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프리즈’ 장착한 서울, ‘아트바젤’ 홍콩 넘본다
내년 9월 코엑스서 ‘키아프’와 동시 개최
100여개 부스 운영...고미술 섹션도 마련
미술품 ‘관세·부가가치세’ 면제 장점 부각
정상급 갤러리참여로 ‘홍콩급’ 매출 기대
한국미술시장 1조원 규모 성장 ‘마중물’
中·日·영미권 큰 손 컬렉터 유입 기대
국내 작가들 해외 진출 기회 발판으로
경쟁력 낮은 화랑은 ‘빈익빈’ 우려도
작가·유통시장·컬렉터·미술관 시험대
2020년 LA 프리즈 전경. [프리즈 제공]
2019년 키아프 전경. [한국화랑협회 제공]
아트바젤 홍콩 2019년 전시전경. [헤럴드DB]

서울 vs 홍콩, 프리즈 vs 아트바젤

글로벌 브랜드 아트페어인 ‘프리즈’가 내년 서울에서 열린다. 한국화랑협회와 프리즈는 키아프 아트 서울(KIAF ART SEOUL·이하 키아프)과 프리즈 서울을 2022년 9월 코엑스에서 동시개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프리즈의 진출로 서울은 세계 최대 아트페어인 ‘아트바젤’을 유치한 후 아시아 미술시장의 허브로 떠오른 홍콩을 과연 넘어설 수 있을까?

▶서울, 가능성의 도시=빅토리아 시달 프리즈 글로벌 디렉터는 2022년 프리즈 서울 개최를 공식발표 하면서 “서울은 훌륭한 작가, 갤러리, 미술관과 컬렉터가 운집해 있는 프리즈에 꼭 맞는 도시”라고 밝혔다. 외신들은 2003년 런던을 시작으로 2012년 뉴욕, 2019년 로스앤젤레스 등 영미권에서만 확장해왔던 프리즈가 미술시장에서 가장 급격하게 팽창하고 있는 아시아로 진출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면서도, 한국을 택한 것에 대해서는 흥미롭게 보고 있다.

아트뉴스페이퍼는 “홍콩도 상하이도 아닌 대한민국의 서울”에서 열린다고 전했고, 아트포럼도 “서울은 세계 미술 시장의 뜨거운 관심사인 베이징, 홍콩, 상하이 등 아시아 미술계의 명소를 모두 제쳤다”고 평가했다.

일반적으로 아시아의 엔트리 도시로 거론되는 곳은 베이징, 상하이, 홍콩, 싱가폴 등 범 중국 도시들이다. 아시아 시장으로 진출은 곧 중국 컬렉터를 겨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트바젤과 글로벌 금융사 UBS가 매년 공동으로 발간하는 글로벌 미술시장 리포트 ‘아트마켓 2021’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은 전세계 미술시장의 20%를 차지하며 100억달러 규모의 미술품을 거래했다. 한국은 ‘아트마켓 2021’의 조사대상에서 아예 빠져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매년 발표하는 우리 미술시장의 규모는 약 3억5000만달러(4000억원)수준이다.

그럼에도 프리즈가 서울을 택한 이유로는 미술품에 붙는 관세나 부가가치세가 없는 것이 꼽힌다. 오는 10월 서울 한남동에 아시아 최초 갤러리를 오픈하는 타데우스 로팍은 아트뉴스페이퍼에 “중국과 달리 한국은 미술품에 부가가치세나 관세가 없다. 홍콩과 같은 상황이며, 미술품을 들여오거나 수출하는 것도 편리하다”고 전했다.

유럽과 한국을 오가며 기획자로 활동한 변원경 아트부산 대표도 “영국이나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의 경우 최대 20%의 부가가치세를 내는데, 한국은 부가가치세나 관세가 없어 세계미술시장의 허브가 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을 갖췄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글로벌 갤러리는 약 15곳 정도다. 페이스갤러리를 비롯 페로탕, 쾨닉 등 이미 서울에 갤러리를 운영하는 글로벌 메가 갤러리를 비롯, 법인을 내고 사무소 형태로 운영되는 곳까지 합한 규모다. 프리즈가 열리는 2022년 이후엔 이 숫자가 두 배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프리즈, 서울에서 아트바젤 잡나=이번 프리즈 서울 진출을 아트바젤과 전면전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프리즈의 대주주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기반을 둔 엔데버사다. 연예인과 미디어 에이전시로 활동하며, UFC와 미스 유니버스를 개최하고 있다. 반면, 아트바젤의 모회사는 MCH그룹이다. MCH는 아트바젤 외 바젤월드 등 전세계에서 90개에 이르는 이벤트를 운영하고 있다. 2019년 자금난 때문에 MCH는 글로벌 미디어 재벌인 루퍼트 머독가의 투자를 받게 됐다. 차남인 제임스 머독이 소유한 투자사 ‘루파 시스템즈’가 8000만 달러를 투자하면서 MCH의 지분 49%를 받아내, 사실상 대주주로 등극한 것이다. 각각 프리즈와 아트바젤이라는 브랜드 아트페어를 운영하는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기반의 회사와 미디어기반의 투자사가 어떤 전략을 펼칠지도 주요 관심 포인트다.

아트바젤은 본 페어격인 바젤페어를 비롯 3월 아트바젤 홍콩, 12월 아트바젤 마이애미를 운영하고 있다. 프리즈는 런던, 뉴욕, LA에 이번 서울까지 더하면 총 4개 브렌치를 운영한다. 외신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프리즈 서울의 규모다. 프리즈는 100여개 부스가 참여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현대미술을 주로 선보이겠지만, ‘프리즈 마스터스’로 통칭되는 근대미술과 고미술 섹션도 함께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아트뉴스는 “프리즈 서울은 보통 200개 부스를 운영하는 아트바젤 홍콩의 명확한 경쟁자”라고 보고있다. 아트바젤 홍콩이 열리는 5일 기간동안 거래되는 미술품 규모는 약 1조원으로 추산된다. 프리즈 서울이 비록 절반규모로 열리지만 하우저 앤 워스, 페이스, 가고시안, 화이트 큐브, 페로탕 등 글로벌 정상급 갤러리가 참여한다면 홍콩에 버금가는 매출을 낼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한국미술시장의 영향은=프리즈 서울을 놓고 미술시장에선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매년 4000억~5000억원 규모에 머물고 있는 한국미술시장이 마침내 박스권을 벗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화랑 대표는 “프리즈 기간동안 적어도 아트바젤 홍콩 절반은 하지 않겠냐”며 “미술시장이 1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장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해외 큰 손 컬렉터의 유입이다. 아트바젤 홍콩에 주변국 컬렉터가 몰리듯 프리즈 서울에도 중국과 일본등 아시아 컬렉터는 물론 영미권에서도 많이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미술의 해외진출도 용이해 질 것으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한 아트 딜러는 “국내에서는 갤러리와 미술관이 함께 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해외 미술관들은 화랑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작가를 발굴한다”며 “미술관 관계자나 컬렉터들이 한국에 들어와서 한국작가들을 만나면서 자연스레 해외 진출의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키아프와 동시개최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화랑들은 더욱 힘들어지는 ‘빈익빈 부익부’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이에대해 한 미술시장 관계자는 “분명 그런 측면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한국미술시장이 커지고 성숙해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겪어야 할 성장통이기도 하다. 작가도 유통시장도 컬렉터도 미술관도 모두 시험대 위에 섰다”이라고 말했다. 화랑협회측도 “프리즈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지원하는 관계”라며 “전체적으로 시장이 커지면 그만큼 기회도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빛 기자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