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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보험에 대한 나쁜 인식 바꾸려면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개인과 기업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하지만 보험시장에서 보험사 대부분은 상당한 수익을 내며 선방했다.

코로나 1차 유행을 겪은 2020년 1분기 생명보험 수입보험료는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한 26.8조원을 기록했다. 손해보험 수입보험료 역시 전년 대비 9.1% 증가한 23.9조원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2차 유행을 겪은 2020년 9월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생명보험회사들의 보유계약 건수는 약 8200만건이며 보유계약액은 약 2383조원으로, 세계 7위의 보험시장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경제가 어려운데도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보험을 많이 가입하는가? 설계사 중심의 영업 형태가 한 가지 답이다. 현재 40만명 정도의 보험설계사가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 보험계약자 중 자발적으로 가입한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대개는 친척 또는 친분이 있는 설계사들의 강권에 의해 가입한다.

‘보험은 사기’라는 인식이 많은 사람의 의식에 잠재해 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보험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다. 1897년 이완용의 형인 농상대신 이윤용이 ‘대조선보험회사’를 설립하고 ‘소보험’을 판매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피보험 대상은 ‘사람’이 아닌 ‘소’였다. 당시 소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소는 거래할 수 없게끔 정책을 마련해 보험이라기보다는 우두세에 가까운 제도였다. 이는 보험에 대해 무지한 서민을 대상으로 한 사기성 보험의 원조라 할 수 있다.

이후 일제의 식민지 상공 정책에 따라 보험은 조선에 대한 착취 수단으로 이용됐다. 그 당시 보험계약 규모는 작지 않았다. 일본은 대부분의 보험료를 일본으로 반출해갔다. 일본 패망 후 일본 보험사에 가입했던 계약자들에 대한 보상 문제가 발생했지만 일본인과 미군정의 담합으로 결국엔 보험사가 국민의 돈을 떼어먹었다. 이로 인해 ‘보험은 사기, 보험을 들면 손해 본다’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됐다. 해방 이후에도 많은 보험가입자가 있었지만 민족상잔의 전쟁으로 보험금 수령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보험업의 본격적인 발전은 박정희 정부부터다. 하지만 독재권력을 이용해 대기업 보험사들에 유리한 보험제도를 시행하고 서민 착취의 일면을 보여줬다. 한 예로 보험분쟁에서 보험계약자가 거대 보험사에 이기는 경우가 전무할 정도였다. 이에 따라 ‘보험은 사기, 보험을 들면 손해 본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고착화되고 말았다.

다행스럽게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시장 개방과 보험업의 선진화와 자율화가 진행됐다. 관치보험에서 탈피해 친고객적 서비스업으로 탈바꿈하고 보험경영의 개선으로 보험에 대한 이미지는 조금씩 긍정적으로 변화되고 있다.

지난해 보험사 대부분은 많은 이익을 얻었다. 하지만 이를 드러내놓고 자랑할 일만은 아니다. 더욱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시국에 배당금과 성과급 잔치를 하는 것은 자제할 일이다. 오히려 이 시기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베푸는 지혜를 발휘하기 바란다. 코로나 극복 이후 국민은 지나온 과정을 모두 기억할 것이다. 보험의 이미지 변화가 더 필요하다. 지금이 보험의 이미지를 완전히 쇄신할, 절호의 기회다.

김창기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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