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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숨통 확 트는 ‘언택트 여행’, 장항습지·욕지도·갈론의 매력
1600만 사는 서울 메트로폴리탄의 산소통
여의도 3배 장항습지 국내 최대 버들종 군락지
‘내륙의 알카트라즈’ 단종의 청령포엔 꽃 피고..
욕지도 펠리칸옆 용왕딸들의 ‘간 떨어지는 동행’
물반 절경반 갈론구곡은 선유동,화양동으로 연결
‘뭣이 중헌디’ 지혜로운 곡성 도림사계곡의 옥수
2021 여름시즌 비대면 안심관광지에 오른 고양 장항습지는 전국 최대 버들군락지와 갯벌, 수많은 동식물이 자라는 서울 메트로폴리탄의 산소통이다. 최근 국제 람사르습지에 등재됐다. 군사시설보호구역이라 사전 등록해야 한다. [고양시 제공]
고양 장항습지 철새떼. 재두루미 등이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한강변 ‘노루목’아, 그동안 몰라봐서, 정말 미안해~”

1600만명이 사는 ‘서울·고양·부천·인천·김포·파주’ 거대도시 딱 한가운데에 여의도 면적의 3배에 육박하는 국제 람사르습지가 있다.

대한민국 산업·경제·수출·문화·관광·정치의 메카, 잿빛 빌딩이 숲을 이룬 메트로폴리탄 중심부에서, 우리가 모르는 사이, 산소를 뿜어내고, 생태를 정화시켜 준, 바로 ‘장항습지’다. 한강의 하류까지도 정화시키고 맑은 공기를 공급하는 은혜로운 곳이고, 참 아름다운 곳이며, 생태과학의 자연연구소이기도 하다.

우리가 자유로를 달리다 장항IC 표지판를 보며 ‘충청도에도 장항이 있던데, 여기도 있네’라며 하나마나한 얘기를 읊조리다 무심히 지나던 곳에, 거대도시를 씻어주는 산소통이 있었던 것이다.

▶서울 메트로폴리탄 한복판의 람사르습지= 노루길이 있는 행주산과 서쪽의 정발산 자락에 살던 노루들이 물 마시러 가던 길목이라 우리말로는 ‘노루목’이라 하고, 한자로는 노루 장(獐), 목 항(項)자를 쓴다. 행주산성을 지나 김포대교부터 일산대교 사이 길이 7.6㎞ 면적은 7.49㎢이다.

장항습지에서 본 서울쪽 모습

멸종위기종 재두루미, 큰기러기의 월동지이자 중간기착지이고, 갈대, 여뀌, 줄과 다양한 종류의 버들종 등 습지 생물의 보고이며, 바닷물과 민물의 ‘밀당’ 과정에서 형성된 조수성 습지, 초본성 습지, 하구형습지, 담수습지 등 온갖 습지 종류가 이곳에 전시돼 있다.

전국에서 가장 넓은 버들 군락을 갖고 있는데, 말똥게는 철새들의 공습을 피해 습지의 버드나무 뿌리 사이에 집을 짓고, 버드나무는 이들의 은거로 뿌리호흡을 원활히 하면서 배설물로 양분을 얻기도 한다. 이 동-식물간 기막힌 공생은 교과서에 나올 만 하다. 동남아 맹글로브가 하던 자연환경 보존을 한강 고양지역의 버들종 거대 군락이 하고 있는 것이다.

장항습지 버들과 공생하는 말똥게

온갖 지질·식생의 십자로 답게 기름진 땅이었기에 벼농사가 흥했다. 장항습지가 있는 고양시 장항1동 내륙쪽은 아파트와 한류월드, 엠블호텔, 테크노밸리, 방송영상밸리, CJ라이브시티, 킨텍스 등으로 첨단화 되어가지만, 주민 상당수가 농사를 짓는 서울 메트로폴리탄의 몇 안되는 지역이다.

개발 보다는 청정생태가 자랑거리인 이 시국, 계획도시 고양은 최근 장항의 람사르습지 등재를 계기로 청정 환경도시로 거듭나려 한다. 장항습지의 재발견에 서울·인천·부천·김포·파주 사람들도 여간 기쁘지 않다.

군사보호구역이라 4~10월 사전신청한 뒤 탐방할 수 있다. ‘등잔 밑이 어둡다’지만 보석이 있음을 안 이상, 소중한 생태를 잘 지키면서 절제하면서 향유하도록 적당한 거리를 둘 필요도 있어 보인다.

한국관광공사는 8일 장항람사르습지를 포함해 ‘여름시즌 비대면 안심관광지 25선’을 선정했다. 방문 전 개방여부·개방시간·관람방법 등 세부정보와 누리집(korean.visitkorea.or.kr) 내 ‘생활 속 거리두기’ 수칙을 몸에 익히자.

‘내륙의 알카트라즈’, 단종이 억류된 청령포. ‘감옥’ 밖은 꽃이 피었다.

▶청령포= 천만리 머나먼 길에 고운 님 여의옵고 (중략) 저 물도 내 안 같아야 울어 밤길 예놋다(애달프다). 1458년 1월 단종에게 사약을 전하고 돌아오던 금부도사 왕방연은 굽이치는 여울(청령포)의 언덕에서 복잡한 심경을 시로 읊는다. 단종이 갇혀 있던 ‘내륙의 알카트라즈’ 청령포도 비대면 안심관광지에 꼽혔다.

믿었던 삼촌 수양의 쿠데타로 유배된 단종이 관풍헌으로 거처를 옮기기 전까지 억류돼 있던 곳이다. 서강이 휘돌아 흘러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여 있고 한쪽으로는 육륙봉의 험준한 암벽이 솟아 오도가도 못하는 곳. 단종도 이곳을 ‘육지고도(陸地孤島)’라 했다.

탐방은 나룻배 용도의 유람선을 타고 물을 건너 섬에 가까운 반도를 한바퀴 돈다. 청령포에는 단묘유지비(端廟遺址碑)와 어가, 단종이 한양을 바라보며 시름에 잠겼다고 전하는 노산대, 한양에 남겨진 정순왕후를 생각하며 쌓은 돌탑, 천연기념물 관음송 등이 있다.

단종 부인 정순왕후의 사릉은 경기도 남양주시 진건읍에 있는데, 몇몇 나무들은 영월을 향해 기울었다는 입담도 들린다. 사릉의 나무는 영월 장릉으로, 장릉의 소나무는 사릉으로 옮겨 심어, 죽어서라도 만날수 있게 했다.

단종 어머니 현덕왕후의 능을 파헤쳐 물가에 아무렇게나 묻은 수양대군은 아들들이 줄줄이 요절하는 비운에 시달리고, 왕실엔 손자 성종, 증손자 연산군, 중종 반정, 연쇄 사화, 인종 요절까지 100년간 피바람이 분다. 사람들은 수양대군 세조가 죗값을 받았다고 했다. 영월 가서 청년들의 핫플레이스 젊은달 와이파크, 동강 어라연, 서부시장, 김삿갓(김병연)유적지를 빼놓을 수 없다.

드라마 ‘괴물’ 촬영지 옥천엔 정지용 인문학여행 향수호수길과 부소담악, 동서뒤바뀐 한반도지형, 대청호가 있다. 향수호수길 초입에 해당하는 안터마을은 한국관광공사 비대면 안심관광지, 환경부 국가생태여행지에 한꺼번에 뽑히는 겹경사를 맞았다. [옥천군 제공]

▶곡성 도림사, 구례 반달가슴곰= “뭣이 중헌디”라며 어두운 영화 ‘곡성’을 자기 고을 매력의 발산 기회로 전화위복시켰던 곡성엔 감춰진 보석들이 많다.

백제와 신라가 한 몸이 될 무렵인 660년 원효대사가 세운 도림사는 해발 748.5m의 동악산 남쪽 골짜기를 흘러내린 청정계곡과 어우러져 있다. 물줄기가 그친 날이 없고, 계곡 밑바닥에 층층이 깔린 반석, 아홉굽이 실개천, 아홉 개 반석, 옥수(玉水) 정거장 같은 용소, 소금장이소 등이 다채롭게 꾸며져 있다.

지리산이 호위하고 섬진강과 보성강 굽이 치는 곡성에는 3만평 백사장이 있는 ‘차박 맛집’ 압록유원지, 제월습지와 제월섬, 섬진강기차마을 등 명소가 많다.

최근 커다란 캐리어까지 둘 수 있는 물품보관함과 가성비 높은 ‘곡성愛(애)’ 같이살기 체험을 만드는 등 천혜에 안주하지 않고, 절제된 개발이지만 편한 인프라, HW, SW 모두 꼭 필요한 부분을 조금씩 다듬고 있다.

곡성과 합심 잘 하는 구례에는 지리산을 중심으로 반달가슴곰생태학습장, 수락폭포, 피아골, 운조루 등이 있다. 지난 2월 곡성·구례는 하동, 광양과 함께 섬진강권 통합 관광벨트를 만들기로 의기투합했다.

통영 욕지도 펠리칸 바위

▶욕지도= 양파같은 섬 통영 욕지도 역시 언택트여행지의 전형이다. 사슴이 많이 살아 녹도, 녹지도라 불리다, 170년전쯤 추사 김정희 선생은 ‘알고자 하는 열정(欲知:욕지)이 가득한 섬’이라고 글로 남겼고, 이는 이 섬의 이름으로 굳어졌다.

섬 상징이 사슴이라더니, 모양새는 거북이, 대표적인 명물바위는 펠리칸이다. 먹거리로는 전국 최고 품질의 고등어회와 고구마, ‘태평양언덕’에서 만드는 고구마라떼이다. 용왕의 세 딸이 벌인 ‘간 떨어지는 동행’ 때문에 생긴 일 등 호기심 자극 아이템이 많다. 이 작은 초록섬에 산꼭대기로 가는 빨간 모노레일이 보색대비를 이룬다.

욕지도 여행은 ‘태평양 언덕’에서 시작된다. 남으로는 태평양이, 북으론 한려해상국립공원을 동시에 감상하는 이 언덕 남쪽 아래엔 욕지도의 랜드마크 펠리칸바위와 출렁다리, 해안절벽 트레킹 코스 ‘비렁길’이 있다. 비렁길의 해식애(崖) 병풍은 호주의 그레이트 오션 로드 혹은 연평도 병풍바위군을 닮았다. 펠리칸바위는 강력한 태평양 파도에 새 부리처럼 날카롭게 해식(海蝕)된 모습이다.

영화 ‘화려한 외출’ 배경지, 꽃미남으로 둔갑한 900살 이무기에 넋이 나간 용왕의 세 딸 바위(삼여), 다도해 풍경이 멋진 솔구지 언덕을 차례로 만난다. 모노레일을 타고 욕지도의 대표 산인 천왕봉에 오르면, 태평양도 양보 못할 의기가 생긴다.

무주구천동 어사길의 금포탄 [한국관광공사 제공]

▶갈론 구곡= ‘갈’ 혹은 ‘갈천’이라는 글자가 호칭에 들어가는 인물이 은둔해 살았다는 얘기, 칡넝쿨이 많아 숨기 좋다는 뜻의 ‘갈은(葛隱)’ 등, 갈론구곡 유래에 관한 서너가지 스토리의 공통점은 은거하기 참 좋은 곳, ‘비대면’의 최적지라는 것이다. 노론, 소론 아닌 갈길 멋대로 가는 갈론이라는 너스레도 들린다.

갈론구곡 가는 길 입구 산촌체험관은 갈론분교의 폐교터를 재생시킨 것이다. 오지인데도 주민들의 경제 수준이 높은 이유는 적은 수의 주민이 인삼, 버섯, 산야초 등 귀한 특화산물로 고소득을 올리기 때문이다.

산에 큰 잠수함 처럼 생긴 거대바위 ‘갈론(갈은)동문’이 산허리에 박혀있고, 그 아래 계곡은 물이 있는지 없는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다. 물 속 조약돌의 무늬와 모양새가 땅위의 것 처럼 선명하게 보인다.

신선이 내려왔다는 강선대, 장암석실, 갈천정, 옥류벽, 금병, 구암, 고송유수재, 칠학동천, 선국암으로 가는 2~3㎞ 구간 내내, 물길은 고요하고 물속 풍경이 또렷하다. 물가 바위에 앉아 놀다 물이 흐른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 팔배게를 시도하다가는 그대로 물에 빠진다. 계곡물은 대체로 허벅지까지 찰 정도이니, 애들이 놀기에 좋다.

옥녀봉 하산길 옆에 있는 선국암은 신선이 바둑을 두던 자리라는 바둑판바위 네 귀퉁이에 ‘四老同庚(사노동경)’ 글씨가 음각되어 있다. 네 명의 동갑내기 신선이 갖고 놀던 것이라는 뜻인데, 신선들도 나이를 따진다는 사실에 가벼운 미소가 지어진다. 어린 신선은 끼지 못할 판이었던 모양이다.

옥녀계곡은 선유대로 연결된다. 선유대에서 남쪽 화양리 방향 물길을 따라 가면 동쪽 선유동계곡, 서쪽 화양동 계곡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쉬엄쉬엄 거리두고 가던 나그네의 심신은 힐링으로 이어진다.

괴산 갈론구곡 [팸투어 전문 기획사 지앤씨21 제공]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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