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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플앤스토리] 카카오페이 류영준 대표 “기술을 만난 새로운 금융…이제 중심은 이용자입니다”
통화 국경 허문 보이스톡 개발
기술로 더 나은 세상 추구해와
테크핀·플랫폼, 새로운 인프라
이용자 중심 대전환 바탕될 수
블록체인·소비자중심 금융으로
다가올 글로벌 무한경쟁에 대비

[대담=홍길용 금융부장, 정리=성연진·박자연 기자] “닷컴 버블 때 주식이 크게 오르는 것을 봤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이 이렇게 큰 가치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데 충격을 받았다. 지금은 이 변화의 주인공이 아니지만, 다음엔 주인공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10년 주기로 경제위기가 온다고 하지만, 오히려 10년 주기로 ‘큰 변화(Next big thing)’이 왔다. 지금 다시 큰 변화가 진행 중이다”

공인인증서 없이 여섯 개의 숫자만으로 간편 결제를 이끌어 낸 사람. 카카오톡의 보이스톡 개발자. 동시에 기업 가치가 10조원대로 추정되는 예비 상장사 카카오페이의 비즈니스를 이끄는 사업가.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이사는 하나의 수식어로 부족하다. 판교 카카오페이 본사에서 만난 류 대표는 체면이나 격식의 무게를 덜고 경쾌한 대화를 이어갔다. 집무실도 따로 없는 대표이사. 그는 접견실에서 손님을 맞는다고 했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이사 [카카오페이]

-올해 기업공개(IPO)를 비롯해 카카오페이의 일정이 바쁘다

▶이벤트가 특히 많다. IPO, 디지털손보사, 마이데이터, 주식서비스까지. 1년에 1~2개 하기도 힘든 일들을 올해 네 개나 진행하고 있다.

-입사 만 10년 만에 많은 것을 이뤘다.

▶카카오가 이 정도로 커질 것이라 생각 못했다. 모바일 영역에서 큰 회사가 나올 것이란 생각이 있었는데, 메신저를 잡은 카카오였다. 먼저 문을 두드렸다. “저는 음성통화 기술을 가진 개발자인데, 카카오톡에서 음성통화 기능이 들어가면 좋을 것 같다”고. 보이스톡의 시작이다.

-카카오 전 직장인 삼성SDS는 촉망받는 회사고, 카카오톡은 모바일 혁명이 시작된 지 얼마 안됐던 시점에 이직은 큰 결정이 아니었나.

▶컴퓨터공학 전공이라, 대학 때부터 IT 회사에서 개발 아르바이트를 했다. 사회생활을 직원이 7명인 작은 모바일 회사에서 시작했고, 그 회사가 직원 200명 규모로 성장해 코스닥에 상장했다. 이쯤 되니 도대체 큰 회사는 어떻게 돌아가나 궁금해서 삼성 SDS에 들어갔다. 1년 후 배울 것은 배웠고, 스타트업이 내게 맞다는 생각에 카카오로 이직했다. 망설임은 없었다.

-카카오톡이 나오고 보이스톡이 사용되면서, 통신 산업이 데이터 산업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났다. 혁신이 일어나고 사용자 효용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보이스톡 사례는 금융과 닮았다

▶입사 후 3개월 만에 보이스톡을 개발했다. 이를 기점으로 통신사 요금제가 무료 통화 제공이 아닌 무료 데이터를 기준으로 바뀌었다. 견제도 있었다. 때문에 기술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자는 목표가 있었는데, 기술은 수단이고 목적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중요한 것은 이해 관계자의 갈등을 조절하고 설득하는 것이었고, 이를 위해선 사업 역량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보이스톡에서 갑자기 금융으로 넘어왔다.

▶2013년에 테슬라를 타 볼 기회가 있었다. 큰 아이패드를 탄 느낌이었다. ‘이제 모든 비즈니스의 미래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다’고 생각했다. 자동차는 앞으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판이 바뀔 것이고 다음은 무엇일까 생각했는데, 그것이 금융이었다”

금융은 인터넷뱅킹이 있긴 했지만, 거의 백 년 가까이 변화가 없었다. 어떻게 기술과 금융이 결합해 혁신이 일어날 수 있을까 보기 시작했다. 대출, 투자, 보험은 사이즈는 크지만 이용 빈도수가 너무 낮았다. 카카오의 성공이 일상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커뮤니케이션을 공략했기 때문이었던 것처럼, 금융에서 잦은 거래(transaction)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지불결제와 송금이었다.

-금융은 라이센스 취득이 쉽지 않고, 취득 시 법의 지배를 받는다. 피하고 싶어하는 영역인데 카카오페이는 경쟁사와 달리 라이센스를 얻고 규제도 받는다.

▶혁신을 하려면, 밖에서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판매 채널에서의 혁신은 라이센스 없어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금융 섹터에서 판매 채널 혁신만으로는 금융 전체를 혁신하기 어렵다. 라이센스가 있어야 진정한 혁신이 나올 수 있고, 그래야 변화의 동력이 된다.

-은행사, 카드사, 증권사 모두 비즈니스 모델이 거의 비슷하다. 어디를 가서 서비스를 받아도, 비슷한 서비스를 비슷한 가격에 받는다. 공급자 중심이다.

▶카카오페이는 ‘금융을 소비자 중심으로 바꾸는 것’을 지향한다. ‘e커머스’가 나오기 전에는 상거래(commerce)도 공급자 중심이었다. 물건을 사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마켓에 가야했다. 이커머스가 나오면서 가격 비교가 가능해졌고, 경쟁이 일어나면서 소비자 중심으로 변화했다.

금융은 여전히 공급자 중심이다. 이전에는 대출 받으려면 휴가를 내고, 서류를 떼고 은행을 돌아다녀야 한다. 은행 입장에서는 가만히 있어도 소비자들이 찾아오는 셈이다. 카카오페이의 ‘내 대출 한도’ 서비스를 보면, 각 금융사에서 해당 사용자에게 줄 수 있는 대출 상품과 금리, 한도를 보내오고, 사용자들은 모바일 안에서 여러 상품 중 원하는 것을 선택하면 된다. 5분 이면 된다. 결국 소비자 중심으로 갈 수 밖에 없다.

-금융권은 거대 IT를 두려워한다. 우월적 지위나 독점적 지위로 시장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만들고 싶은 생태계는 어떠한 것인지 궁금하다.

▶카카오페이는 플랫폼으로, 금융사는 파트너다. 카카오페이 플랫폼 안에서 여러 상품을 팔아 서로의 판 을 키우는 역할을 한다. 카카오페이는 실제로 우리나라의 펀드 투자 인구를 늘리는 데 기여했다. 보험도 마찬가지로, 사용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바꿀 것이다. 보험 시장도 우리로 인해 커질 것이라고 본다.

-테크핀과 핀테크라는 말이 있다. 두 개의 차이가 있다면?

▶핀테크는 기존 금융사 관점에서 금융 서비스를 더 좋게 만드는데 기술을 활용한다면, 우리는 기술로 새로운 금융을 만드는 관점으로 고민한다. 앞뒤가 다르지만 큰 차이가 있다. 송금으로 예를 들면, 기존 금융권은 ‘이체 기능을 편하게 만들자’, ‘모바일로도 만들자’ 정도에 머무른다면, 우리는 재미있게 돈을 보내는 서비스를 만들까 생각한다.

-편해지다 보면,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독과점, 보안 등 안전에 대한 부분이 근본적인 리스크라고 본다.

▶금융의 최우선 가치는 신뢰와 보안이라고 생각한다. 그 다음이 편리함이다. 막연히 ‘쉬우니까 보안이 약할 것’이라는 우려는 사실과 다르다. 생체 인증이 공인인증서보다 안전하다. 편리함과 보안성이 꼭 반비례하지는 않는다. 기술이 더 편하고, 안전한 것을 만들 수 있다.

-구글, 네이버, 야후 등 검색시장이 바뀌는 데 10년이 걸리지 않았다. 디지털화폐가 나오면 변화는 더 빨라질 테고, 빅테크 역할이 있을 것이다. 글로벌 경쟁에 대한 구상은.

▶블록체인이 10년 내 큰 변화(next big thing)로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카카오페이와 같은 플레이어 간의 글로벌 경쟁이 이뤄질 것이다. 그 준비는 우리도 하고 있다. 조금 아쉬운 것은 해외에서는 블록체인, 크립토 등 시도해볼 수 있는 여건이 있는데 국내는 법적인 정의가 없어 불가하다. 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정도 풀릴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페이의 증권과 보험, 컨셉은 어떻게 가져갈 건가

▶보통 투자란, 목돈을 만든 후 시작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카카오페이는 투자는 목돈을 만들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금융의 문화를 바꾸는데 일조하고 싶다. 적은 돈으로도 할 수 있는 것이 투자라고 말하고 싶다. 펀드 투자는 1000 원부터 할 수 있고, 동전 모으기나 알 모으기를 하면 1원까지도 소액 투자가 가능하다. 몰아서 투자를 하는 것 보다는 여러 상품에 나눠서 투자할 수 있도록 서비스에 우리의 지향점이 모두 녹아있다.

주식 투자서비스도, 다양한 섹터로 안전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서 투자할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다. 적은 돈으로도 투자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보험도 최소한의 비용으로 생활에 필요한 것을 보장하기 위한 보험을 생각하고 있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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