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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식은 담음새...이야기를 담아야”[셰프열전]
최병석, 롯데호텔 ‘무궁화’ 조리장
알려지지않은 식재료 찾는것 ‘낙’
명월초 활용...풍부한 맛 효종갱
서울 형상화 ‘시그니처 디저트’
“전통한식의 민간외교관役 하고싶어”
효종갱
시그니처 디저트

“나의 음식 철학은 잊혀져 가거나 아직 알려지지 않은 전통 식재료를 찾아서 우리의 맛을 내고, 아름다운 담음새와 이야기를 담은 음식을 만드는 것이다”

지난해 7월부터 호텔 한식당 중 가장 오랜 전통을 지닌 롯데호텔 서울의 ‘무궁화’를 총괄하게 된 최병석 조리장은 25년간 한식 요리만 고집해 온 한식의 장인이다. 그는 잊혀졌거나 꽁꽁 숨겨진 전통 식재료를 찾는 것이 가장 재미있다. 정기적으로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며 토종 식재료를 찾아다니는 것이 그의 낙이다. 그는 “맛의 방주에 등재된 팥장, 제주 푸른콩된장, 울릉도 홍감자, 삼나물 등과 같이 사라져 가는 한국의 토종 식재료를 활용한 메뉴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맛의 방주’는 비영리단체인 슬로푸드 국제본부가 추진 중인 전통 음식 보존 프로젝트다.

최 조리장이 최근에 발견해 요리에 활용한 전통 식재료는 바로 ‘명월초’다. 명월초는 진시황이 찾아 헤맸던 ‘불로초’로 널리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당뇨에 효과가 있어서 ‘당뇨초’라고도 불린다. 명월초는 몸 속 산소량을 올려주는 항산화 작용을 통해 면역 세포의 활성화를 도와줘 각종 병원균이나 바이러스로부터 보호해 주는 효능이 있다. 최 조리장은 명월초를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다 짭조름하게 무쳐 무궁화의 주력 메뉴인 한우 안심구이와 함께 가니쉬로 내고 있다.

최 조리장은 또 각 음식에 스토리가 담겨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일환으로 그가 무궁화를 맡은 후 가장 먼저 개발한 음식이 바로 조선시대의 해장국인 ‘효종갱’이다. 효종갱은 ‘새벽 종이 울릴 때 먹는 국’이라는 뜻으로, 조선시대 남한산성 일대에 밤새 달인 국을 파발 항아리에 담아 새벽을 알리는 타종이 울릴 때 양반집에 보낸 국내 최초의 배달음식이다. 최 조리장은 며칠간 푹 곤 사골 육수에 시원한 맛을 더하는 얼갈이배추, 콩나물 등을 넣고 장시간 끓인 후 한우 양지와 스시, 전복 등을 얹어 효종갱을 완성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언택트(Untact) 문화가 확산하는 트렌드에 맞춰 최초의 배달음식인 효종갱을 재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효종갱의 재현 과정은 쉽지만은 않았다. 최 조리장은 조선 후기 문헌 ‘해동죽지’에 기록된 전통 요리법대로만 조리하면 우리 입맛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전통 요리법을 기본으로 하되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재해석하는 과정을 거쳤다. 일례로 식재료 중 호불호가 있는 해삼 대신 모두가 좋아하는 바닷가재를 넣었다. 덕분에 바닷가재의 쫄깃한 식감이 다른 식재료와 잘 어우러져 맛이 더 풍부해졌다. 이와함께 동충하초도 넣어 든든하면서도 깊은 감칠맛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최 조리장이 스토리를 담아 개발한 또 다른 음식은 코스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시그니처 디저트’다. 담음새를 중시하는 그의 철학처럼 디저트 접시에 서울의 자연이 그대로 담겨 있다. 접시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푸른색 초콜릿의 한강을 중심으로 윗쪽에는 남산과 구름을 형상화 한 디저트가, 아랫쪽엔 집과 사람들을 형상화 한 과일과 한과가 위치해 있다. 디저트가 나오면 누구나 휴대폰 카메라를 들이댈 수밖에 없을 정도로 ‘아트 오브제’처럼 느껴진다. 한식의 디저트로 보통 과일이나 양갱, 한과 등을 기대하는 점을 고려하면 그의 시그니처 디저트는 가히 혁명적이다.

그가 올해 가장 신경쓰고 있는 부분은 아무래도 미쉐린의 평가다. 전 세계 미식가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아 온 미쉐린 가이드가 국내 식당들 중 최고 등급인 ‘3스타’를 준 곳은 모두 한식당인데, 안타깝게도 무궁화는 미쉐린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물론 미쉐린의 명성이 최근 공정성 논란으로 예전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자존심이 상할 수 밖에 없다.

최 조리장은 “호텔 한식당 중 가장 전통있는 무궁화는 늘 한식의 선두주자로서 노력하고 있다”며 “올해 미쉐린 스타를 획득하는 것은 물론, 분기마다 계절감 있는 새로운 음식을 선보이며 전통 한식을 알리는 민간 외교관으로서 역할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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