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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공공부문 비대화가 우려된다

공공부문 비대화가 가파르다. 공무원 증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공기업 역할 강화가 적극 추진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추경 편성 등으로 공공부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공기업이 빠른 속도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 지난 4년간 임직원이 8만5000명 늘었다. 지난해 말 인력 43만명, 인건비 30조원을 넘는 공룡이 됐다. 공기업 부채는 388조원에 달한다.

외형적 팽창에 비해 실속은 없다. 시장형·준시장형 공기업 36개사의 순이익률은 2016년 6.1%에서 2019년 0.9%로 대폭 감소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비금융 공기업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은 23.5%다. 노르웨이를 제외하고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OECD 평균(12.8%)의 배다. 정부가 공공사업을 벌이기 위해 공기업 자금을 과도하게 이용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공기업에 대한 자금의존도가 거의 절반에 달한다. 주요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크다. 공기업 발행 공사채가 정부의 묵시적 지급보증에 힘입어 손쉽게 소화되면서 차입 의존경영을 심화했다. 공사채 채무에 대해 입법부 동의를 필요로 하는 국가보증채무에 산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공무원 증원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나라 살림에 커다란 부담을 주고 있다. 비정규직 제로화 방침에 따라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거의 20만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4년간 공공기관 총인건비가 32% 증가했다. 인건비 예산이 정규직 전환 비용으로 사용되면서 신입직원 채용이 뚝 떨어졌다. 지난해 436개 공공기관의 채용인원이 전년 대비 20% 감소했다. 무리한 정규직 전환으로 올해 신규 채용도 반 토막 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가파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이 2026년 69.7%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선진 35개 국가 중 증가 속도가 2위다. 부채비율 순위는 지난해 24위에서 2026년 19위로 상승한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국가채무비율이 2025년 61.7%, 2030년 75.5%로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우리나라와 같은 중규모 개방경제 국가는 과도한 재정적자에 각별히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달러화·유로화 같은 기축통화 보유국이 아니다. 외환·금융 시장이 대내외 충격에 구조적으로 취약하다. 나랏빚이 급증하는 나라일수록 국가 신용 등급이 빠르게 하향된다는 실증적 증거도 있다. 국가채무비율이 5년 내 20% 이상 늘어난 국가의 신용 등급이 유지된 전례가 드물다. OECD 32개국의 재정건전성지수 비교에서 우리나라는 2010년 14위에서 2019년 26위로 하락했다.

예산 절감을 위해 도입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제도가 종이호랑이로 변질됐다. 올해 2월까지 예타 면제 규모가 97조원에 달해 전임 두 정권의 면제금액을 능가한다. 최근에는 정부의 예타 심사 결과를 국회가 재조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관련 법 개정 움직임이 있다. 예타 기준 금액을 올리자는 논의도 무성하다. 예타는 과도한 재정 포퓰리즘을 막는 유용한 제도적 장치였는데 사실상 무력화되는 양상이다.

안드레아스 바우어 IMF 한국미션단장은 부채가 촉발하지 않도록 재정정책을 장기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큰 정부가 아니라 제대로 작동하는 스마트 정부다. 로런스 서머스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경제학에서 배우는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보이지 않는 손이 보이는 손보다 더욱 강력하다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정부가 경제성장의 80%를 견인하는 현상은 정상적일 수 없다. 팬데믹 이후의 정부 역할에 대한 깊은 성찰이 요구된다.

박종구 초당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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