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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욕먹고 목숨 걸고 달려야 이 정도 법니다” 배달라이더 수익 ‘고백’
위험하게 도로를 주행하는 이륜차 배달기사의 모습. [헤럴드DB]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이렇게라도 벌고 싶으면 따라 해 보세요. 하지만 추천하지 않습니다..”

신호 및 속도위반으로 높은 수익을 거뒀다는 한 배달기사의 ‘고백’이 화제다. 하루 7시간 동안 30건에 달하는 배달을 과속으로 무리하게 처리한 사례다. 과속 배달은 본인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안전까지 위협하기 때문에 동업자들 사이에서도 비난의 대상이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라이더들이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오히려 공감을 얻는 분위기다.

최근 배달업자들이 이용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배달의민족이 운영하는 배달대행사 배민라이더스를 통해 배달업을 하고 있다는 한 40대 남성 회원 A씨의 수익 인증 글이 올라왔다. A씨는 지난 20일 하루 7시간 40분 동안 이륜차를 운행해 29건의 배달을 완료하고, 19만8300원의 수익을 올렸다. 시급으로 치면 약 2만6000원 수준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앞서 이 커뮤니티에 수익을 인증하고 화제가 됐던 ‘역대급 사례’와 비교하면 사실 많은 금액은 아니다. 지난 7일에는 하루 동안 쿠팡이츠를 통해 75만원에 육박하는 수익을 올렸다는 인증글이 올라왔다. 무려 14시간 동안 82건에 달하는 배달을 처리한 경우다. 지난 겨울에는 폭설에 따른 할증 등을 받아 사흐 동안 95만원의 수익을 올렸다는 후기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번 수익 인증이 동업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모은 것은, 라이더 스스로 신호와 속도 위반 등 교통법규 위반 사실을 털어놓으며 라이더들이 처한 현실을 드러냈기 때문으로 보인다. A씨는 “뚫려 있는 길에서는 시속 100~110㎞로 달리기도 한다”며 “예전처럼 수익을 올리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렇게 돼버렸다. 신호를 무시한다고 욕해도 할 말은 없다. 사과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플랫폼에서 배정하는 인공지능(AI) 콜만 수행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최근 쿠팡이츠에서 사용돼 논란이 됐던 ‘지지기’ 등 꼼수 없이는 예전과 같은 수익을 올리기 어려워졌음을 시사하는 하는 부분이다. 지지기란 핸드폰으로 안내된 정보를 직접 확인하고 손으로 클릭 및 터치해서 수락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기 위한 일종의 매크로 프로그램이다. 현재 쿠팡이츠는 이같은 프로그램이 실제 작동 가능한지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배달 수요가 급증한 지난해 중순 이후, 일부 배달 라이더는 사회적으로 화제가 될 만큼 고수익을 거뒀다. 하지만 이후 일반인 투잡, 아르바이트족(族)이 대거 유입되면서, 최근에는 여건이 예전같지 않다고 배달업자들은 입을 모은다. 배달라이더 노무에 관여하는 한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산업의 특성상 일감의 양이나 보수가 수요공급에 따라 즉각즉각 움직인다”며 “예전만큼 벌어보려는 기사들은 더 오래 일하거나, 교통법규를 위반하게 되는 상황에 처해있다”고 진단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오프라인 결합(O2O) 서비스 종사자는 약 58만명으로 전년의 53만7000명과 비교해 8.1% 늘어났다. 이 중 플랫폼 노동자에 해당하는 외부 서비스 인력은 약 56만명으로 전체 종사자의 96.8%를 차지하고 있다. 기업에 직접 고용돼 고정 수익을 올리는 인력은 약 1만8000명에 그친다.

물론 직고용된 라이더는 업무 지시에 따를 의무를 지면서도 수입은 업계 평균 수준만 받는다. 자유로운 근무 환경 속에서 일한 만큼 벌어가는 플랫폼 노동을 선호하는 라이더들이 여전히 적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배달 인력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기대 수입이 줄어들고 있다고 느끼는 라이더들이 많아지면서 플랫폼 노동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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