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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에...명품 3대장 ‘에루샤’만 콧노래
보복소비에 고가브랜드만 시장독식
국내브랜드 ‘찬밥’-해외명품 ‘원픽’
샤넬·에르메스·루이비통 매출 ‘쑥’
업계 “승자만 시장 독차지”우려도

“오전 9시에 왔는데 5시간째 기다리고 있어요.” 지난 14일 오후 2시께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1층. 명품 브랜드 ‘샤넬’ 매장 앞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아침 일찍 백화점을 방문한 A(25)씨는 “일찍 오면 바로 들어갈 줄 알았는데 백화점 밖에 사람들이 줄 서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방문자들은 ‘샤넬 가격 인상’ 소문에 조바심이 나 매장을 방문했다. 전날 오후에도 매장을 방문했다는 B(48)씨도 이날 오픈런(매장 문 여는 시간에 맞춰서 방문하는 것)에 나섰다. B씨는 “가격이 오르기 전 매장에 살 만한 물건이 있는지 보려는데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날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는 개점 2시간 전인 오전 8시께부터 100여명이 줄 서 있었다.

명품 3대장(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등은 이같은 오픈런 인기에 힘입어 돈을 끌어모으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면세점의 사실상 개점휴업인 상태에서도 불화산처럼 타오르는 명품수요에 높은 실적을 거두고 있는 것.

반면, 국산 브랜드나 중저가 브랜드는 실적이 하락해 고가 브랜드와 격차가 벌어졌다. 패션업계의 승자독식 구조가 견고해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땡큐, 코리아” ‘에루샤’ 실적 뛰었다= 15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브랜드의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샤넬코리아는 지난해 국내에서만 9295억원의 매출을 올려 루이비통코리아 다음으로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매출(1조638억원) 보다 13%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34%나 늘어난 1491억원을 기록했다. 업계는 면세점이 ‘개점 휴업’ 상태임을 고려하면 상당한 매출을 이룬 것으로 평가한다.

루이비통코리아유한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그 전해 대비 33.4% 증가한 1조 46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역시 2배 이상 늘어난 1519억원을 달성했다. 에르메스 역시 지난해 매출이 15.8% 증가해 4191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15.9% 늘었다.

해외명품 브랜드의 매출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유한회사도 주식회사처럼 자산과 매출이 500억원 이상일 경우 실적을 공개해야 하는 신외감법이 시행되면서 실적이 공개됐다.

크리스챤 디올, 펜디와 같은 다른 명품 다른 브랜드로 매출이 두 자릿수 이상 올랐다. 프랑스 브랜드 ‘크리스챤 디올’의 한국 법인인 크리스챤디올꾸뛰르코리아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2.4배 늘어난 104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3285억원으로 75.8%늘었다. 펜디는 지난해 매출이 28% 성장한 787억원을 기록했고, 프라다의 지난해 매출은 2714억원, 영업이익은 174억원을 기록했다.

▶찬밥신세 면치 못하는 토종 브랜드=반면 국내 브랜드·중저가 명품 브랜드는 코로나19로 매출이 크게 줄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고가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며 소비 양극화 현상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쥬얼리 브랜드 제이에스티나는 4년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는 코로나19로 면세점 매출 부진까지 겹치며 영업손실 137억원을 기록했다. 질 스튜어트 등을 보유한 LF는 전년 대비 11.6% 줄어든 77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성주그룹의 MCM은 지난해 매출이 3126억원으로 전년 대비 37% 감소했다.

명품 중에서도 중저가 브랜드는 매출이 반토막 나기도 했다. 국내 법인인 페라가모코리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5억원으로 전년 실적인 92억원보다 크게 줄었다. 매출액은 1056억원으로 29.7% 감소했다.

지난해 전체 패션업계 규모가 줄면서 해외 명품 브랜드의 승자독식 구조는 견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패션시장 규모는 40조8000억원으로 2019년보다 2% 감소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까지 소비 양극화 현상이 심할 것”이라며 “주식 등으로 경제적 여유가 생긴 사람들도 늘어 고가의 명품 인기는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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