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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뮤지컬, 본토 ‘브로드웨이’로 향하다
CJ ENM, 뮤지컬 본고장 브로드웨이 진출
한국 기업 최초 브로드웨이 리그 정회원

글로벌 공동 제작의 핵심은 ‘IP의 확보’
‘킹키부츠’ 韓 최초 토니 어워즈, 영국 올리비에상 수상
'물랑루즈' 미국 3대 시어터 어워즈 석권

K팝·K무비 힘 입어 K뮤지컬 관심 부상
“한국 뮤지컬, 창작자 진출, 원작 재해석 사례 창출될 것”
CJ ENM이 기획 개발 초기 단계에 100만 달러를 투자, 공동 프로듀싱에 참여한 뮤지컬 ‘물랑루즈’는 주간 매출 최고 272만 달러(한화 약 31억원) 기록한 흥행작이다. 미국 미국 3대 시어터 어워즈를 석권한 데 이어 제74회 토니 어워즈에서 최우수 뮤지컬 작품상을 포함해 14개 부문 노미네이트된 작품이다. [CJ ENM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반짝이고, 즐거움으로 가득한 뮤지컬.”(뉴욕타임즈)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뜨거운 티켓.”(뉴욕포스트)

“앞으로 50년간 롱런할 작품.”(엔터테인먼트 위클리)

할리우드 영화 ‘물랑루즈’(2001)가 브로드웨이로 옮겨가자 뉴욕 맨해튼이 들썩였다. 최윤하 CJ ENM 프로듀서(뉴욕 주재원)는 “주크박스 뮤지컬에 대한 평가가 인색한 뉴욕 평단의 특성을 고려할 때 비평가들의 호평은 고무적인 결과였다”고 말했다. ‘물랑루즈’는 한국 기업 CJ ENM이 제작 초기부터 약 100만달러(약 11억2400만원)를 투자, 공동 제작진에 이름을 올린 작품이다. 2019년 브로드웨이 개막 이후 주간 매출 최고 272만 달러(한화 약 31억원)을 기록한 메가 히트작이다. 미국 3대 시어터 어워즈도 석권, 작품성까지 인정받았다. 현재 제74회 토니 어워즈에서 최우수 뮤지컬 작품상을 포함해 14개 부문 노미네이트돼 최종 수상 여부를 기다리고 있다.

K뮤지컬이 본토로 향하고 있다. 아시아를 넘어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공동 제작자로 이름을 올리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 중이다.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한국 뮤지컬의 해외 진출이라고 하면 보통 해외 투어, 라이선스 수출 형태만을 떠올릴 수 있으나 산업 경제적 측면에서 접근, 투자와 공동 제작을 진행하는 CJ ENM의 공격적인 도전은 시장의 외연을 확장하고 튼실하게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뮤지컬 ‘보디가드’는 CJ ENM이 웨스트엔드 개발 단계에서 투자를 결정,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한 첫 작품이다. 6년의 기획 작업을 거쳐, 세계 최초 휘트니 휴스턴의 명곡을 뮤지컬로 옮긴 이 작품은 CJ ENM이 일찌감치 한국 공연권을 확보해 무대에 올렸다. [CJ ENM 제공]

CJ ENM이 글로벌 공연 시장의 문을 두드린 것은 2004년부터다. 단순 투자 형식으로 영미권 네트워크를 마련해오다 2012년 ‘보디가드’를 시작으로 공동 제작자로 참여하게 됐다. 올 한 해만도 세 작품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물랑루즈’를 비롯해 마이클 잭슨의 생애를 다룬 주크박스 뮤지컬 ‘MJ’가 브로드웨이 개막을 준비 중이며, ‘백투더퓨처’는 올 여름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전 세계 초연을 앞두고 있다.

그간 착실히 해외 시장을 개척하며 거둔 성과도 상당하다. 선례 없는 길을 가는 만큼 CJ ENM의 성취는 한국 뮤지컬계에도 ‘최초’로 남고 있다. 공동 프로듀싱 2호작인 ‘킹키부츠’는 2013년 개막 당시 브로드웨이 최고 흥행 신작으로 꼽혔으며, 역대 흥행작 14위(2020년 3월 기준)에 올랐다. 한국 기업 최초 토니 어워즈와 영국 올리비에상을 모두 수상했다는 기록도 남겼다.

2004년부터 글로벌 공연 시장의 문을 두드린 CJ ENM은 2012년 뮤지컬 ‘보디가드’를 시작으로 ‘킹키부츠’, ‘물랑루즈’ 등에 공동 제작자로 참여하며 글로벌 인기 콘텐츠를 확보하게 됐다. [CJ ENM 제공]

CJ ENM의 글로벌 공동 제작 핵심은 ‘IP(지적 재산권)의 확보’에 있다. CJ ENM 관계자는 “2012년 전후로 글로벌 사업-영미 파트를 따로 두고 콘텐츠 확보를 전제로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했다”며 “이 때부터 기존 단순투자자(Investor)보다 격상된 공동제작자(Co-producer)급으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글로벌 ‘메가 히트’ 콘텐츠의 확보를 중점에 두는 만큼 공동 제작을 결정하는 과정도 신중하다. 관계자는 “대본과 음악 등의 높은 완성도, 탄탄한 창작진 라인업, 성공 가능성을 고려하고, 한국 정서에도 부합하면서 보편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염두한다”고 설명했다. ‘킹키부츠’는 브로드웨이는 물론 한국에서도 흥행에 성공, 초연(2014) 당시 1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코로나19가 강타한 지난해에도 한국 뮤지컬로는 흥행 2위에 올랐다.

브로드웨이에서 CJ ENM의 위상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2018년엔 한국 기업 최초로 미국 브로드웨이 프로듀서 및 공연장 협회인 브로드웨이 리그 정회원 자격을 얻었고, 2019년부터 토니 어워즈 심사에 참여하고 있다. 현지에선 적극적인 투자 제안이 이뤄지고, 공동 제작자로서의 발언권도 강화되고 있다. 최윤하 PD는 “한 작품마다 다양한 프로듀서가 참여하는 만큼 회의와 리딩, 워크숍 등 현장에서의 적극적 참여와 통찰력 있는 의견과 자원 제시 여부가 발언권과도 직결된다”며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현지 회의나 행사에 잘 참석하지 못하거나 브로드웨이 현지 상황이나 시장 트렌드에 민감하지 못한 파트너들은 자연스레 발언의 빈도나 유효성이 약화된다”고 말했다. CJ ENM은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뉴욕 주재원을 두고, 현지와 긴밀하게 소통해왔다. 이로 인해 브로드웨이 시장에서 CJ ENM은 “단순히 아시아 엔터테인먼트 대기업이라는 인식을 넘어 브로드웨이 공연사업을 안정적으로 전개하는 파트너”로 자리잡고 있다.

또한 미국 공연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시상식인 토니어워즈 심사에 참여하는 것은 한국은 물론 아시아 공연 시장에도 의미있는 기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 PD는 “비영미권 출신 프로듀서로서 다양한 배경과 시각을 지닌 관계자들과 함께 브로드웨이 수상작 선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문화적 다양성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인 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올 여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전 세계 초연을 앞둔 뮤지컬 ‘백투더퓨처’ [CJ ENM 제공]

현재 브로드웨이에선 그 어느 때보다 한국 공연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 최 PD는 “지난 5~10년여간 한국 공연시장이 성장하면서 브로드웨이에서 한국 시장의 중요도도 커지고 있다”며 “K팝의 급부상, OTT 플랫폼을 통해 접하는 K드라마,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 등으로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관심도가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팬데믹을 거치며 ‘셧다운’ 없이 공연을 지속한 것도 K뮤지컬에 대한 관심을 높인 계기다.

2017년엔 ‘K-팝(POP)’이라는 제목의 오프-브로드웨이 뮤지컬이 오르기도 했고, 지난해 초 미국 애틀란타에서 트라이아웃 공연을 올린 ‘메이비 해피엔딩(Maybe Happy Ending)’(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미국 버전)은 고무적인 호평을 얻었다.

최 PD는 “창작 뮤지컬의 브로드웨이 진출뿐 아니라 재능 있는 한국 출신 크리에이터들이 브로드웨이에서 더 적극적으로 기용되거나 한국의 IP를 원작으로 브로드웨이 주요 창작자들이 재해석해 작품화하는 사례들이 창출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다양성을 추구하는 브로드웨이 시장에서 한국과 아시아의 이야기들이 더 활발하게 다뤄지는 시점이 곧 도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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