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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중소기업 두 번 죽이는 고용유지지원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 1월부터 서울 삼성동 코엑스를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모든 컨벤션센터에서의 마이스(MICE·전시컨벤션) 행사는 대부분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지난 1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관광 관련 업체들의 평균 매출이 3분의 2가량 줄어들었다. 그중에서도 국제회의업(컨벤션)이 마이너스 84%로 매출 감소 폭이 가장 컸고, 여행업(-83.3%)이 그 뒤를 이었다.

‘사람이 직접 챙겨야’ 하는 관광산업 특성상 아무리 경영 상황이 어렵더라도 회사를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직원(전문인력)을 먼저 챙겨야 한다는 것은 기본 상식이다. 그런데 마침 기업이 힘들 때 직원들의 고용유지를 지원해주는 고마운 제도가 있다는 소식에 업계의 많은 회사가 고용유지지원금을 서둘러 신청했다. 당장은 일이 없어서 수입은 끊어진 상태지만 언제라도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는 방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과 함께 끝까지 살아남기 위한 고육책인 셈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은 직원이 회사에 출근하지 않아야만 지급된다는 게 고용노동부의 설명이다.

며칠 전 한 언론에 올라온 기사를 보면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기획재정부가 인공지능(AI) 기반 지능형 이상 징후 탐지 시스템을 적용해 총 6494건의 부정 수급 사례를 포착했다’는 게 그 내용이다. 더구나 우리나라에서는 상대적으로 엄격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시행되고 있어 이미 많은 기업이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언젠가 다시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그나마 고용유지지원금에 의지해 최소한의 생명유지 활동을 해왔을 텐데.... 정부는 그 ‘산소호흡기’마저 빼앗았고, 심지어 3~5배에 이르는 벌금까지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어렵사리 부지해왔던 숨통까지 아예 끊겠다는 것이 아닌가.

현재 대한민국 경제는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산업 중심으로 급격히 바뀌고 있으며 이는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또한 기업이 살아야 국가의 경제도 지탱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아직도 노사의 이분법적인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6년 전 제정된 고용보험법을 잣대로 유례없이 어려운 이 시기에 제대로 된 지원은 못 할망정 오히려 중소기업들을 옥죄고 있는 것이다.

물론 고용유지지원금을 합법적으로 지급하고 관리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다. 그러나 그 목적은 결국 국민과 기업의 생존에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혹시라도 지급된 지원금이 직원들의 급여가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되었다면 처벌하고 벌금을 물리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그 지원금이 온전히 직원들에게 지급되었는데도 다른 이유를 들어 책임을 묻고 처벌하려고 한다면 고용유지지원금은 결과적으로 ‘중소기업을 두 번 죽이는 독약’이 되고 말 것이다.

오성환 이오컨벡스 대표 전 한국MICE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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