 주변 정리와 수습을 위한 작업을 마치고, 낮 12시12분께 김 대장의 유해를 수습해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으로 이송했다.

김 대장의 영결식은 이날 오전 9시30분 경기 광주시 오포읍에 위치한 광주시민체육관에서 유가족과 동료 소방관 등 9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기도청장(葬)으로 거행됐다. 경기도는 김 대장에게 1계급 특진과 녹조근정훈장을 추서하고, 김 대장의 유해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하기로 했다.

화재가 발생한 덕평물류센터는 지하 2층, 지상 4층에 연면적 12만7178.58㎡로 축구장 15개 크기에 맞먹는다. 내부에 종이 상자, 비닐 포장재 등 타기 쉬운 적재물이 1620만개가 보관되고 있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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