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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바로 보기] 일본의 ‘디지털 혁신’ 과연 성공할까

코로나 시대를 맞아 일본의 약점이 드러났다. 그중 하나가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이 늦었다는 것이다. 국가행정의 디지털화가 특히 뒤처졌다. 코로나감염 PCR검사 결과 집계를 팩스에 의존하는 보건소, 수작업 서류 대조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과정 등이 알려져 망신을 당했다.

올해도 아날로그식 행정 처리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해 하반기 업무차 일본에 갔다가 3월 초 돌아온 일본인 지인은 “디지털화에선 일본이 한국보다 많이 약해요. 살아 보니 불편한 게 너무 많다”고 전했다. 그는 “와이파이를 집에 설치하는 데 한국에선 하루 이틀이면 충분하지만 일본에선 한 달이나 걸렸다”며 “은행 잔액이나 졸업증명서를 받는 데 일주일이 소요되고, 한국에서 스캔으로 바로 처리됐던 영수증도 도장을 찍고 우편으로 받아야 해서 업무 처리가 너무 늦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재택근무나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일본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낙후됐다. 디지털산업의 핵심 분야로 꼽히는 ‘플랫폼’의 경우 존재감이 거의 없다. GAFAM(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로 대표되는 미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주도한다. 기존 제도와 대면 업무를 고수해온 일본이 ‘디지털 혁신’을 서두르는 배경이다. 정부와 기업 조직의 디지털화 수준을 끌어올리고, 디지털산업에서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지 못하면 4차산업 시대에 생존하기 어렵다.

민간 기업들은 변신을 위한 몸부림치고 있다. IT(정보통신)업계 1위 소프트뱅크그룹의 야후재팬은 한국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LINE)과 손잡고 이달 초 합작사를 출범했다. 미국, 중국에 대항해 글로벌 플랫폼업체를 만드는 게 목표다.

보수적인 유통업계에서도 1위 업체인 이온그룹은 연초 ‘개별 셀프 계산 시스템’을 도입했다. 고객들은 계산대 앞에서 줄을 설 필요 없이 단말기로 상품의 바코드를 찍어 결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물론 닌텐도처럼 글로벌 게임시장에서 앞서가는 업체도 있긴 하다.

‘코로나 쇼크’를 계기로 일본이 디지털 혁명에 성공할 수 있을까. 관(官)이 민(民)을 주도하는 일본에선 정부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오는 9월 디지털청 출범을 목표로 ‘디지털 개혁 관련 법안’ 심의가 국회에서 진행 중이다. 디지털 사회 구축을 위한 정부 내 통합 조정 역할을 맡는 디지털청이 제대로 안착할지가 관건이다.

디지털청 인력 규모는 500명. 사무를 총괄하는 디지털청 장관, 부장관, 정무관을 비롯해 실무 업무를 맡는 디지털관, 디지털심의관 등으로 구성된다. 부처로는 전례 없이 민간 인력을 100명이나 채용한다. 지난 1월 마감한 IT(정보통신) 경력자 1차 선발에는 30명 모집에 1432명이나 응모했다.

그런데도 디지털 혁신 과정이 쉽진 않을 것 같다. 사회 전체가 워낙 아날로그 방식에 익숙한 데다 고령자가 많은 인구구조도 걸림돌이다.

일본은 서구식 디지털 사회로의 대전환 대신 전통 기술과 방식 위에 디지털 시스템을 접목하는 방향을 선호한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공존하는 ‘일본형’ 디지털 사회는 어떤 모습이 될까.

최인한 시사아카데미 일본경제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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