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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트코인 좀 건들지 말라” 흙수저 진짜 희망인가
[123rf]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코인을 하지 말라고요? 그럼 집값을 지금 정부 이전으로 돌려주세요.”

정부가 최근 암호화폐 열풍에 대해 잇달아 경고메시지를 내놓으면서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암호화폐를 유망 자산으로 꼽는 일부 20대 남성을 중심으로 청와대 청원 움직임이 일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 암호화폐 투자가 가장 유망하다고 보는 20대의 비중은 10분의 1에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비트코인 좀 그만 건드리세요. 한국 20·30대 남자들은 평생 노예로 살아야 합니까?’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와 하루 지난 23일 오후 4시 현재 2만5734명의 동의를 얻었다. 아직 게시물 주소를 알아야만 청원에 참여할 수 있는 ‘비공개 청원’ 상태이지만 같은 날 게재돼 이미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개 청원’으로 전환된 다른 어떤 게시글보다도 많은 동의를 얻고 있다.

[청와대 청원 홈페이지 갈무리]

글쓴이는 정부가 암호화폐시장에 부정적인 메시지를 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정부) 임기 4년 동안 아파트값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려서 집이 없던 사람들은 순식간에 ‘벼락거지’가 됐고 결혼도, 자녀를 낳는 것도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와 대한민국 건국 이래 역대 최저의 출산율을 기록 중”이라며 “청년 대부분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코인을 시작했고 그 돈으로 집을 사는 흙수저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재보궐선거가 끝나자마자 정부에서는 연일 코인에 대해 규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했다.

특히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에 참석한 은 금융위원장은 최근 암호화폐 열풍과 관련해 “하루에 20%씩 올라가는 자산을 보호해주면 오히려 더 그쪽으로 간다고 확신한다”며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이야기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젊은 층 투자자들을 훈계하는 듯한 발언 자체도 논란이 됐지만 발언 이전 6000만원대였던 비트코인이 현재 5000만원대 중반으로, 10% 이상 폭락하자 비난의 화살이 은 위원장으로 향했다.

청원인은 “금융위원장이 망언으로 전국 수백만 청년의 통장 잔고를 아작냈다”며 “그런데도 세금은 22%를 부과하는데, 노점상 돈 뜯는 깡패들도 자리세 낸 사람들은 보호해준다”고 했다. 해당 청원과 별개로, 지난 22일 게재된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은 하루 만에 4만8000명에 육박하는 동의를 얻고 있기도 하다.

암호화폐시장에 대한 정부의 부정적 진단을 경계하는 목소리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일에도‘[20대 청년의 호소문] 문재인 대통령님 전 하루에도 몇 번씩 극단적 선택을 고민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와 8000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는데, 이 청원인도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2030을 욕하지 마라. 불안한 미래를 벗어나고자 하는 청년들의 작은 몸부림”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20·30세대가 암호화폐 투자에 희망을 걸고 있을까. 지난달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이 내놓은 조사 결과를 참고할 만하다. 한경연은 전국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일자리 전망 국민인식’을 조사하면서 ‘연령별·성별 가장 유망한 재테크 수단’을 함께 물었다.

지난달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전국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일자리 전망 국민인식’을 조사하면서 ‘연령별·성별 가장 유망한 재테크 수단’을 함께 물었다. [한국경제연구원 자료]

부동산, 주식, 실물 자산, 예·적금, 암호화폐 등 수단 중 ‘암호화폐가 가장 유망하다’고 답변한 비중은 20대가 9.5%(응답자 179명 중)로,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았다. 하지만 다른 자산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주식(40%)을 가장 유망한 자산으로 꼽았고, 이어 부동산(27.6%), 암호화폐(9.5%) 순이었다.

암호화폐를 유망하다고 본 30대 비중도 일반 인식과 달리, 낮은 편에 속했다. 응답자 중 4.3%만이 암호화폐를 가장 유망한 자산으로 꼽았다. 60대 이상(3.2%)을 제외하면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다. 대신 부동산(33.4%), 주식(28.8%), 기타(13.4%), 실물 자산(8.3%)이 유망하다고 전망했다.

성별로는 남성이 여성보다 암호화폐를 더 유망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성 응답자 중 암호화폐를 가장 유망하다고 꼽은 비중은 4.2%에 그쳤지만 남성의 비중은 그 배인 8.0%에 달했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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