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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총100조’ 쿠팡의 눈, 어디로 향하나…‘OO판 쿠팡’[언박싱]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앞에서 상장을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NYSE 제공. 연합]

[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 쿠팡이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성공적인 데뷔와 함께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당장 신규사업이나 해외진출보다는 국내 물류 인프라의 기술 혁신과 규모 확장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업계에서는 수조원이 들어가는 대규모 풀필먼트센터에 집중하는 쿠팡이 압도적인 배송경쟁력을 갖추는데 집중하며 이베이코리아, 요기요 등의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판 아마존’으로 불리며 아마존과 닮은 듯 다른 행보를 보이는 쿠팡은 이제 ‘○○판 쿠팡’이 나올 날을 기다리고 있다.

범접할 수 없는 물류인프라 구축
쿠팡이 11일 미국 뉴욕 맨하탄 타임스퀘어에서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기념해 전광판 광고를 진행하고 있다.[쿠팡 제공]

쿠팡은 “주말에 롤러블레이드를 타러 가자는 자녀와의 약속을 깜박한 고객”이 금요일 밤에 할 수 있는 선택지가 바로 쿠팡이라는 점을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창업자 레터에서 일관되게 배송의 경쟁력을 강조했으며, 상장 직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새벽 배송과 편리한 반품 서비스를 예로 들었다.

쿠팡은 로켓배송, 새벽배송, 로켓프레시(신석식품)로 경쟁력을 강화해왔다. 이 과정에서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질문이 고객 입에서 나올 정도로 독보적인 지위를 구축한 만큼 향후에도 쿠팡은 기술과 물류인프라의 결합을 통한 성장 전략을 고수할 계획이다. 상장 첫날 시가총액 100조원을 돌파한 쿠팡이 이번 기업공개(IPO)에서 조달한 자금 45억5000만달러(약 5조1678억원)로, 이 자금 역시 물류 인프라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효석 SK증권 연구원은 “기존 사업자들은 번 돈의 일부만 투자하고 남는 돈은 미래를 대비해 유보하는 전략을 사용한다”며 “반면 쿠팡과 같은 ‘아마존 키즈’는 적자를 내면서도 투자하는, 몸을 사리지않고 일하는 사람처럼 5조원도 이번에 과감하게 투자해 파괴적 혁신 기업이 될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의장의 표현을 빌면 “적자가 아닌 투자”다.

쿠팡에 따르면 현재 한국 인구의 70%는 쿠팡 물류센터의 7마일(11㎞) 내에 산다. 쿠팡은 현재 10여개인 대규모 풀필먼트(물품 보관·포장·배송·재고 관리를 총괄하는 통합 물류관리 시스템)센터를 추가하는 등 전국 물류센터 등 인프라 강화에 투자하고 향후 5년간 5만명을 추가로 직고용할 계획이다.

김 의장이 이날 밝힌 투자 계획은 앞서 상장신고서에서 밝힌 내용과 대동소이하다. 아직 쿠팡의 로켓배송이 미치지 못하는 지역까지 서비스를 확장해 타 경쟁자와 격차를 확실하게 벌리겠다는 전략이다. 쿠팡은 최적화된 배송 시스템을 위해 빅데이터 활용 등 기술 혁신에도 투자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쿠팡의 온라인 시장점유율이 2022년 3.8%포인트 상승한 19.7%가 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쿠팡과 포털 사이트 중심의 시장 재편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크리스마스 아침’ 같은 다음 서비스는?
[쿠팡 제공]

쿠팡은 ‘한국의 아마존’으로 불리지만 아마존의 행보와 유사하면서도 다르다. 미국 투자자들이 쿠팡에 관심을 보인 것도 아마존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배송서비스와 폭발적인 성장성 때문이다.

규모 면에서는 아마존에 밀리지만 서비스 측면에서는 ‘한국판 아마존’이 아니라 향후 ‘○○판 쿠팡’이 나올 미래를 꿈꿀 수도 있다. 한국은 전 세계 10대 이커머스 시장 중 유일하게 아마존과 알리바바가 장악하지 않은 시장이다. 특히 쿠팡은 경쟁이 심하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한국시장에서의 성공은 미국과 같은 성숙시장의 혁신 수준을 능가하는 이커머스 솔루션 구축, 맞춤화를 의미한다고 강조한다.

전세계 이커머스업계는 쿠팡이 이제 어떤 신규사업으로 또 판을 흔들지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국내 일각에서 거론되는 이베이코리아나 요기요 인수전 참여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장은 상장 직후 특파원 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M&A에 대해 문을 닫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대단히 많은 분석과 고민을 통해 옳은 판단이라고 확신이 서지 않으면 안 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또 아마존이 홀푸드마켓을 인수하는 등 오프라인 진출에도 나서고 있는 것과 달리 당분간 쿠팡은 온라인에 집중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마존이 클라우드인 아마존웹서비스가 큰 축으로 IT기업의 면모가 강한 것과 달리 쿠팡은 유통 물류 혁신에 방점이 찍힌 기업으로 행보가 똑같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닐슨미디어코리아 제공]

쿠팡의 다음 행보는 고객이 어떤 서비스를 필요로 하느냐에 달려있다. 특히 ‘한국인의 창의성’을 강조한 김 의장의 말처럼 유통에도 상상력과 창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고객의 삶을 혁신적으로 개선해 최상의 만족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수지’가 이제 무엇을 더 필요로 할지에 초점이 맞춰진다.

수지는 김 의장의 창업자 레터에 나오는 가상의 인물이다. 수지는 헤드폰, 딸의 발레수업을 위한 튀튀(tutu), 다음날 아침을 위한 시리얼과 우유 등 다양한 물건이 필요해 쿠팡에 주문을 한다. 다음날 현관을 열고 배송된 물건을 본 수지는 마치 ‘크리스마스 아침’과 같은 기분을 느낀다는 것이 쿠팡의 설명이다.

고객에게 ‘크리스마스 아침’ 선물을 받는 것처럼 만족감을 계속 주려면 쿠팡은 아직 부족한 서비스가 많다. 지난해 말 론칭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쿠팡플레이는 콘텐츠 강화가 아직 숙제로 남아있고, 아마존이 책, 음악, 게임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달리 문화콘텐츠가 부족하고 전용기기(디바이스)도 없다. 쿠팡은 일단 직매입 상품군을 확대하고 라이브 커머스 투자 외에도 광고나 여행 분야로도 확장을 시사한 상태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한국유통학회장)는 “쿠팡은 지금까지 한국 유통 생태계에서 따로 노는 ‘외계인’과 같은 역할을 했다. 오너십은 미국 회사로, 국내 시장에서 사업을 하면서 거버넌스 문제에 대한 화두도 던졌다”며 “지속 성장을 위해 이제 쿠팡도 사회적 책임에 눈을 돌릴 시기가 됐고, 한국에서 어떤 유익을 끼치면서 비즈니스를 할 것인지 진정성을 보이는 기업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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