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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젠더 갈등 속 감정 싸움으로 번진 징병제도…“본질 흐리는 일”[촉!]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여성 징병’ 청원 26만여명 동의
여성 징병제 관련 실제로 남녀 간 갈등 격화되며 지속
전문가들 “정치권, 젠더갈등 만들어…본질 흐려” 지적
“젠더갈등 현실 피할 수 없다면, 이를 인정하고 논의해야”
군대에서 군인들이 훈련을 받고 있는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여성 징병제 논쟁이 격화되면서 젠더 갈등(남녀 갈등) 역시 고조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남녀 갈등을 전제로 한 징병 제도 논의를 지양하고 합의점을 찾아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30일 낮 12시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현재 청원이 진행중인 ‘여성 징병’ 청원 글은 2개다. 이 중 ‘여성도 징병 대상에 포함시켜 주십시오’가 26만여 명, ‘여성 징병제 청원에 추가 청원입니다’가 7000여 명의 동의를 받았다.

반면 여성 대신 20세 미만의 남성을 군대에 보내라는 내용을 담은 ‘여성 징병 대신에 소년병 징집을 검토해 주십시오’ 청원 글은 5000명 가까운 동의를 얻었다.

여성 징병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실제 남녀 갈등 역시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는 20대 남성 윤모 씨는 “취업 준비를 하다 보니 군대에서 보낸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며 “예전처럼 모든 여자가 결혼해 출산하는 시대도 아닌 이상 여성도 일정 부분 강제 징병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반면 세종시에 거주하는 30대 여성 조모 씨는 “직장 생활을 하고 결혼을 하면 여전히 많은 것들이 남성에게 유리하게 돌아간다는 점을 느낀다”며 “여성 징병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징병 제도가 정치권의 영향으로 남녀 간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의 저서 등을 통해 ‘남녀평등 복무제’를 제안하면서, 여성 징병제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한미경 전국여성연대 상임대표는 “지난 7일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하면서 여성 징병 논의가 불거졌다고 본다”며 “정부 여당이 남녀 편가르기를 통해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대 남성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징병 문제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과연 여성 징병이 20대 남성의 박탈감을 해소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며 “여성 징병은 본질적인 접근이라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도 “국방력 강화와 관련된 논의의 상위 개념으로 젠더 이슈가 논의된다면, 이는 본질을 흐리는 일이 될 것”이라며 “징병 제도는 국가 안보 전략을 바탕으로 고민해야 할 일이지 젠더 갈등을 전제로 해선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격화되는 갈등을 인정하고 충분한 합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방력 향상에 여성 징병제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는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징병제와 관련해 남녀 갈등이 있다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여성단체 등과 합의를 통해 이런 갈등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군축 필요성을 강조하며 여성 징병제를 반대하는 신미지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간사는 “젠더 갈등을 부각시키면 징병 논의가 아니라 아예 다른 논의를 하게 될 우려가 있다”며 “남녀 문제와 상관없이, 현행 군 제도 자체가 가진 문제에 대해 신중하게 다 같이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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