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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신라이프] 여성호신술에 대한 흔한 오해, ‘평균의 함정’

여성호신술을 개발하고 가르친 지 햇수로 12년째가 되다 보니 여성호신술에 대해 뻔한 오해와 반론을 많이 접했다. 그 가운데 ‘평균의 함정’에 대해서 얘기해볼까 한다.

일반적으로 호신술이 추구하는 최종 목표는 가해자와 싸워서 제압하는 것이 아니라 탈출 그리고 상대로부터 최대한 멀어지는 것, 쉽게 말해 ‘도망치는 것’이다. 필자가 개발한 ‘A.S.A.P. 호신술’에서는 ‘도망친다’는 표현이 주는 부정적 영향을 고려해 ‘안전(거리) 확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그리고 안전거리 확보를 위해서는 상대를 넘어트리는 등의 방법을 이용해 가해자가 바로 쫓아오지 못하는 2~3초의 시간을 버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여성이 남성과 싸우는 것이 ‘평균적으로’ 신체 열세로 인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 안전거리 확보에 대해서도 남자가 여자보다 ‘평균적으로’ 달리기가 빠르기 때문에 어차피 금세 잡힐 것이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 평균의 실상은 이렇다. 2015년 국민체력실태조사에서 확인된 19~39세 50m 달리기 기록 평균은 남성 8.4초, 여성 10.5초다. 즉 ‘평균적으로’ 따졌을 때 오히려 여성이 2~3초 정도만 시간을 벌면 적어도 50m 구간 안에서는 남성에게 따라 잡히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 구간 안에 내가 몸을 숨기거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안전구역이 있거나 가해자의 시야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매우 높은 확률로 상황은 안전하게 종료될 것이다.

단거리 달리기의 가속 및 감속 구간을 따져보면 ‘평균적으로’ 여성이 3초 먼저 출발했다면 남성은 9초(여성이 출발한 지는 12초) 이상을 달려야 따라잡을 수 있다. 심지어 남성이 달리기 시작한 지 5초 정도까지 여성은 점점 더 멀어진다. 그 멀어지는 모습을 눈으로 보면서 남성 가해자가 ‘결국엔 잡고 말리라’는 굳은 신념으로 끝까지 쫓아갈 확률이 얼마나 될까. 거기다 체력적 부담까지 느낀다면 추격을 포기할 확률은 훨씬 커질 것이다.

이제 평균을 벗어나 생각해보자. 위의 자료를 백분율화해보면 남성의 가장 느린 기록보다 느린 기록을 낸 여성은 전체의 36%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20대 후반 남녀 간 가장 빠른 기록 차이는 3초, 가장 느린 기록 차이는 5초가 나지만, 30대 후반에서는 어느 구간에서나 1초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나이가 들수록 남녀 달리기 능력 차이는 많이 줄어든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애초에 가해자는 ‘자신보다 약해보이는 상대’를 골라 범죄를 계획하기 때문에 이런 계산도 무의미하지 않으냐는 반론을 내놓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픽션과 달리, 현실 속 범죄자들의 계획은 딱히 엄청나게 완벽하지도 않고, 스스로도 거기에 확신이 있지도 않다. 오히려 자신이 상황을 컨트롤하지 못하고 타인에게 범행이 노출될 것 같은 불안을 느끼기 시작하면 도주하려는 경향을 더 크게 보인다.

호신술을 배우고 달리기를 연습하는 이유는 그 가해자의 예상과 계획을 깨는 상황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여성이 2~3초 먼저 달리기 시작해도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많은 사람이 착각하도록 놔두는 게 어쩌면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김기태 A.S.A.P. 여성호신술 대표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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