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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주인이 합의금 1000만원 준다는데 적나요?”…관행된 이사 위로금 [부동산360]
내 집 팔려면 세입자 퇴거시켜야…부총리가 위로금 솔선수범
실거주한다고 내보내놓고 빈집…“소송할 돈도 없어”
전셋값 100주째 오르는데 정책은 공급 죄는 방향으로만
재건축 아파트 세입자 내몰리고 집주인은 올수리 입주
재건축 아파트에 집주인의 실거주를 떠미는 정책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일부 단지에는 이삿짐 트럭이 매일같이 오가고 있다. 사진은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아파트.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이제 곧 전세계약 2년이 다 돼가는데 임대인 측에서 ‘1000만원 합의금’ 을 제시하며 매매가 잘될 수 있도록 미리 나가달라고 하네요. 저희는 또 전세집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고요. 합의금 1000만원이면 너무 적은 금액인 것 같습니다. 요즘 얼마 정도 받으면 전세계약갱신청구권 안 쓰나요?”

“5세대짜리 빌라를 갖고 있는 집주인입니다. 만기가 돼 세입자들과 재계약하려는데, 다른 집은 적정선에서 합의가 됐습니다만 한 집이 문제네요. 6년 동안 보증금 인상을 안 해서 현 시세 대비 9000만원 싸게 살고 있는 분입니다. 월세로 15만원 더 달라고 했더니 그러면 전세보증금 1억5000만원을 빼달라며 월세 내는 것으로 알겠다고 합니다. 너무 괘씸합니다.”

“집주인이 실거주 들어오겠다고 해서 2년밖에 못 살고 나왔습니다. 아이 학교 때문에 떠나지 못해 전세 가격이 2배 가까이 오른 이 동네에서 ‘영끌’해서 다시 전셋집을 구했어요. 그런데 두 달이 지났는데도 집주인이 빈집으로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허탈하네요.”

요즘 부동산 시장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지난해 7월 개정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약 1년여 만에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는 이같은 새로운 주거문화(?)가 정착됐다.

계약갱신청구권 때문에 내 집을 팔기 위해 ‘합의금’을 줘야 하고, 그 금액은 ‘이사비+중개수수료’를 뛰어넘는 게 예사다. 홍남기 부총리가 의왕 아파트를 매각하면서 갱신권을 사용하겠다는 세입자에게 법적 근거가 없는 ‘퇴거 지원금’을 지급한 사례를 전 국민이 일찍이 접했다.

또 임대차보호법에 따른 전월세 5% 인상 제한이 시행되면서 세입자의 목소리는 더 커졌고, 그동안 사정을 봐줬던 집주인은 이를 ‘괘씸하다’고 표현한다. 그런가 하면 집주인이 실거주를 들어오겠다고 해서 급하게 이사했는데 그 집이 빈집 상태임을 알고 허탈해하는 세입자도 속출한다.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는 없어도 적어도 누군가는 바뀐 정책으로 인해 개선된 점을 체감해야 하는데, 승자는 없고 패자만 넘친다.

심지어 운 좋게 재계약에 성공한 세입자도 마찬가지다. 2년 뒤에 돌려받는 보증금으로는 같은 동네의 같은 면적 아파트 전세를 구할 수 없을 공산이 크다. 2년 동안 열심히 소득을 늘릴 수도 있지만 급등하는 자산가격을 소득 증가 속도가 따라잡기는 역부족이다.

전세 매물이 시장에 다량 출회되면 이 같은 상황은 어느정도 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정부 정책은 전세를 실종시키는 방향으로만 펼쳐지고 있다.

대단지 아파트 입주장 때 벌어지는 일대 전세 가격 하락도 더는 나타나지 않을 예정이다. 올해 2월 19일부터 모집공고가 난 수도권 아파트 단지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다면 집주인이 입주시점에 전·월세를 놓을 수 없다. 2~5년의 의무 거주 요건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주변 시세에 비해 싼값에 공급되는 재건축 아파트 전세 매물도 급격히 줄었다. 정부는 6·17 대책으로 보유만 하고 실거주하지 않은 집주인에게는 조합원 분양을 못 받게 하겠다고 예고했다. 세입자를 퇴거시키고 낡은 집으로 부랴부랴 들어가는 집주인이 늘어나면서 구축 아파트에선 한 집 건너 한 집이 ‘올 수리’ 인테리어공사 중이다.

세입자는 같은 동네에서 배로 오른 돈을 주고 새 전셋집을 구하고, 집주인은 재건축 연한이 다 된 집을 전부 뜯어 고친다. 공인중개사와 인테리어업체만 웃는 ‘창조경제’가 지금 이 순간에도 벌어지고 있다. 집권 이후 4년 내내 ‘부동산 시장 안정’을 외쳐온 문재인 정부의 웃픈 현실이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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