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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포커스] ‘꼼수증세’ 공시가격 급속 인상

4·7 재보선 부동산 민심에 화들짝 놀란 정부와 여당이 '종부세 완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종부세 과세 등을 위한 공시가격 기준을 현행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하는 종부세법과 지방세법 개정안이 여당에서 발의됐다. 1주택자 조세 부담을 줄여준다는 명분으로 지난해 11월 확정한 재산세 감면을 위한 공시가격 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높이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종부세 현실화는 세금폭탄 아니다”며 야당을 향해 항변했던 정세균 전 총리와 홍남기 대행도 성난 민심의 역풍을 피해 가려는 모양새다. 사실 이러한 정책 방향은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서 입법(안)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제기돼온 주장이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해 11월 초 정부의 ‘부동산 공시가 현실화 계획’ 발표다. 향후 5~10년에 걸쳐 공시가격을 시세의 90%까지 높이기로 확정한 것이다. 해당 로드맵이 처음으로 적용되는 올해는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전국적으로 19% 넘게 급증해 14년 만에 최대폭의 인상률을 기록했다. 경기도는 24%, 세종은 무려 70%가 넘었다.

이러한 공시가격의 급속 인상은 수많은 부작용을 초래한다. 고가 주택 소유자뿐 아니라 집 한 채 가진 서민에게도 세금폭탄을 안길 수 있다.

올해 서울 아파트 4채 중 1채가 종부세 대상이다. 이대로라면 9년 뒤 수도권 주택 대부분이 종부세 대상이 된다. 6억원 미만 1주택자의 재산세 감면 카드로 공시가 급등에 따른 '벼락거지 쇼크'를 피해 가려 하지만 이 또한 떳떳하지 못한 ‘얍삽’으로 보인다. 공시가 시세반영률이 10%포인트 커지면 6억원 미만 1주택자의 재산세가 지금보다 오히려 많아진다.

무주택 서민도 피해갈 수 없다. 임대차 3법의 강행에 따라 폭등한 전·월세가 공시가격 급등과 겹치면서 전세매물이 자취를 감추는 등 세입자들의 고통도 덩달아 커진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공시가격 급증은 부동산세금과 건강보험료 부담 증가는 물론, 수급 대상 선정 기준을 초과하면서 기초노령연금, 국가장학금 수급 대상 탈락자가 급증할 수 있다. 정기적 수입이 없는 은퇴가구와 고령자에게는 심각한 타격일 수밖에 없다.

공시가격 제도가 올바르게 시행되기 위해서는 작금과 같은 급속한 인상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의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적정 공시가격 (인상) 수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 또는 국민적 공감대가 우선돼야 한다. 무엇보다 시세 대비 60~70% 수준인 현재의 공시가격을 5~10년 이내에 90%로 일괄 적용하겠다는 목표 자체가 비현실적이고 바람직하지 않다.

부동산 시세는 급등락하거나 장기간 상승 및 하락하는 경우도 많으며, 개별 주택의 가격 자체를 정확히 평가하기도 어렵다.

이러한 실정을 고려할 때 목표 공시가격은 시가의 80% 수준으로 맞추고, 목표 도달 시기도 5~10년에서 20년 정도로 늦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태 간의 급등에 따른 국민의 세금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한 해 정도는 공시가를 동결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이종인 여의도연구원 경제정책2실장·인하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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