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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과연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웠는가

2017년 5월 10일, 많은 국민은 제19대 대통령 취임사에 귀를 기울였다. 첫 단락을 보면 ‘선거에서 경쟁을 끝내고 손을 잡고 전진해야 한다’로 시작한다. 이어 ‘정치적 격변기에 국민이 대한민국의 앞날을 열어뒀고, 국민통합이 시작된 날’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힘들었던 지난 세월 국민은 ‘이게 나라냐’고 물었습니다”로 구시대의 잘못된 관행과 결별한다고 했다. 또 광화문 대통령 시대에 주요 사안은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고 제왕적 권력을 나누고 동북아 평화구조를 정착시킨다고 밝혔다. 보수와 진보의 갈등을 끝내기 위해 대통령이 나서서 직접 대화하고 인재를 삼고초려해서 맡긴다고도 했다. 일자리를 챙기고, 지역과 계층과 세대 간 갈등을 해소하고 비정규직 문제도 해결의 길을 모색하고, 여기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탄핵으로 인한 불행한 역사를 종식해야 하고 대한민국 대통령의 새로운 모범이 되겠다고 했다. 약속을 지키는 솔직한 대통령이 되고,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하며 특권과 반칙이 없는 공정한 세상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광화문 시대 대통령이 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도 했다. 그리고 마지막 단락에서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역사가 시작되며 이 길을 함께해 달라고 돼 있다.

다시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를 꺼내는 이유는 지금 그렇게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단기 경제, 중기 일자리, 장기 교육적인 측면에서는 더욱 반대로 가고 있다.

단기 경제에서 보면 ‘부동산 문제’가 가장 크다. 2017년 5월 취임하고 2020년 초까지 서울의 집값은 배로 뛰었다. 최근까지 3배가 뛴 동네가 수두룩하다. 그렇다 보니 ‘이생망(이번 생애 망했다)’이나 ‘벼락거지(벼락부자의 반대말로 상대적 빈곤에 빠진 사람들)’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월급으로는 집을 살 수 없으니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을 하게 된다. 따라서 근로소득은 상대적으로 작고 확률상 큰 소득인 부동산으로 향하게 된다. 대출이 덜 되는 경우에는 주식시장으로 옮겨 간다. 즉, 부동산의 급격한 상승 때문에 노동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많이 줄었다는 점이다.

다른 나라도 그렇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집값이 상승한 부분은 지극히 일부다. 이미 가격은 상승하고 있었고 공급 없이 수요에 대한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펼쳤다. 당연히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사태 등이 터졌다. 일반적으로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은 본인의 업무와 관련된 곳에 이해상충이 생기기 때문에 해서는 안 될 일이 급기야 터지고 만 것이다. 발본색원하려면 상위 기관을 포함해 차명 거래까지 모두 조사해야 한다.

중기 일자리도 평등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가? 재정을 투입한 곳에만 일자리가 지켜지고 있다. 처음에 설치했던 일자리 상황판은 잘 있는지 모르겠다. 일자리의 질까지 표시해서 지켜보고 있어야 했다. 재정이 투입된 곳에 싼 일자리이거나 경력에 전혀 도움은 되지 않지만 고용에는 잡히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 와중에도 돈을 더 써야 한다는 것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이미 공공기관을 포함하는 정부부채(D3)는 연금 충당부채, 금융공기업 부채까지 합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에 육박했다. 세금은 당연히 국민이 내야 한다. 인천국제공항 사태처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공정한가?

장기 교육은 평등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가? 여기에 대한 답은 이미 여러 사례가 많았을 것이라고 본다. 부동산을 포함하는 경제·일자리·교육 등 세 가지에 대해 사람들은 굉장히 민감하고 공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야다. 과연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웠는가? 다시 한번 묻지 않을 수 없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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