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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골 휘어져도 ‘플렉스’…백화점 명품 ‘큰손’은 2030 [언박싱]
20·30대 명품 비중 50% 돌파
등골 휘어도 ‘내 가치 올라간다’ 인식 강해
티셔츠 한 장도 ‘통 크게 지른다’
서울 시내 한 백화점 명품 매장. [김빛나 기자]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최근 백화점들이 ‘젊은 고객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20·30세대가 전체 백화점 명품 매출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큰손’이 됐기 때문이다. 동경하는 아이돌이 명품을 입는 모습을 보며 자란 20·30대는 명품을 즐기는 게 일상이 되고 있다. 이들의 명품 소비는 가방, 지갑에 이어 최근에는 의류까지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20·30대 명품 비중 50% 돌파

8일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명품 매출 중 20·30대 구매 비중은 50.7%로, 처음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연령대별로 비교했을 때 20대는 10.9%, 30대는 39.8%를 기록했다. 2018년과 2019년에 20·30대 비중이 모두 49.3%였다.

반면 40대 이상 비중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0대 구매 비중은 25%였다. 2018년 25.6%였던 것과 비교했을 때 소폭 감소했다. 60대 이상도 2018년 7.8%였으나 지난해에는 7%로 감소했다.

롯데백화점도 20·30대 구매 비중이 최근 3년 동안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8년 38.1%, 2019년 41%였던 20·30대 구매 비중은 지난해 46%까지 올라섰다.

매출 증가율도 다른 세대에 비해 빨라지고 있다. 현대백화점이 지난해 명품 매출 증가율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20대 매출 증가율은 37.7%로 전 연령층 가운데 가장 높았다. 30대는 28.1%, 40대는 24.3% 증가했다. 2019년에도 20대는 28.8%의 매출 증가율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등골 휘어도 “내 가치 올라간다” 인식 강해

엑소 멤버 카이와 함께한 구찌 컬렉션. [구찌 홈페이지 캡처]

20·30대는 왜 명품에 꽂히는 걸까. 20·30대는 ‘나를 향한 관심이 곧 자산’인 시대에 살고 있다. 유튜브·틱톡과 같은 영상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자신을 드러내 관심을 많이 받는 사람은 유명인(Celebrity)이 된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가장 쉬운 방법은 소유한 물건이다. 희귀한 물건을 가진 사람은 SNS에서 더 관심을 받는다. ‘명품을 가져야 특별해진다’는 인식이 다른 세대보다 강한 이유다.

IT회사에 재직 중인 김효정(28·가명) 씨는 “요즘에는 브이로그(영상 블로그)를 보면서 명품에 혹한다”며 “가격은 부담스럽지만 명품을 사면 내가 멋진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10·20대 때부터 명품에 노출되면서 유행처럼 명품 구매를 하는 경향도 있다. 아이돌시장이 발전하면서 주요 명품 브랜드의 앰배서더(홍보대사)가 10대가 열광하는 아이돌로 바뀌었다. 인기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 4명이 각각 디올·샤넬·생로랑·셀린느 홍보대사로 발탁됐다. 최근 구찌는 엑소 멤버 카이와 함께한 제품들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품 입문 시기도 빨라졌다

명품 입문 시기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국내 중저가 브랜드나 컨템포러리 브랜드 제품을 이용하다 대학졸업 뒤나 취업 후 ‘첫 명품’을 샀다면, 최근에는 20대 초반부터 용돈이나 아르바이트비를 모아 구찌·생로랑과 같은 제품을 구매한다. 서울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이경은(25·가명) 씨는 “다들 어디서 돈이 생겨나 명품을 사는지 궁금할 지경”이라며 “처음에는 유행에 휩쓸려 명품을 구매했지만 한 달 생활비 이상 되는 돈을 쓰는 과정에서 자괴감을 느껴 이제는 사지 않는다”고 말했다.

티셔츠 한 장도 ‘통 크게 지른다’

가방, 지갑에 이어 고가 의류도 20·30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하트 모양에 영문 ‘A’를 더한 로고로 유명한 아미, 여우 캐릭터를 활용한 메종키츠네처럼 티셔츠 한 장 가격이 40만원이 넘는 브랜드가 20대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실제 롯데온이 지난 1월 명품 매출을 분석한 결과, 컨템포러리 브랜드 매출에서는 20·30대 매출 구성비가 70%가 넘었다. 롯데온 관계자는 “전체 매출에선 4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40.4%로 가장 높지만 컨템포러리 브랜드 매출에선 30대가 41.5%, 20대가 28.7%”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백화점은 ‘젊은 고객 모시기’에 한창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업계 처음으로 2030세대 전용 VIP 멤버십제도인 ‘클럽 YP’를 선보였다. 오는 8월에는 ‘더현대서울’과 판교점에 클럽 YP 회원 전용라운지를 열 계획이다.

롯데백화점은 기존의 VIP 회원용 라운지를 좀 더 젊은 층을 겨냥한 디자인으로 공간을 꾸미고,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에서는 오는 4월 1일까지 다채로운 컬러의 꽃을 사용한 ‘Fantasy Dream(판타지 드림)’ 전시를 연다. 현종혁 롯데백화점 고객경험부문장은 “젊은 세대들이 선호하는 감각적인 공간 MD 콘텐츠로서 예술을 손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는 전시 프로그램을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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