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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세금이 힘들면 집 팔라고?

가까운 지인 A씨 이야깁니다. 올해 82세가 된 그는 뇌출혈로 거동이 어려운 아내와 미혼인 아들과 삽니다. 아들이 아내를 돌보고 자신은 빌딩 경비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갑니다. 그는 서울 당산동 D아파트 전용면적 82㎡에 삽니다. 12년 전 5억원대에 산 이 아파트는 현재 13억원대에 거래됩니다. 2015년까지 5억~6억원 수준이었는데 2015년 이후 급등해 배 이상 올랐습니다.

A씨는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당 후보를 찍었습니다. 공시가가 많이 올라 재산세 부담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그는 “세금 부담이 크면 팔면 되지 않느냐”는 말이 너무 싫습니다. 경비일이 아무리 힘들어도 집을 팔 생각이 절대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사는 지역은 아이들이 태어나서 자랐고, 오랫동안 만나온 친구들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아내가 다니는 병원도 바로 옆입니다. 왜 세금 때문에 이사를 가야 하냐는 겁니다. 그에게 집은 그저 오르면 파는 대상 이상입니다. 200만원도 안 되는 월급을 받으면서도 한쪽으로 든든한 존재, 삶의 마지막 보루가 집이라고 느낍니다. A씨에게 과연 ”당신 수준에 어울리지 않는 집이니 팔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번 보궐선거에서 드러났지만 집 문제는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집값이 많이 올랐으면 서울 시민들이 좋아해서 여당을 지지할 법도 한데 양상은 정반대로 나타났습니다. 수십억원씩 시세차익을 누린 강남 등지의 고가주택 거주자뿐 아니라 집값폭등으로 내 집 마련을 꿈꾸기조차 어려워진 젊은 무주택자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반대 입장을 명확히 드러냈습니다. 집 있는 사람들은 세금 문제 때문에, 집 없는 사람들은 멀어진 내 집 마련 꿈 때문에 절망했습니다.

여당은 여전히 오세훈 시장이 공약한 재건축 용적률 및 층고 제한 완화 등의 규제가 풀리면 집값이 폭등해 서민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시장에선 오히려 기대합니다. 이미 문 정부에서 올려놓은 집값이 ‘역대급’인데 올라봤자 얼마나 더 오르겠냐는 투입니다.

문 정부에서 부동산시장의 특징은 ‘규제 강화=집값폭등’이었습니다. ‘규제 완화=집값폭등’이라는 상식과 반대입니다. 각종 규제로 민간 주택공급을 막아놓은 상태에서 규제를 강화하니, 매수세는 요리조리 옮겨다니며 집값을 띄웠습니다. 풍선효과입니다.

이젠 민간 규제 완화는 어떤 효과를 낼지 보자는 게 시장의 목소리입니다. 규제 완화로 민간이 주택공급을 본격적으로 할 수 있게 되면 일시적으로 집값이 들썩일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안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어쨌든 공급이 늘어나면 시장은 안정된다는 건 역사적으로 입증된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문 정부는 ’투기 대 실수요’ ‘민간 대 공공’ 등 부동산 문제에 한해선 지나치게 이분법적으로 사고한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하지만 투기와 투자, 실수요를 구분하는 건 현실적으로 힘든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기왕 집을 사는 데 오를 만한 지역에 사는 걸 투기라고 할 수 있을까요? A씨처럼 무리하게 집을 가지고 있는 건 투기일까요? 이번 보궐선거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방향을 모색하는 데 교훈이 됐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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