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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홍석의 시선고정]110년 인천 야구 역사 무시한 ‘SSG 랜더스’ 구단
연고지 인천 아닌 서울서 창단식 개최… 인천시민 등 지역사회 ‘반발’
야구역사 태동부터 고교야구 이어 프로야구까지 ‘구도 인천’ 무시
인천 각계각층 공식사과 요구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용진 SSG 랜더스 구단주가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구단 창단식에서 힘차게 구단기를 흔들고 있다.〈공동취재사진〉

인천 야구계가 시끄럽다. 프로야구 SK와이번스를 인수한 SSG 랜더스가 연고지 인천을 벗어나 서울에서 창단식을 개최한 것과 관련해 지역사회가 크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개 사과를 요구할 만큼 비난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인천 연고 SSG 랜더스는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화려한 창단식을 개최했다. 이를 놓고 인천지역 각계각층으로부터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인천시의원들은 SSG 랜더스의 서울 창단식을 두고 강하게 반발했다.

인천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2일 성명서를 통해 “인천에 뿌리를 내리겠다며 지역성을 강조했던 SSG 랜더스가 첫 공식행사라고 할 수 있는 창단식을 연고지가 아닌 서울에서 개최한 것은 인천시민들의 야구에 대한 애정을 전혀 존중하지 않은 처사”라고 비난했다.

유독 지역 연고 구단 변경이 잦은 인천인 만큼 현대와 SK로부터 배신을 당했다는 서운함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첫 걸음을 시작하는 구단 창단식을 타 지역에서 개최한 것은 인천시민들에게 당혹감을 넘어 큰 절망감을 안겨주었다고 꼬집었다.

특히 의원들은 SSG 랜더스가 창단식 개최 과정에서도 인천시나 인천시민과 어떠한 협의도 없이 일방적인 통보로 이뤄진 데 대해 앞으로 인천연고 구단을 인천시민들과 한 뜻으로 이끌어 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인천평화복지연대, 인천경실련도 지난달 31일 성명서를 내고 “인천을 연고로 하는 야구단이 인천이 아닌 다른 도시에 원정을 가서 창단식을 열어 시민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냈다”고 비판했다.

시민단체들은 “인천을 기반으로 이제 첫발을 떼는 야구단이 보인 이 행태에 인천시민들은 당혹감과 실망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며 “인천에 쓱(SSG) 착륙(landing)하겠다던 구단이 인천과 인천시민들을 우습게 보고 있는게 아니고서야 그 시작을 다른 지역에서 할 수 없다”고 따졌다.

그러면서, “인천과 서울이 그렇게 먼 거리도 아니고, 창단식 시간이 오후 6시였던 만큼 마음만 있다면 인천에서 여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다”며 “만일 호남이나 영남의 도시를 연고로 했다면 다른 곳에서 창단식을 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은 창단식 사태에 대해 인천시민과 야구 팬들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인천은 ‘구도(球都) 인천’이라고 불러지고 있는 만큼 말그대로 ‘야구 도시’이다.

인천 개항과 동시에 미국 선교사들로 인해 지금의 제물포고등학교 자리인 ‘웃터골’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야구의 동이 트기 시작했다. 대통령기·봉황대기·청룡기 제패 등 아마추어 고교야구의 명성을 이어 프로야구 SK와이번스에 이르기까지 110년의 야구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런, 인천이 SSG 랜더스로 부터 무시당하는 수모를 겪고 있는 것이다. 인천을 연고로 새로 출범하는 첫 발부터 잘못 딛고 있는 것이다.

이번 서울 창단식은 야구 태동 인천 110년의 역사와 300만 인천시민을 우롱케 했다. ‘잔치상은 서울에서, 설거지는 인천에서’ 라는 의미인가?

SSG 랜더스 구단을 맡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에게는 인천의 이미지가 안좋을 수 있다. 인천은 물론 전국에서도 잘나갔던 신세계백화점이 롯데백화점으로 넘어간 뼈아픈 상처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인천의 중심상권인 구월동에 위치했던 신세계백화점은 연 매출 8000억원 규모로 전국 백화점 매출 순위 10위권에 드는 핵심점포로 성장했다.

그러나 신세계는 지난 2012년 인천시와의 협약으로 롯데가 인천터미널 부지와 건물을 매입하면서 장기임대계약이 끝나는 2017년 점포를 넘겨주었다.

이후 신세계는 롯데와 인천시를 상대로 소송을 벌였지만 결국 3심 모두 패소했고 대법원 판결 이후 신세계는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지난 2017년 12월 매장을 정리하고 인천을 떠나게 됐다.

이같은 사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 신세계 측에서 볼 때 인천의 이미지가 그리 좋을리는 없기에 창단식을 서울에서 개최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인천시도 문제다. 창단식을 서울에서 개최할 만큼 넋놓고 있었는지에 대한 지적을 받고 있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지난 25일 SSG 랜더스에 합류한 추신수를 만나 지역화폐인 인천이(e)음 카드를 선물했다.

이날 인천 SSG 랜더스필드(옛 문학구장)에서 열리는 SSG의 첫 번째 홈 시범경기에 앞서 추신수를 포함해 김상수, 최주환, 윌머 폰트, 아티 르위키 등 신규 영입 선수 5명에게 이음카드 선물과 구단에 보건용 마스크 전달했다.

새로운 홈구단 식구가 된 SSG 랜더스에게 연고지 인천과 인천 야구팬들을 위해 올 시즌 열심히 경기에 임해달라는 격려에도 불구하고 SSG 랜더스의 마음은 인천이 아닌 서울로 향하고 있었다. 인천시는 선수 격려에만 만족했지, 결국 첫 신호탄을 알리는 창단식에는 뒷전으로 밀려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SSG 랜더스가 진정 인천을 생각하는지 그 속을 모르겠다. “서울 시범경기 일정상 부득이했다”는 구단 측의 궁색한 변명도 신뢰가 가지 않는다. 아직도 구단 측은 공식적인 사과를 내놓고 있지 않다.

구단 측은 인천시민들에 의한, 인천시민들을 위한 진정한 지역 연고 프로야구단이 될 수 있도록 공식 사과와 함께 앞으로 믿음이 가는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110년의 야구 역사와 오랜 세월을 함께 한 인천 팬들과 시민들을 결코 무시해서는 안된다.

[헤럴드경제 기자 / 인천경기서부취재본부장]

gilber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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