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봇이 내려주는 커피, 365일 일정한 맛이죠” [문화 플러스-황성재 라운지랩 대표]
핸드드립 로봇 바리스타 ‘바리스’ 최초 개발
“감정에 흔들림 없어...믿을수 있는 알바생”
“자막으로 고객 소통...숨 헐떡이는 시늉도”

비대면 시대 ‘진상손님’ 방지 등 강점 발휘
드라이브 스루·무인상점 등 영역확장 추진
“5년 내외 로봇시대...위험한 일 대신할 것”
라운지랩 황성재 대표는 “일상생활에 기술을 기여하는 것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로봇 바리스타 ‘바리스’를 개발했다. 이상섭 기자

“서울 블렌드 두 잔이요.”

서울 강남 역삼동에 위치한 카페 라운지엑스. 세 종류의 핸드드립 커피 중 하나를 선택하면 ‘사람 바리스타’가 원두를 그라인딩해 ‘로봇 바리스타’에게 전달한다.

‘서울 블렌드’의 원두는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내추럴. 라운지엑스에서 1년째 알바 중인 ‘로봇 바리스타’ 바리스는 잘 갈린 원두를 종이 필터로 옮긴 뒤, ‘스파이럴 푸어 오버’ 방식으로 커피를 내린다. 바리스의 동작이 신중하다. 물줄기를 굵고 빠르게 나선형으로 움직인다.

핸드 드립 커피를 내리는 시간은 2분 30초. 그 짧은 시간, 바리스는 ‘사람 바리스타’처럼 고객과 소통한다. “물의 온도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새 물로 커피를 내리겠다”고 알려주고, 커피를 내리다 힘이 드는지 헐떡이는 시늉도 낸다. 지난 1년간 4대의 바리스가 3만 잔의 커피를 내렸으니 지칠 법도 하다. 바리스는 외모부터 ‘호감형’이다. 투박하리라 생각했지만, 제법 예쁘고 앙증맞다. 자신도 그걸 아는 모양이다. “저 귀여운가요?” 자기애 ‘만렙’ 수준의 자막에 피식 웃음이 터진다.

라운지랩이 운영하는 라운지엑스 제주 애월점, 대전 소제점, 강남N타워점은 요즘 커피업계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대전 소제점은 공간 디자인부터 독특하다. 60년 된 전통 가옥에서 인공지능(AI) 로봇이 핸드드립 커피를 내려준다.

“Z세대는 경험하지 못한 것, 처음 보는 것에 환호하더라고요. 소제점은 한옥과 로봇의 조화가 이질적이면서도 어우러져요. 지구상에도 그런 곳은 없어요.”

한 번 도 경험한 적 없는 새로움은 MZ(밀레니얼·제트) 세대의 발길을 이끌었다. 인스타그램에서 라운지엑스를 검색하면 각 지점에서 찍은 사진과 영상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라운지엑스는 로봇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려주는 신기한 카페를 벗어나 “새로운 가치를 소비하는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바리스는 불과 1년 전 태어났다. 최근 서울 강남N타워 지점에서 만난 황성재 라운지랩 대표는 로봇 바리스타를 “믿을 수 있는 알바생”이라고 말했다. 바리스는 실수가 없고, 맛이 일정하기 때문이다.

“사람 바리스타가 핸드드립을 내릴 경우 그날의 기분과 상황에 따라, 고객 응대 상황에 따라 맛이 달라질 수 있는데 로봇은 그럴 일이 없어요.”

자타공인 발명왕으로, 다양한 기술을 스타트업에 적용해온 황 대표는 “일상생활에 기술이 기여하는 것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바리스’를 개발하게 됐다. 바리스의 개발 과정이 재밌다. 실제 바리스타들과 함께 설계와 디자인, 기획 과정을 거쳤다. 국내 최초로 핸드드립 로봇 바리스타가 태어난 것도 논의를 통해서였다.

“바리스타들은 에스프레소를 내리는 것보다 3분간 꼼짝 못 하고 내리는 핸드드립을 더 힘들어했어요. 그런 요구를 받아들여 로봇 바리스타가 나오게 됐죠.”

1년 사이 로봇 바리스타는 7~8대까지 늘었다. 로봇 바리스타의 역할은 사람의 일을 가로채는 것이 아니다. “커피를 만드는 데 사람의 역할은 당연히 중요해요. 단지 반복되고 힘든 일을 줄이는 것으로 바리스를 포지셔닝한 거예요.”

바리스가 등장하며 이전에는 몰랐던 의미 있는 가치들도 만들어지고 있다. 황 대표는 지난 1년 사이 “로봇 바리스타를 대하는 관점의 변화를 체감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사회 곳곳에서 로봇의 역할과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초고령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며 생산인구가 줄고 있는 현재, 로봇은 사람들이 꺼리는 일을 대신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오는 21일 서울 성수동에 오픈을 앞둔 라운지랩의 새 식구 아이스크림 로봇 ‘아리스’도 이러한 역할이다.

“요즘 아이스크림 알바생을 구하기가 어려워요. 일자리는 부족하지만,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것으로 인정받아 30대까지 하겠다는 사람도 없고요. 사람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아르바이트생이에요. 게다가 놀이공원의 땡볕 아래 작은 공간에서 끊임없이 아이스크림을 내려주는 힘든 일은 사람이 해선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코로나19 전후로 비대면을 선호하는 사회 분위기도 로봇에 대한 우호적인 감정을 만들었다. 손님은 물론 카페의 직원들도 비대면을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일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비대면은 진상 손님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어요. 대면을 할 경우 툴툴대며 이야기하지만, 안 보면 그럴 일이 없거든요. 불필요한 감정 소모가 줄고 있어요.”

라운지랩이 로봇 바리스타로 활발하게 추진 중인 것은 자동차, 명품 브랜드와의 협업이다. 포르쉐 타이칸의 론칭 행사 당시 황 대표는 “로봇 바리스타는 남자도 여자도 아닌 젠더리스”로 “서비스의 새로운 앵글이 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전국 차량 쇼룸에선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이 커피를 내려줬어요. 21세기의 감성으로는 너무도 납득할 수 없는 이상한 서비스죠. 남녀를 따질 필요도 없이 사람이 커피를 주는 것도 요즘 감성으로는 이상하잖아요. 셀프가 더 힙한 시대니까요. 로봇처럼 인간도 아니고, 남자도 여자도 아닌 존재가 나를 서브해준다는 점에는 힙하다는 의견들이 나오더라고요.” 과거였다면 생각지도 못했던 가치들이 시대가 변화하며 로봇의 필요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라운지랩의 ‘로봇 바리스타’는 시작에 불과하다. 사람으로 치면 ‘업글 인간’에 해당할 만큼 끊임없이 진화 중이다. 총 여섯 번에 걸쳐 업데이트 되면서 다양한 기능들을 더해가고 있다. 한 번 온 손님은 기억하도록 얼굴 인식 기능도 개발 중이고, 차가운 기계 이미지를 벗기 위해 사람처럼 행동하는 기능도 넣었다. 매출 통계를 내고, 카페 이벤트, 추첨까지 하며 일 년 내내 ‘열일’ 중이다.

“진정한 아이디어는 그것을 실행해 소비자에게 가 닿고, 그 의미를 냉철하게 판단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바리스도 그 과정을 거치고 있고요.”

라운지랩은 바리스를 발판 삼아 보다 다양한 영역으로 넓혀가고 있다. 더 많은 기술을 우리의 의식주를 바꾸는 혁신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로봇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려주는 친환경 커피 트럭으로 커피가 필요한 곳은 어디든 찾아가고, ‘도로 위의 카페’(드라이브스루)라는 비전을 세우고 다가올 새 시대를 구상하고 있다. 아마존고와 같은 무인상점도 오픈을 기다리고 있다. “일상적인 모든 것에 라운지랩이 가진 기술을 배팅하겠다”는 것이 황 대표의 생각이다.

“사람들이 거부하는 곳에 로봇이 해야 할 역할이 있고, 코로나19로 인해 그 변화가 빨라지고 있어요. 물리적인 노동의 가치 중 위험하고, 반복적인 일부터 로봇이 대체할 거라고 생각해요.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택배처럼 고된 일은 기술이 보완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생각으로 여러 시도를 하고 있어요. 2021년은 로봇의 원년이고, 5년 내외로 로봇 시대가 올 거라고 봐요.”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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