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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상식의 현장에서] LH개혁, ‘해체’만이 능사일까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땅 투기 사태로 촉발된 투기 의혹이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등 전국 곳곳으로 확산하고 있다. 정부 부처뿐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까지 땅 투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국민적 공분은 더욱 커지고 있다. 급기야 LH 해체 및 3기 신도시 철회 요구 확산 등 정부 부동산 정책까지 흔들리는 분위기다.

다만 3기 신도시 철회 요구 못지않게 3기 신도시를 기다리는 수요도 많다. 전세로 살며 3기 신도시 청약을 기다리는 무주택자들이다.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3기 신도시 및 2·4 공급대책 차질 없는 추진’ 요구에 약 2500명이 서명했다. 청원인은 “3기 신도시 개발과 2·4 대책은 서민의 유일한 주택 마련 수단”이라며 차질 없는 실행을 요구했다. 이 때문에 이들이 ‘청약난민’ 신세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진다. 비리 혐의가 명백하지만 국민 공분이 커질수록 조금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LH 해체만이 해결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또 다른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 LH가 가진 기능을 쪼개 여러 기관에 배분하면 결국 기관만 바뀌어 LH 사태와 비슷한 일이 재발할 수도 있다.

LH 해체는 다른 공기업의 해체 요구로도 이어질 수 있다. 최근 공직사회 곳곳에서 투기 의혹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도청에서 기업 투자유치 업무를 담당하던 간부 공무원이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와 맞닿은 개발예정지 주변 땅을 자신의 가족 회사 명의로 매입한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합병해 LH가 출범한 것은 주택 공급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해체 수준의 조직개편에 나설 경우 업무효율이 다시 떨어질 수 있다. 특히 LH가 공을 들여 추진해온 3기 신도시나 2·4 공급대책 실행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정부는 LH 사태와 별개로 기존 주택 공급대책은 차질 없이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LH의 택지 개발과 주택 건설을 분리하는 부분은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LH 사태의 본질은 ‘시스템 미비’에 있다. 직원의 윤리의식 실종과 허술한 내부 관리가 총체적으로 불거진 문제다.

강도 높은 감시 체계를 구축해 재발 방지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LH를 해체하더라도 누군가는 택지 개발 업무를 해야 하므로 해체 방안은 의미가 없다”면서 “현재 갖고 있는 공공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 사전 신고, 감시 시스템 구축 등 내부 통제장치를 제대로 확립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LH 개혁 방안이 이달 말 발표된다.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한 개혁도 필요하지만 당장 시급한 것은 3기 신도시를 ‘기다리는 민심’을 위한 주택 공급의 차질 없는 실행이다. LH 혁신의 초점은 내부 통제 시스템 강화에 맞춰야 한다. 누구에게 개발을 맡기냐보다 개발정보를 어떻게 통제하느냐가 더 중요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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