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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최저임금 논의에 중요한 것은 인상률이 아니라 적절성

해마다 그렇지만 지난 1일 시작된 올해 최저임금 심의는 더 어렵게 됐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심의인 데다 현실과 이상 간 괴리가 너무 커졌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의 뼈대는 소득 주도 성장이고 그 핵심이 최저임금이다. 저임금자들의 소득을 높여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취지 자체를 부정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운영능력, 속도조절능력의 결여다. 지난 4년간의 최저임금 인상 과정과 결과는 시행착오 그 자체다. 그런 냉·온탕이 없다. 문재인 정부 임기 첫 2년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각각 16.4%와 10.9%로 연속 두 자릿수였다. 현실을 무시한 과속 인상의 결과는 산업 현장 곳곳에서 근로시간 단축과 고용 감축으로 나타났다. 공장의 해외 이전을 추진하는 곳도 많아졌다. 이른바 ‘최저임금의 역습’이다. 정부는 무자비한 자본주의라며 사용자들의 대응 자세를 지적하고 나섰지만 생존이 걸린 현장에선 울며 겨자 먹기였다고 항변한다.

결국 과도한 인상률에 제동이 걸렸고 지난해에는 2.9%, 올해는 역대 최저인 1.5%로 결정됐다. 코로나19까지 겹쳐 급브레이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이쯤 되니 지난 4년간 평균 인상률이 7.9%에 그쳤다. 전임 박근혜 정부(7.4%) 수준과 엇비슷하다. 2년간 쌓인 노동계의 반발은 거세다. 1만원 공약은 고사하고 예년보다 못한 인상률을 바로잡겠다고 벼르는 중이다. 경총은 지난해 최저임금도 못 받은 임금노동자 비율(미만율)이 역대 두 번째였다며, 지금도 높은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정부는 어느 입장에도 손을 들어줄 수 없는 애매한 입장이 돼버렸다. 롤러코스터식 등락을 주도했다가 착시효과를 두드러지게 만든 책임도 크다.

노동자가 쓸 돈을 늘려 주면 경기가 회복되고 기업이 투자, 고용도 늘릴 것이란 이상은 허구로 끝났다. 하지만 경제가 성장하는 만큼 노동자들의 임금도 올라가는 게 맞다. 최저임금도 마찬가지다. 그렇다 해도 시간당 6000원 하던 시절과 9000원에 가까운 시절은 다르다. 상승률이 같아도 절대액 차이는 훨씬 더 크다. 7%대의 경제성장도 미흡하다고 느끼던 국민이 이젠 3%의 성장도 받아들인다. 역대 정권의 연평균 인상률을 비교하는 건 이제 무의미하다.

중요한 것은 인상률 수치가 아니라 현실성과 속도다. 수치에 얽매일 게 아니라 현실감각을 반영한 적절한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야 부작용이 최소화된다. 동결과 두 자릿수 인상으로 맞설 게 뻔한 사용자와 노동계 대표들을 새로 임명될 공익위원들이 어떻게 중재할지 벌써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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