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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이담의 현장에서] 엇박자 내는 랜선주총과 전자투표

바야흐로 주주총회 시즌이다. 12월에 결산하는 법인 대부분이 이달 말까지 주주총회를 한다. 주주총회는 회사와 주주가 소통하는 자리다. 주식이 1주라도 있으면 누구나 참석할 수 있다. 17일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전기 등 삼성 계열사를 시작으로 24일엔 현대자동차, SK바이오팜, 네이버가 주주총회를 한다. 이 밖에도 25일엔 상장사 188곳, 26일엔 257곳, 29일엔 152곳이 예정돼 있다.

무엇보다 삼성전자 주주총회는 전 국민의 관심 대상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이 16일 발표한 주주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의 주주는 296만명에 달한다. 웬만한 광역시의 인구 수준이다. 당연히 이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삼성전자는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참석보다는 온라인으로 시청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라는 안내문구를 고지했다.

비단 삼성전자뿐 아니다. 주식투자가 대중화되면서 이제는 커다란 강당에 주주들이 모여 경영진을 바라보던 모습은 과거의 일이 될 게 분명하다. 랜선주총이 대세로 자리 잡은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불러온 나비효과다.

랜선주총이 주류로 자리 잡게 되면서 가장 먼저 드는 의구심은 의결권 행사방법이었다. 해답은 간단했다. 전자투표가 해법이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또 다른 문제의식이 발동한다. 주총 내용을 들으면서나 혹은 듣고 나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현행 규정상 전자투표는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에 해야만 한다. 주주총회는 해당 기업의 사업 및 투자정보를 주주들과 실시간 소통하는 자리지만 랜선주총에 참여할 수많은 주주는 실시간으로 의결권 행사를 할 수 없는 셈이다. 사전 전자투표 외에 대안이 없다.

실제 주총 시즌을 맞으며 주주들은 한국예탁결제원 전자투표 시스템에 미리 접속해 의안별 상세 내용을 확인한 뒤 의안별로 투표 행사 버튼을 눌러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선거로 비유하면 TV토론회를 보기도 전에 투표 하고 있는 것이다.

랜선주총과 전자투표가 엇박자를 내는 원인은 ‘낡은 규제’에 있었다. 현행 상법은 주주총회를 열 때 해당 기업의 본점 소재지 또는 이에 인접한 곳에서 소집하도록 규정한다. 온라인 주총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시대를 반영하지 못한 법안 때문에 온라인 주총을 통한 출석과 의결권 행사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고자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자주주총회를 열 수 있게 하는 상법 개정안을 지난해 8월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코로나19 이후 언택트 시대가 도래한 지 1년이 지났다. 기업들은 새로운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발 빠르게 대응 방안을 내놓으며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와 금융 당국의 시계는 느리기만 하다. 이제는 대세로 자리 잡은 랜선주총에 대한 정부의 새로운 접근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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