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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으로 노래하는 초등교사…“80세 할머니도 수어 트로트 배워요”[촉!]
유튜브 ‘주넌쌤의 수어놀이터’ 운영 정준원 교사 인터뷰
“초임지 초등학교 부임 이후 율동 가르치면서 수어 접해”
“수어 대중화 위해 유튜브로 수어 노래교실 열어”
“제2의 공용어 수어, 교육과정 채택되는 것이 꿈”
동요, 가요, 트로트 등으로 수어를 가르치는 초등학교 교사 정준원 씨. [정준원 씨 제공]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웃어요. 웃어 봐요. 모든 일 잊고서, 웃어요 웃어 봐요. 좋은 게 좋은 거죠.” 가수 오석준 씨의 ‘웃어요’를 목소리가 아닌 손으로 부르는 초등학교 교사가 있다. 유튜브에서 노래로 수어를 가르치는 ‘주넌쌤’ 정준원(45) 씨가 그 주인공이다. 20일 제41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노래를 통해 수어의 대중화를 꿈꾸는 ‘주넌쌤’의 이야기를 들었다.

대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정씨가 수어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002년 초임지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정씨는 “아이들에게 노래와 율동을 가르치다가 이와 비슷한 수어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이후 독학으로 수어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수어의 매력에 빠져 한국농아인협회에서 본격적으로 수어를 배워, 2013년에는 대구대 특수교육대학원에서 석사를 취득하기도 했다.

정씨는 수어를 독학하면서 온라인에서 제대로 된 수어 교육이 없는 것을 안타까워 했다. 수어가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좀 더 쉬운 교육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가 유튜브에서 수어 노래 교실을 시작한 것도 그 때문이다.

정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함에 따라 밖에 나가지 못하면서 소통의 벽은 더 높아졌고, 청각 장애인들의 외로움은 더욱 커졌다”며 “수어가 조금이라도 더 대중화가 되면 이런 청각 장애인들이 겪는 불편이 줄어들 것”이라고 희망했다.

정씨가 만든 수어 노래 교실의 콘텐츠는 300여 개에 달한다. 가요부터 동요, 트로트까지 장르도 다양하다. 그는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수어를 쉽게 가르치고 싶어 이렇게 다양한 장르의 노래에 욕심을 부리게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정씨가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지도 만으로 1년 6개월이 지났다. 짧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그간 잊지 못할 추억들도 많이 쌓였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이라고 하면 여든이 넘은 할머니께서 수어로 트로트를 배우시고는 답가를 영상으로 전해 주신 일이 있다”며 “그간의 노력이 보상받는 뿌듯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청각 장애인 형을 위해 수어를 배운 동생으로부터 감사 편지를 받은 일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도 전했다.

수어를 가르치면서 해결하고 싶은 과제도 생겼다. 수어는 2016년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되면서, 한국어에 이어 한국의 두 번째 법정 공용어가 됐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지 못하는 이가 대부분이다. 정씨는 수어가 명실상부한 제2 공용어로서 위치를 찾는데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제2 공용어로서 정규 교육과정에 수어가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노래 교실을 통해 수어를 대중화시키면서 수어가 정규 교육과정에 들어가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하는 것이 지금의 꿈”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정씨는 “수어의 대중화를 통해 청각 장애인이 조금 더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을 담아, 장애인의 날인 오늘도 손으로 노래할 것”이라며 웃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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