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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용고시도 때려치운다”…‘문과생’도 몸값 치솟는 개발자로 진로 변경 [IT선빵!]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 사범대 학생인 A씨(28)는 졸업 후 임용고시 대신 스타트업의 ‘개발자’가 됐다. 대학교 시절 들어간 창업 동아리에서 우연히 코딩을 배웠다. 창업을 위한 ‘보조 수단’이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개발자로 진로를 바꿨다. 안정적인 직업을 원했던 부모님도 이제는 아쉬워하지 않는다. IT 개발자만큼 ‘핫’한 직업이 없어서다. A씨는 “개발자는 ‘3D 직종’이라며 회피하던 서울대 공대 친구도 이제는 ‘부럽다’고 한다. 2년 전 진로를 틀었던 게 ‘신의 한 수’였다”라며 웃었다.

#. 경영학과를 졸업한 B씨(28)는 최근 유명 IT기업에 개발자로 취업했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대기업 취직이나 회계사 시험을 준비 중이다. 얼마 전만 해도 프로그래머가 됐다고 하면 ‘뜬금없다’는 반응이 대부분. 이제는 다르다. IT업계 연봉 기사를 본 친구들로부터 “너도 6000만원 받냐”라며 연락이 온다. B씨는 “솔직히 이렇게 많이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라면서도 “회사에서 잠재력과 가치를 인정해 준 결과라 생각한다.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든, 능력을 활용해서 창업·취업을 하든 앞으로 먹고 살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문과생 전문인력 급증…네이버는 “직접 키우겠다” 선언까지

문과생 개발자들이 늘고 있다. 대기업 취직, 로스쿨 진학, 각종 고시 준비로 한정됐던 직업의 길이 다양해지고 있다. IT업계의 연봉 줄인상 소식이 이어지면서, 과감히 개발자의 길을 걸은 문과생들은 ‘선구자’로 여겨지기까지 한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18년 1만 5600명이었던 ‘기타 전공’ 출신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이, 2019년에는 2만 3600명으로 늘어났다. 1년 사이 8000명이 증가했다.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의 70% 가량을 차지하는 소프트웨어 전공 출신 취직자 증가세(9400명)과 맞먹는다. 같은 기간 하드웨어 전공 출신과 융합 전공 출신은 각각 800명, 1400명 줄었다.

‘경력직 개발자’를 선호하던 업계도 변하고 있다. 타사에서 개발자를 빼내오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채용 규모를 확대하고 연봉을 높여 ‘신입’을 유혹한다. 게임업계를 시작으로 한 연봉 인상은 IT업계 전반으로 번졌다. 유명 IT기업의 대졸 개발자 초임은 5000만~6000만원을 웃돈다. 네이버는 900명의 개발자를 채용하며,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한 ‘육성 프로그램’ 계획까지 발표했다.

문과생 개발자 되기 어렵지 않아…“꽃길만 있는건 아닌데” 우려도
판교 테크노밸리 [헤럴드DB]

일찌감치 진로를 바꾼 ‘문과생 개발자’들은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지 않았어도 충분히 IT개발자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초 IT기업에 입사한 C씨(27는 군대에서 책으로 코딩을 독학했다. 복학 후에는 코딩 동아리에 들어갔다. 그의 전공은 심리학과다. C씨는 “코딩의 매력은 입력값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논리성에 있다”며 “직접 해보니 개발 직무는 문과생이냐, 이과생이냐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걸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부가 진행하는 한국형온라인강좌(K-MOOC)를 통해서도 기초 학습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각종 코딩 교육 프로그램도 적극 추천했다. 삼성의 ‘청년 SW 아카데미’와 네이버의 ‘부스트캠프’, 우아한형제들의 ‘우아한 테크코스’ 등이 대표적이다. 코딩뿐 아니라 실제 업무와 관련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인턴 등 채용 기회도 주어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의 ‘SW마에스트로’, 이노베이션 아카데미의 ‘42서울’ 등 정부 주도 프로그램도 있다. B씨는 “무작정 학원을 다니기보다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을 찾고, 이들과 스터디를 하고 직접 프로젝트를 하며 부딪히는게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말했다.

전공에 따른 불이익도 없다. 채용 과정이 포트폴리오와 실기 전형 위주로 이루어져 있어서다. B씨는 “전공, 정보처리기사 자격증 같은 것 보다 프로젝트를 얼마나 많이 수행했는지와 회사 코딩 테스트가 중요한 것 같다”며 “취업 준비할 때는 문과생이니까 불리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런 부분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B씨의 서류 합격률은 99%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최근 IT업계 개발자가 높은 연봉 등으로 주목을 받지만, 실제와는 다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기업이나 유명 스타트업은 연봉, 근무 환경이 점차 나아지고 있지만 중소 기업의 개발자 처우는 아직 갈 길이 멀다. C씨는 “출근이 자유롭지만 일의 진행 상황에 따라 퇴근이 늦어지는 것도 사실”이라며 “경력 우대 경향도 여전해 막연히 연봉만을 바라고 개발자가 된다면 실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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