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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올해는 벚꽃이 피지 않았으면 좋겠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일 년이 넘었다. 코로나도 봄을 막지는 못하는지 남쪽 제주에서부터 봄기운이 시작되고 있다. 과거의 시끌벅적한 벚꽃 구경은 아니라도 오가는 길가에 날리는 꽃잎을 바라보며 잠시 지친 심신을 달래어 볼만도 한데 올해는 벚꽃이 반갑지만은 않다. 바로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이 닫는다’는 우스갯소리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사상 최저치인 0.84명을 기록하고 출생아도 20만명대로 하락했다. 지방인구 소멸과 학령인구 감소 여파가 사회 전반에 걸쳐 쓰나미처럼 밀려오고 있다. 저출산·고령화가 정해진 미래인데도 정치권은 선거와 권력투쟁으로 날을 세우고 있고, 코로나로 인한 장기 경기침체와 불안한 일상에 지친 일반 국민은 인구절벽의 위기를 애써 외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서울도 1000만 인구가 무너지고 아기를 낳으면 최대 1억원을 지급한다는 선거공약까지 나왔으니 지방은 말할 필요도 없다. 급기야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한 지방대학 총장이 사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예산부서에서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지난 15년간 200조원의 예산을 쏟아부었고, 향후 5년간 또다시 200조원을 푼다고 하는데도 출생아가 늘어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국가의 제1구성요소인 국민이 줄어들어 ‘대한민국 소멸’을 걱정하는 것도 기우가 아니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자리, 복지, 교육 등 총체적인 대응이 있어야 하지만 지금 당장 출산율이 올라간다고 해도 인구절벽을 막으려면 20년이 걸린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저출산·고령화로 시작됐다는 것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지 않았나.

이러한 인구절벽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민 정책이 효율적인 대안 중 하나로 제시된다. 그런데도 예산이나 정책부서에서는 이민 수용은 최후에 선택할 문제라며 공론화를 피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투표권이 없는 이주민에 대한 개방과 통합 정책은 뒷전이다. 물론 국민정서에 맞지 않는 무리한 이민 수용으로 사회갈등이 가속화되고 차별과 혐오가 넘치게 된다면 혹 떼려다 혹 붙일 수 있다. 그렇다고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 수는 없지 않은가.

적극적인 이민 수용이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을 때에는 필요한 외국 인재를 공장에서 찍어낸 물건처럼 수입해서 쓸 수는 없다. 이민 정책의 대상은 사람이기 때문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효율적인 이민 수용을 위해서는 어느 분야에 어떤 자격을 가진 사람 몇 명을 도입해야 국민을 대체할 수 있을지 사전에 파악하는 ‘노동시장 테스트’를 제도화해야 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선발 절차를 거쳐 입국 전 사전 교육을 해야 한다. 입국 후에도 국내 생활 정착과 선주민과 조화로운 통합을 위한 사회통합 프로그램과 상호문화 이해도 필수다.

이를 위해서 여러 부처에 분산돼 있는 정책을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통합 시스템과 이민 정책 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한다. 주변 경쟁국인 일본과 중국은 이미 이러한 준비를 국가적 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있다. 인구절벽으로 촉발된 지방대학 폐교를 눈앞에 두고도 아무런 준비가 없으니 벚꽃 개화마저 두려운 상황이 되고 말았다. 올해는 벚꽃이 피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도균 제주한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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