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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아프냐” “얼마나 기다리냐”…‘신속 PCR검사’ 첫발 뗀 서울대
등온핵산증폭법(LAMP) 기술 기반…민감도·특이도 95 이상
한 장소에서 검체 채취·진단까지…“2시간 이내 결과 통보”
체취방식·대기시간 등 놓고 조율중…“현장형 검사가 핵심”
23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관악캠퍼스 자연대강의실험연구동(25-1동) 주차장에서 신속 분자진단검사 시운영이 진행되고 있다.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이 보인다. 주소현 기자/addressh@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몇 번 채취소에서 검사 받았어요? 오른쪽 눈에서 눈물이 찔끔 나네.” “저는 하나도 안 아팠어요. 이 정도면 매주 검사해도 되겠는데요.”

23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관악캠퍼스 자연대강의실험연구동(25-1동) 주차장에 설치된 코로나19 신속 분자진단검사소에서 검사를 마치고 나온 교수와 교직원들은 이같이 소감을 나눴다.

1시간 후면 검사결과 통보…교직원 60여명 시운영 참여

서울대는 캠퍼스 정상화와 안전한 대면 환경을 만들기 위해 2시간 이내에 결과가 나오는 신속 분자진단검사를 도입한다. 이에 앞서 교직원 60여 명이 지난 22일과 이날 시운영에 참여했다. 오는 26일부터는 현장 실험·실습이 필수적인 자연대 대학원생과 교직원 등 2700여 명을 대상으로 본격적으로 진단검사가 시행된다.

자연대강의실험연구동 주차장에는 체온 측정과 문진표 작성을 위한 부스, 검체 채취소 3곳, RNA모듈, PCR 모듈 컨테이너, 양성 판정이 나온 검사자들을 위한 격리 부스 등이 설치돼 있었다. 검사를 받으러 온 교직원들은 거리두기와 원활한 흐름을 위해 길게 마련된 줄을 돌아 들어서서 문진표를 작성하고 체온을 측정했다. 입구에 안내된 QR코드를 통해서 모바일로 문진표를 작성해 시간을 줄일 수도 있다.

이름 등이 기입된 스티커를 붙인 시약을 받아서 3개의 체취소 중 한 군데로 가서 콧속으로 면봉을 넣는 비인두도말 PCR검사를 받는다. 검사 후 바로 뒤에 있는 검체 보관함에 시약을 넣으면 끝이다. 추출 장비에 1명의 검체를 넣어 결과가 나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40분 안쪽이다. 서울대 측은 검체 20개를 모아 진행해도 1시간30분 이내로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결과는 모바일을 통해 약 1시간 후에 통보된다.

이날 검사를 받은 박융수 서울대 사무국장은 “오늘(23일)은 자연대 구성원이 아니어도 누구나 받을 수 있어 왔다”며 “과거 검사에 비해 이물감도 없고 편하다”고 했다. 이어 “보통 증상이 있을 때에만 검사를 받는데 불안하면 이제는 증상이 없어도 학교 안에 검사소가 있고 2시간이면 결과가 나와 활동하는 데 안심이 된다”며 “총장께서 학교 전체로 확대하실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 연구처 직원 최모(42) 씨도 “학교 안전을 위해 주기적으로 검사받으면 좋겠다”며 “교직원은 특성상 필수 인력이 있어 재택에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이어 “전에 받아 본 검사에 비해 안 아프다”며 “이 정도면 주 1회 받아도 되겠다”며 웃었다.

오세정(왼쪽 두 번째) 서울대 총장이 23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관악캠퍼스 자연대강의실험연구동(25-1동) 주차장에서 신속 분자진단검사 시운영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주소현 기자/addressh@heraldcorp.com
오세정 서울대 총장 “향후 예체능계열 등 검사대상 확대”

서울대는 등온핵산증폭법(LAMP)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신속 분자진단검사를 도입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정식으로 허가를 받은 신종 코로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 시약을 사용하고 민감도와 특이도가 각각 95% 이상인 정확성을 보인다.

신속 항원검사는 충분히 많은 항원(단백질)이 나오지 않으면 검출이 어렵지만, 신속 분자진단 검사는 소량의 바이러스만 존재해도 핵산 증폭 방법을 통해 진단할 수 있어 무증상 감염자와 잠복기 감염자도 구별할 수 있다. 또한 일반 PCR검사보다 짧은 시간에 유전자를 대량으로 증폭시킬 수 있어 더 빠르게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빠른 시간 내에 결과가 나올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검체를 채취한 장소에서 진단까지 한다는 점이다. 진단 검사 설비를 관리하는 안철홍 더아이홀딩스 대표이사는 “검체를 따로 옮기지 않고 같은 장소에서 바로 결과까지 나온다는 게 핵심”이라며 “컨테이너 등 시설이 크지 않아 향후에 트럭 등에 싣고 초중고교별로 이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는 이 진단 검사가 감염이 의심되는 사례를 선제적으로 찾아내는 자체 검사이므로 양성 결과가 나올 경우 보건소 선별진료소 등으로 가 확인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안내한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상 감염병 병원체 확인 기관이 지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서울대 연구처 관계자는 “본인과 주변이 피해를 입을 수 있어 위음성뿐 아니라 위양성도 문제”라면서 “양성이 나올 경우 검체를 한번 더 검사하면 정확성이 거의 100% 가까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시운영에 참여한 서울대 연구처 직원들은 검체 체취 방식, 대기 시간 등을 두고 세부 사항을 계속 논의했다. 향후 진단 검사를 확대 시행할 경우 주 1회씩 대학 내 모든 구성원을 대상으로 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탓이다. 이현숙 서울대 연구처장은 “이 검사의 핵심은 빠르고 쉽고 편하게 일상생활과 더불어 하는 것”이라며 “현장형 검사가 될 수 있도록 예약도 30분당 20명 이내로 인원을 꽉 채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는 오는 6월 14일까지 자연대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한 시범 운영을 한 뒤 여름방학 계절학기나 2학기에 학내 모든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확대할지 검토 중이다. 황선엽 서울대 연구부처장은 이번 검사에 대해 “지난 1년여 동안 대면 강의로만 진행했던 대학의 기능이 마비됐고 학생들의 생활이 방치돼 왔다”며 “대학이 단순히 수업만 듣는 곳인지,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세정 서울대 총장도 현장을 방문해 검사 과정을 지켜봤다. 오 총장은 현장에서 대면 수업 확대를 위해 다른 대학과 기관이 해당 검사를 도입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나타냈다. 향후 검사 대상을 교내 다른 곳으로 확대할 뜻도 밝혔다.

오 총장은 “서울대에서 해당 검사를 처음 시도하지만 가능하면 다른 대학에도 퍼져서 대면 수업의 계기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며 “서울대에서 먼저 실험해 보고 잘 작동되면 다른 기관이나 비슷한 학교에서 도입했으면 한다. 코로나19로 많이 위축돼 학생 지도 역할도 잘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대에서도)코로나19 신속 검사가 자연대 외 다른 단과대까지 확대되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실험, 실습이 필요한 자연대 외에도 음대, 미대, 체육교육과 등 꼭 학교에 와야 하는 전공이 있다. 자주 학교에 나오고 밀집도도 높은 대학원생들은 (코로나19 여부를)체크하면 좋을 것 같아 검사를 시작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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