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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LH 사태’마저 선거 앞둔 정쟁거리 전락 안 된다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LH 사태’ 수사가 본격화한 가운데 간부급 직원 2명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두 사람 모두 정부가 전수조사로 밝혀낸 투기 의혹자 20인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고, 특수본의 수사선상에 오른 인물이 아니다. ‘공공의 적’이 된 LH 임직원의 심리적 압박감이 얼마나 큰지 짐작하게 한다. 수사가 장기화할수록 이 같은 불상사가 거듭될 수 있다. 특수본은 진상규명에 속도를 내고 추상 같은 엄정함을 유지하되 엉뚱한 피해자가 발생하는 일만은 막아야 할 것이다.

LH와 정부가 내부 부패방지 시스템과 재발방지 입법을 서두르고 있는 와중에 정치권에선 뜬금없는 특검 공방으로 헛심을 쓰고 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특검에서 LH 투기 의혹을 수사하자”고 먼저 나섰다. 이는 정부와 여당, 청와대의 엇박자만 드러낼 뿐이다. 문 대통령은 경찰이 명운을 걸고 나서라고 주문했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세청·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 인력 770명이 투입된 매머드급 특수본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마당이다. 특수본을 주도하는 경찰 국가수사본부는 여권이 애지중지하는 검경수사권 조정의 산물인데 초장부터 힘 빠지게 하는 자충수나 다름없다. 게다가 특검은 법안 발의부터 특검 임명, 수사팀 구성 등에 적지 않은 시일이 필요하다. 즉각적 수사를 통한 투기세력 발본색원이라는 이번 사건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 일단 특수본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국민적 눈높이에 맞지 않으면 특검이든, 검찰 수사 전환이든 논의하는 게 순리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남 양산 사저 부지를 둘러싼 야당의 문제제기도 LH 사태를 정쟁거리로 삼는 일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문 대통령이 미공개정보를 이용하거나 돈을 더 벌 목적으로 땅을 샀다고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국가지도자 생활을 마치고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기 위해 귀향하는 데 박수를 보내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야당의 농지법 위반 지적에 문 대통령이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라 한 것은 지나쳤다. 농지에 집을 짓는 일은 일반인이라면 쉽지 않은 일이므로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는 게 우선일 것이다.

여당의 특검 카드나 야당의 문 대통령 사저 농지법 위반 제기는 LH 사태로 유불리 지형이 확연히 갈린 정치권이 꺼내 든 카드란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LH 사태 전만 해도 서울시장 보궐선거 지지도에서 1위를 달리던 박영선 후보가 지금은 안철수·오세훈 후보에게 뒤처지는 국면을 맞았다. 자칫 이성을 잃고 뭐든 동원하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그럴수록 자충수를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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