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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짜 필요한 건 재정지원이 아니에요” 유기견 대모 이용녀 인터뷰 [대화한잔]
경기도 포천서 배우 이용녀씨 만나
"복구 작업 진행중, 새로운 보금자리 계획중"
"유기견 문제 해결되도록 많은 분들이 도와달라"
[사진=우원희 PD]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불탄 것은 다 긁어내고, 앞으로 미래를 쌓아가는 일만 남았습니다.”

근황을 물었다. 그러자 나온 대답. 동시에 화사한 웃음이 얼굴에서 묻어 나왔다. 잘 씻지 못해 거친 피부, 그간 고생에 야윈 모습을 웃음이 다 덮는 듯했다. 그는 "인터뷰에 맞췄다"라면서 분홍색 외투를 입고 나왔다. 그가 준 커다란 두 가지 메시지는 '희망'과 '변화'였다.

최근 포천에 위치한 배우 이용녀(66)의 보금자리를 찾았다. 현재 수십 마리의 강아지와 이 씨가 함께 지내고 있는 유기견 사설보호소다. 지난 2월 말께 갑작스레 찾아온 화재로 공간 많은 부분이 소실된 장소기도 하다. 많은 이들이 최근 이곳에 '응원'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이 씨와 만난 약 3 시간여의 시간 동안에도 "이 씨에게 후원하고 싶다"는 전화가 여러 차례 걸려왔다. 이 씨는 이런 손길에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 이 씨의 시선은 더욱 앞을 향했다. 8마리 가족의 생명을 앗아가고 보금자리를 뺏어간 화재는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들의 목소리’, 정치권의 ‘자성’을 외쳤다. 그는 동물권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전환과 대책 마련이 없으면 다른 비극이 추가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사진=우원희 PD]
■“힘든 점이나 절망보단 ... 앞으로 희망에 대해서 얘기하고파”

- 최근 큰 불이 났다. 현재 운영하고 계신 사설보호소 상황은 어떤가?

= 많은 분이 도와주셔서 옷도 입고, 음식도 먹고 잘 지내고 있다. 봉사자분들도 많이 오셔서 피해복구를 위해 힘을 많이 써 주셨다. 원래 많은 아이들(강아지)을 데리고 있었지만, 복구 문제로 임시보호소에 많이 보내놓은 상황이다. 하지만 후원금으로 집도 짓고 절망하기보단 앞으로 희망을 쌓아가고 싶다.

- 연탄난로 때문에 사고가 난 것으로 알고 있다. 연탄난로를 뗄 수밖에 없는 것인가?

= 연탄이 가장 싸고 따뜻하니까 그럴 수밖에 없다. 기름보일러가 편하고 좋다. 스위치만 누르면 되니까. 그런데 큰 비용이 든다. 연탄은 하루에 세 번씩 직접 갈아줘야 한다. 해서 한 달에 80~90장가량 연탄을 쓰게 되는데, 많이 힘들고 번거롭지만, 가격이 저렴해서 연탄을 쓰고 있다.

- 많은 이들이 배우 이용녀가 왜 이렇게 고생해야 하는지가 궁금할 것 같다. 처음에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 햇수로는 15년 전쯤인가 시츄 1마리가 눈이 터져서 길에서 피범벅이 돼서 돌아다니는 것을 봤다. 주인이 버린 개를 어린아이들이 학대해서 다친 상태였다. 그 일을 계기로 '동물 문제'에 눈을 뜨게 됐다. 시보 호소에서 유기견을 데려다 한 달에 한 번씩 안락사한다는 얘기도 듣게 됐고. 보호소에서 강아지를 일곱 마리, 스무 마리씩 데려오다 보니 사설보호소를 운영하게 됐다.

- 경기도 포천의 산골에서 강아지를 키우게 되신 이유는 뭔가?

= 도시에서 강아지를 키우면 크게 두 가지가 문제가 된다. 민원과 비용이다. 도시에서 강아지를 키울 때는 시끄럽게 떠든다고 많은 민원을 받으며 크게 시달렸다. 또 강아지를 많이 키우다 보니까 월세만 100만 원, 공과금에 이것저것 다 해서 한 달에 200만 원 넘는 비용을 지출해야만 했다. 산골에 온 뒤로 그런 비용을 지불할 이유가 없어졌다.

- 강아지와 살다 보면 좋은 점도 있나?

= 강아지 덕분에 조용한 곳에 와서 살다 보니까 마음도 편해지는 것 같다. 여기 오니까 자연을 늘 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아마 서울에 계속 살았다면 빌라 지하실 같은 데서 살아야 했을지도 모른다. 강아지는 내 '정신과 주치의'기도 하다. 바깥일 때문에 스트레스받을 때면 강아지를 보며 마음을 풀곤 한다. 얘(강아지)들은 내가 힘든걸 알면 찾아와서 위로해준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강아지들을 보면 쉽게 마음이 풀린다.

[사진=우원희 PD]
■“내가 왜 이런 힘든 일을 혼자서 감당해야 하나”

- 지원이 없이 유기견 보호소를 운영하다 보면 힘든 점들도 많지 않나?

= 그렇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나처럼 개인이 운영하는 사설 유기견 보호소는 없어져야 한다. 전국에 내가 아는 것만 약 150여 곳의 사설 유기견 보호소가 있다. (공식추산은 약 80여 곳) 알지 못하는 곳에 더 많은 사설 유기견 보호소가 있을 수도 있다. 이들에 대해서 마땅한 지원은 없고, 운영하신 분들이 없는 살림을 쪼개서 운영하고 있다.

- 그럼 어떤 지원이 있어야 했나?

= 뭐 재정적인 지원 같은 게 있을 수도 있겠지. 한데 그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사설 유기견 보호소가 많은 것은 그만큼 버려지는 유기견들이 많기 때문이다. 유기견이 버려지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정치권에서 나서서 '동물보호 칩' 제도를 도입하고, 정말 키울 능력이 되고 의지가 강한 사람만 강아지를 키우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개 식용' 문화도 사라져야 한다고 본다. 개를 먹는 식문화 탓에 많은 개 농장들이 전국에서 운영되고 있다.

- 실제로 이런 것들을 주장하기도 하나?

= 그렇다. 처음 동물권 문제에 눈을 떴을 때는 난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보통 배우였다. 법이나 정치 문제에 대해선 일절 몰랐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나'를 주위에 묻게 됐다. 주위에서 법을 만드는 곳이 국회라고 하더라. 그래서 국회 앞으로 가 피켓을 들고 섰다. 동물권 문제를 신경 써 달라고 정치권에 많은 요구를 했다.

- 실제 주장했던 내용에서 정치권의 변화가 있었나?

= 많은 분이 관심을 두시기도 했지만, 아직 부족하고 더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 실제 문제를 해결해달라며, 이번 서울시장 후보들을 포함한 많은 정치인께 찾아가는 활동도 벌이고 있다.

- 실제 서울시장 선거가 이뤄지고 있는데, 시장 후보들의 반려견 관련 공약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 아쉬운 점이 많은 게 현실이다. 일부 후보는 '반려동물 공원'을 만들어 주겠다고 하더라. 한데 지금 필요한 것은 반려동물이 뛰놀 수 있는 공원이 아니다. 정말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동물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게 유기견이다. 유기견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하는 게 우선이 돼야 하는데 반려동물 공원이라니, 수박 겉핥기식 공약으론 동물권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

- 변화가 있으려면 여론의 관심도 필요할 것 같다.

= 많은 분이 동물 문제에 관심을 두시면 좋겠다. 동물이 입이 있어서 '우리의 권리를 보장해달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다른 사회문제와 마찬가지로 시민들이 나서서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달라고 할 때 세상이 변할 수 있다. 동물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번 내가 겪은 화재 참사에 많은 분이 응원과 격려의 목소리를 보내주셨다. 이런 관심이 동물권 문제 전반으로 이어졌으면 한다.

동물은 우리 삶에 큰 도움이 된다. 반려동물은 특히 인간에 많은 도움을 주지 않나. 도움이 되는 동물들과 오랜 시간 행복하게 보내는 방법이 뭔지 다들 생각해 주면 좋겠다. 다 같이 힘을 합쳐서 잘못된 문제에 대해서는 의견을 내주시면 한다. 우리가 함께 힘을 합쳐야 한다. 많은 이들이 함께해달라.

zzz@heraldcorp.com

기자·진행 김성우 / PD 신보경, 우원희, 정아휘, 이채연 / 디자인·CG 허연주, 변정하 / 제작책임 이정아 / 운영책임 홍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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