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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칼럼] 인포데믹과 과학인의 역할

코로나19 팬데믹의 기세가 여전히 무섭다. 백신 접종이 확대되면서 집단면역에 대한 희망적인 소식도 들려오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과 함께 확진자와 사망자 증가세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K-진단, K-방역에 이어 백신 수급도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은 그나마 다행인 편이다. 지금처럼 방역 당국과 국민이 힘을 모은다면 오는 11월께 집단면역을 이뤄 마스크 없이 거리를 활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된다.

이 시점에서 “좋은 위기를 낭비하지 말라”는 윈스턴 처칠의 말을 되새겨본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정보화사회로 변화하는 기회로 만들었듯이, 이번 팬데믹 위기도 또 다른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마땅하다. 정부에서 발 빠르게 한국판 뉴딜, 소재·부품·장비 고도화, 바이오헬스산업 경쟁력 제고, 2050 탄소중립 등의 중장기 목표를 제시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조치였다. 정부와 민간이 함께 인내심을 가지고 장기적으로 추진해 반드시 성공해야 할 과제들이다. 위기 상황에서 결집하는 우리 특유의 국민성이 또 한 번 발휘되리라 기대해봐도 좋지 않을까?

코로나19 팬데믹을 또 다른 기회로 만들기 위해 무엇보다 팬데믹이 제기한 경고와 교훈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지금까지 인류가 지구의 에너지와 자원을 함부로 써 왔다는 것, 그리고 감염병, 기후변화 등의 글로벌 문제는 앞으로 더욱 자주, 더욱 어려운 형태로 우리를 찾아올 것이라는 경고다.

이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바로 인포데믹(Infordemic)이다. 정보(Information)와 유행병(Epidemic)의 합성어로, 잘못된 정보가 소셜미디어를 타고 급속도로 퍼져나가는 것이 전염병과 유사하다는 데서 생겨난 인포데믹은 코로나 이전에도 있었던 용어지만 코로나19 팬데믹에서 그 심각성이 더욱 도드라졌다. 코로나바이러스와 5G 통신시설 사이의 관계, 코로나 치료제로 잘못 알려진 물질들, 백신에 대한 괴소문과 오해 등 팬데믹의 주요한 장면마다 빠짐없이 가짜뉴스들이 등장했다. 초연결과 초지능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진행과 함께 진짜보다 진짜 같은 가짜뉴스들의 전파 속도도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이 빨라지고 있다. 인포데믹은 대중의 불안심을 자극해 불평불만과 집단행동을 야기하고, 금융시장을 혼란시켜 경제적 피해를 일으키기도 하며, 계층 간 갈등을 잉태하는 등 그 피해가 실로 막심하다.

사회갈등지수가 OECD 상위권에 속하고,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적게는 수십조에서 수백조원에 달하는 우리나라에서 갈등 해소는 국가적으로 시급한 과제다. 갈등 해소를 위한 단방약(單方藥)은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수많은 갈등의 근저에 가짜뉴스가 있다는 것이다. 정확한 사실을 이야기해줄 수 있는 과학기술과 과학기술인의 역할이 중요하고 절실한 이유다. 전문가가 용감하게 팩트를 말하고, 국민이 전문가를 신뢰하는 문화가 만들어진다면 가짜뉴스는 설 자리를 잃고 갈등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단계부터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가짜뉴스에 대해 침묵하지 않고 팩트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가 바로 갈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야 할 전문가들이 말을 아끼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에서 가짜뉴스와 맞서 싸우고 있는 일선의 과학기술인의 노력에 아낌없는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김상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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