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의 고택 ‘빌라 라 그렁주’에서 첫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AP]

1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의 첫 정상회담이 팽팽한 긴장감 속에 막을 내렸다. 핵전쟁 방지를 위한 전략적 안전성에 관한 공동성명 채택과 양국 주재 대사 복귀 등 일부 성과를 바탕으로 두 정상 모두 이번 회담이 ‘건설적’, ‘긍정적’이었다고 밝혔지만, 인권 문제와 사이버 공격 등 주요 이슈에 대해서는 오히려 이견만 재확인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두 정상은 이날 3시간 30분가량 진행된 회담 후 가진 개별 기자회견을 통해 회담이 긍정적으로 진행됐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체 회담의 톤이 좋고 긍정적이었다. 거슬리는 행동은 없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 역시 “양측 모두 서로를 이해하고 입장을 근접시키려는 길을 모색하려는 의지를 보였다”면서 “대화는 상당히 건설적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두 정상은 러시아의 야권 운동가인 알렉세이 나발니의 수감 문제와 사이버 공격 등 현안에 대해서 극명한 입장 차를 보이면서 양국의 긴장이 해소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자리에서 러시아의 인권 문제와 미 대선 개입 러시아의 해킹 시도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견에서 “나는 (회담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을 했다”면서 “나발니가 옥중 사망한다면 러시아에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을 그에게 분명히 밝혔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나발니 체포가 야권 탄압이라는 미국 측 주장에 반박했다. 오히려 그는 회견에서 미국의 의사당 난동 사태와 인종 차별 반대 시위 등을 거론하며 역공했다. 이처럼 푸틴 대통령이 미국의 인권 상황을 나발니 사건과 비교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크게 웃으며 “웃기는 비교”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과 해킹 의혹과 관련해서도 신경전이 오갔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문제제기에도 사이버 공격 감행에 대한 모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어 그는 반대로 미국에서 러시아에 대한 사이버 공격이 이뤄지고 있다고 반격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통해 미러 양국이 사이버 보안에 대한 협의를 시작키로 합의했다고도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회담에서 다양하고 어려운 주제들이 테이블 위에 올랐으나, 푸틴의 발언은 두 정상의 입장에 공통점이 사실상 없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물론 회담의 성과도 있었다. 두 정상은 이날 핵전쟁 방지를 위한 전략적 안정성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2026년 시한이 끝나는 양국 간 핵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을 대체하기 위한 핵 협상을 개시키로 합의한 것이다.

더불어 양국은 자국으로 귀임시킨 주재 대사들을 조만간 복귀시키기로 합의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 3월 바이든 대통령이 나발니 독살 의혹과 관련해 푸틴 대통령을 ‘살인자’라고 평가하자, 이제 크게 반발하면서 미러 관계 논의 명목으로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했다. 이어 존 설리번 주러시아 미국 대사는 4월에 자국으로 철수했다.

한편 전문가는 바이든 대통령의 경고에도 푸틴 대통령이 내정에 관해서만큼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사무엘 차랍 전 국무부 선임고문은 “푸틴의 통치 하에서 러시아는 자신들의 잘못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