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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년된 주말농장 양도세 417만→1725만…“온국민 투기꾼으로 보냐” [부동산360]
비사업용 토지 양도세 중과에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 사라져
거래절벽 불가피…지역경제 타격 받을 듯
정부가 3·29 투기 근절대책을 통해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강화하기로 하면서 주말농장용 토지를 가지고 있는 이들의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서울 근교의 한 텃밭농장. [헤럴드경제 DB]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417만원 vs. 1725만원.

15년 전 1억원에 매입한 주말농장용 토지를 1억5000만원을 되팔 때 땅 주인이 내야 하는 양도소득세는 현재 약 417만원 정도다. 그러나 내년 1월 1일부터는 약 1725만원으로 4배 이상 뛸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지난달 29일 투기 근절대책에서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세를 강화한 탓이다.

양도차익이 클수록 금액 차는 더 벌어진다. 해당 땅의 시세가 6억원일 경우 땅 주인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양도세 차액은 약 1억7500만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의 3·29 투기 근절대책은 ‘직접 농사를 짓거나 나무를 키울 것이 아니라면 땅을 사지도 보유하지도 말라’는 메시지로 읽힌다. 목적 외 토지취득을 사실상 투기로 규정하고 이를 차단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이번 대책으로 도시 근교나 시골에 땅을 사뒀던 이들은 일제히 ‘양도세 폭탄’을 쥐게 됐다. 특히 농지를 산 뒤 주말을 이용해 텃밭을 가꿔온 이들은 패닉에 빠졌다. 현재 사업용으로 인정받는 1000㎡ 미만의 주말농장용 농지가 내년부터 비사업용으로 분류되면서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이 사라지고 양도세도 중과되기 때문이다. 이에 양도세 중과가 시행되기 전 토지를 팔아야 할지 고민하는 모양새다.

[헤럴드경제 DB]

4일 헤럴드경제가 세무법인 정상 신방수 세무사에 의뢰해 주말농장용 토지의 양도세를 계산한 결과 15년 전 1억원에 취득한 땅을 1억5000만원에 매각할 때 내야 하는 세금은 올해 417만4500원에서 내년 1724만8000원으로 4.13배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율을 10%포인트에서 20%포인트로 높이고 최대 30%인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배제한 결과다. 양도세 중과세율을 적용받지 않던 주말농장용 농지의 경우 사업용 토지에서 제외되면서 세금 증가폭이 더 커졌다고 신 세무사는 설명했다.

양도차익 5000만원은 해당 토지 가격이 전국 평균 수준으로 변동됐다는 가정하에 산출된 값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5년간 전국 땅값은 매년 평균 2.84% 올랐다.

땅값이 많이 올랐다면 세 부담은 더욱 늘어난다. 동일한 땅을 올해 3억원에 팔 경우 양도세로 3600만원을 내야 하지만 내년부터는 1억467만원으로 뛴다. 양도차익이 5억원일 때 납부세액은 올해 1억2496만원에서 내년 3억41만원으로 1억7500만원 가량 오른다.

신방수 세무사는 “주말농장의 경우 내년 양도분부터 세 부담이 많이 늘어난다. 올해 12월 31일 이전에 양도하는 것이 유리하기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헤럴드경제 DB]

상황이 이렇다 보니 토지주들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 나온다. 모든 땅 거래는 투기로, 국민은 투기꾼으로 몰아가는 과잉 규제라는 주장이다. 양도세 중과를 피해 땅을 내놓는다 한들 누가 사겠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토지 취득 규제도 강화했다. 일정규모 이상의 토지를 취득할 때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을 의무화했고 농지법상 비농업인의 예외적 농지소유 인정 사유를 엄격히 제한했다. 주말농장용 토지를 취득하려면 농업경영계획서의 일종인 ‘체험영농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나는 등 토지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과도한 규제가 정상적인 시장 기능까지 위축시킬까 우려된다”며 “토지소유주를 투기꾼 취급해 선의의 취득자가 피해를 볼 가능성도 있다”고 꼬집었다.

신태수 지존 대표는 “거래 입·출구를 막는 전략은 좋았으나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했다는 점에서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한 대책”이라며 “개발예정지를 중심으로 핀셋 규제를 해야 했다”고 말했다.

양도세 중과와 취득 규제로 거래절벽이 도래하면 피해가 농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지방정부의 경우 주 재정수입원인 취득세 등이 줄며 세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농민들은 노후 생활 등을 위해 농지를 쉽게 팔도록 해달라는 요구가 많다”며 “시골 읍면동 지역의 농지는 세금 중과의 예외를 두는 방식 등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정부는 3·29 대책에서 2년 미만의 단기보유 토지에 대한 양도세도 기존 40~50%에서 60~70%로 대폭 높였다.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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