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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롤린 군번줄’의 힘...“ ‘기회는 온다’를 믿게 됐죠”
역주행 ‘브레이브 걸스’ 인터뷰
데뷔 6년만에 음방 1위·차트 올킬
4년 공백기 동안 ‘위문열차’ 주무대
거제·해남 등...100번 넘는 스케줄
서로 존중하고 버티며 ‘롱런’할 것

‘1854일’만에 기적을 썼다. 데뷔 6년차, 방송사 음악방송 1위에 오른 시간.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됐고, 지금도 ‘역주행 신화’를 쓰고 있다. 2011년 결성된 그룹에 2016년 합류했지만, 얼굴을 알린 적은 없었다.

역주행 일주일 전 막내 유나는 팬들과의 ‘라이브 방송’ 중 “다음 콘셉트는 뭐냐”는 질문에 “다음은 있을까 싶은데...”라고 말했다. “이제는 그만하자”며 멤버들은 의견을 모았고, 결국 숙소에서 짐까지 정리했다. “올해 2월까지만 해도 대표님께 결단을 내리셔야 할 것 같다고 말씀드리려고 했어요. 각자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할 지 미래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었어요.”(은지) 눈이 커서 ‘왕눈좌’로 불리는 멤버 은지는 “3월부터 본격적으로 옷 제작 일”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그 때 터졌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진짜 일주일만 반응이 늦게 왔으면 이렇게 기회가 왔어도 잡기 힘든 상황이었을 것 같아요. 정말 하늘이 주신 기회라고 생각해요.”(은지) 이젠 스케줄이 쏟아진다. 모든 순간이 극적이었다. “하루에 3~4시간 정도 자면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어요.”(민영) 최근 만난 브레이브걸스는 “잠을 못자도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2017년 3월 발표한 ‘롤린(Rollin’)’을 띄운 것은 유튜버 ‘비디터’였다. 지난 2월 말 ‘브레이브걸스 롤린 댓글 모음’이 올라오자 현역은 물론 예비역, 민방위까지 ‘대동단결’했다. “전쟁 때 이거 틀어주면 이김”, “통일되겠네”라는 재치있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영상 공개 2주차, 브레이브걸스는 주요 음원 차트를 석권했고, 음악방송을 강타했다. ‘롤린’의 역주행을 타고 8개월 전 발표한 ‘운전만해’도 현재 역주행 중이다.

약 4년의 공백기 동안 브레이브걸스의 주무대는 ‘위문열차’였다. “비공식 스케줄까지 합치면 100번 도 넘게 간 것 같아요.”(유정) 거제도부터 해남 땅끝마을까지 일주일에 두세 번, 대여섯 시간을 차안에서 보냈다. 왕복 12시간이 걸리는 백령도 공연은 멤버들이 “가장 잊지 못하는 공연이라고 한다. 흙먼지를 일으키며 ‘롤린’의 ‘허수아비춤’과 ‘가오리춤’을 추는 군인들의 지지는 “브레이브걸스를 있게 한 힘”이라고 멤버들은 입을 모은다. 2017년 무렵 군생활을 한 남자 연예인들의 고백도 이어졌다. “군대 있을 때 ‘롤린’이 나왔다”며 ‘롤린 군번줄’을 인증한 이찬원, “2017년에 상병이었다”는 싸이퍼 탄도 브레이브걸스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브레이브걸스를 향한 군인들의 열정은 ‘내리사랑’으로 이어졌다. “16군번 화석들한테 인수인계받은 18군번”은 20군번으로 ‘롤린’을 전해줬다. ‘대한민국 국군 피아 식별 기준은 ‘롤린’후렴 안무를 출 수 있는가다’라는 댓글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최근에 위문공연을 갔어요. 언택트 공연이라 직접 장병분들의 함성 소리를 듣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오랜만에 가는 위문열차 공연이라서 그런지 너무 반갑더라고요.”(민영)

춤 추고 노래하는 것이 좋아 가수를 꿈 꿨던 유정과 유나, 부모님 반대로 뒤늦게 연습생 생활을 시작해 브레이브걸스로 데뷔한 은지, ‘연기자 파트’로 입사했다가 브레이브걸스로 데뷔 기회를 얻은 민영. ‘무명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카페 알바’는 기본이었다. 브레이브걸스의 이름조차 몰라줄 땐 서운한 마음도 들었다고 한다. 그런 때에도 브레이브걸스는 연습실을 지켰다. “ ‘운전만 해’가 나오기 전 공백기 때는 매일 회사에 가서 연습했어요. 사실 기약 없이 연습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는데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저희가 있는 것 같아요.”(은지)

브레이브걸스의 긴 시간을 버티게 해준 힘은 이들은 일찌감치 알아봐 준 팬들과 서로를 향한 지지였다. ‘브걸’의 팬클럽으로 일당백 역할을 해준 ‘10장로’(브레이브걸스의 새로운 팬들이 데뷔 때부터 함께 한 오랜 팬 10명을 부르는 별칭)부터 지금의 팬들까지다.

“항상 좋은 말을 해주고 응원해주는 팬 분들이랑 곁에 있어주는 멤버들이 제일 큰 힘이 됐어요. 아무래도 사람이다 보니 저희도 한 번씩 다 슬럼프가 왔었어요. 그럴 때마다 서로 고민도 들어주고 잡아주면서 의지하고 버틸 수 있던 것 같아요.”(유나)

이제는 ‘인생 역전’이라는 수사가 따라다닌다. ‘눈물 없는 막내’ 유나는 지난 이야기만 나오면 눈 한가득 눈물이 고인다. 유나는 “지치고 힘들 때도 스스로를 잃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했다”고 한다. 고된 시간들을 견디고 다시 선 지금은 ‘희망돌’로 불린다. 브레이브걸스의 역주행은 취업난에 시달리고, ‘인생 역전’은 사라진 2030 세대에게도 또 다른 미래를 꿈꾸게 한다.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의구심이 많이 들 거라고 생각해요. 내가 하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이 맞는 걸까 수백 번 생각하고 괴로워 한 적이 있었어요. 언제 올지 모르는 그 날을 위해 하루하루 버티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저는 지금 여러분이 하고 있는 것들이 나중에는 꼭 빛을 보리라 믿어요.”(유나)

“사람들에게는 모두 큰 기회가 한 번씩은 찾아온다고 해요. 저는, 그 말을 안 믿었는데 이번 기회로 믿게 됐어요. 겪고 보니 기회가 오는 시기는 정말 사람마다 다른 것 같아요. 희망을 잃지 마시고 마음 편히 본인의 할 일을 하시면서 기다리다 보면 좋은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해요.”(은지)

브레이브걸스의 ‘인생2막’도 지금부터다. ‘역주행’신화를 타고, 팬들의 든든한 지지와 함께 두려움 없이 질주를 이어갈 계획이다. 공석으로 남아있는 ‘써머퀸’을 꿰차려는 욕심도 숨기지 않는다.

“ ‘브레이브걸스’라는 이름으로 오랫동안 즐겁게 활동하고 싶어요. 요즘 일어나서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해요. 앞으로도 서로 존중하고 버티면서 (웃음) 롱런하는 ‘브레이브걸스’가 될게요.” (민영)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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