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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 대통령 "4·3진실 통합 동력되고, 되찾은 명예는 상생 이끌 것"[종합]
文 대통령 임기 세번째로 4·3 추념식 참석
"4·3특별법은 역사의 집을 짓는 설계도"
"추가 진상조사, 수형인 명예회복 만전"
국방부 장관, 경찰청장 사상처음으로 참석
문재인 대통령[연합]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문재인 대통령은 3일 "4·3 평화공원 내 기념관에는 여전히 이름을 갖지 못한 백비가 누워있다"며 "비어있는 비석에 어떤 이름이 새겨질지 모르지만, 밝혀진 진실은 통합으로 나아가는 동력이 되고, 되찾은 명예는 우리를 더 큰 화합과 상생, 평화와 인권으로 이끌 것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제주 4·3평화공원 열린 제73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 "제주도에 일흔세 번째 봄이 찾아왔지만, 4·3이 도달해야 할 길은 아직도 멀리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추념식은 가'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하4·3특별법) 전부 개정안이 지난 2월 26일 국회에서 통과하고 열린 첫 추념식이다. 개정된 4·3특별법에는 73년 만에 처음으로 희생자에 대한 정부의 배·보상 근거와 수형인에 대한 일괄적인 명예회복 등의 내용이 담겼다. 문 대통령의 이날 추념식 참석은 지난 2018년, 2020년에 이어 세번째다.

문 대통령은 "특별법 개정으로 이제 4·3은 자기 모습을 되찾게 됐다"며 "제주도민들이 겪어야 했던 참혹한 죽음과이중 삼중으로 옭아맨 구속들이 빠짐없이 밝혀질 때, 좋은 나라를 꿈꿨던 제주도의 4·3은 비로소 제대로 된 역사의 자리를 되찾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이번에 개정된 특별법은 4·3이라는 역사의 집을 짓는 설계도"라며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정부는 4·3 영령들과 생존 희생자, 유가족과 국민의 염원을 담아 만든 설계도를 섬세하게 다듬고, 성실하게 이행해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가족을 잃고, 명예와 존엄, 고향과 꿈을 빼앗긴 이천백육십 두분의 특별재심이 아직 남아 있다"며 "정부는 한 분 한 분의 진실규명과 명예회복, 배상과 보상을 통해 국가폭력에 빼앗긴 것들을 조금이나마 돌려드리는 것으로 국가의 책임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 무엇으로도 지나간 설움을 다 풀어낼 수 없겠지만, 정부는 추가 진상조사는 물론, 수형인 명예회복을 위한 후속 조치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배상과 보상에 있어서도 공정하고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도 행방불명된 가족을 찾지 못해 애태우는 유가족이 많다. 며칠 전 가시리에서 유해를 발굴한 세 분을 포함해 지금까지 유해로 돌아오신 사백여덟 분 중 이백일흔다섯 분은 아직까지 신원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는 유해 발굴 사업과 함께 유전자 감식을 지원하여 반드시 고인들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드릴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4·3에는 두 개의 역사가 흐르고 있다"며 "국가폭력으로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유린한우리 현대사 최대의 비극이 담긴 역사이며, 평화와 인권을 향한 회복과 상생의 역사"라고 설명했다.

이어 "완전한 독립을 꿈꾸며 분단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당시 국가 권력은 제주도민에게 ‘빨갱이’, ‘폭동’, ‘반란’의 이름을 뒤집어씌워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죽음으로 몰고 갔다"며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켰고, 군부 독재정권은 탄압과 연좌제를 동원해 피해자들이 목소리조차 낼 수 없게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4·3은 대립과 아픔에 갇히지 않았다"며 "살아남은 제주도민들은 서로를 보듬고 돌보며 스스로의 힘으로 봄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다. 화해의 정신으로 갈등을 해결하며 평화와 인권을 향해 쉼 없이 전진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가재도구조차 남김없이 모든 것을 잃은 사람들은 이웃 마을의 도움으로 품삯을 얻어 생계를 이어나가고, 목수를 빌려 새로 집을 지을 수 있었다"며 "부모를 잃은 아이들은 가까운 친척과 이웃이 키웠고, 나무하기, 밭갈기, 제사와 결혼식, 학교 세우기 같은 큰일은 마을이 함께 힘을 모아 치렀다"고 했다. 또 "육지로 떠난 이들도, 심지어 타국으로 떠난 이들도 물건과 돈을 보내 고향 사람들을 도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생의 정신으로 서로를 일으켜 세웠고, 마침내 4·3의 진실을 깨울 수 있었다"고 했다.

한편 이번 추념식에는 서욱 국방부 장관과 김창룡 경찰청장이 참석했다. 국방부 장관과 경찰청장의 첫 참석이다. 문 대통령은 "군과 경찰의 진정성 있는 사죄의 마음을 희생자와 유가족, 제주도민들께서 포용과 화합의 마음으로 받아주시기 바란다"며 "국가가 국가폭력의 역사를 더욱 깊이 반성하고 성찰하겠다는 마음"이라고 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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