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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촛불’로 뭉쳤다 ‘공정’에 갈려…‘MZ의 도전’ 권력지형 바꿀까 [헤럴드 뷰-주류된 86…도전하는 MZ]
보수·진보보다 공정에 민감한 MZ세대
“반칙 용납못해…보수라도 잘하면 박수”
민주화운동 86, 젊은피서 여의도 주류로
“386, 586돼도 진보…공정은 선악 개념”
조국·인국공 사태에 대기업 성과급까지…
촛불이 상징했던 ‘공정’, 세대간 ‘동상이몽’
지난 2019년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 의혹에 대한 젊은 세대의 반발은 공정과 정의에 대한 86과 MZ세대간 인식 차이를 뚜렷하게 보여줬다. 조국 전 장관이 86세대와 민주화 운동을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라는 점에서 여러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사건이었다. 당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는 대학생들의 집회 모습. [연합]

“성과급 산정 기준을 공개해달라.”

‘88만원 세대’의 등장 이후 약 15년. 연초부터 불거진 대기업 성과급 논란은 우리사회의 세대별 가치관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낸 일로 평가받는다. 직장인의 성과급 불만은 어제오늘일이 아니지만, 이를 공론화하고 최고경영자(CEO)에게 해결책을 요구하는 것은 과거에는 ‘상상도 못할 일’로 치부됐다.

자연히 관심은 성과급 논란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 1980년대~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로 쏠린다. 현재 우리 사회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86세대(1980년대 학번·1960년대 출생)와도,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지기 시작한 97세대(1990년대 학번·1970년대 출생)와도 다른 세대다.

단순히 성과급 논란에 그치지 않는다. 이러한 ‘세대론’이 가장 많이 회자되는 분야 중 하나가 정치다. 지난해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도 처음으로 투표에 참여하는 Z세대의 존재감이 급부상했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18~24세 유권자의 65%가 조 바이든 대통령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를 축출하고 바이든 시대를 여는데 톡톡히 역할을 한 셈이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통계에 따르면, 당장 내년 치러지는 대선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10대(만18세 이상)와 20대 수만 820만여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갈등’이다. 최근 2~3년 사이 우리사회는 세대별 가치관 충돌에 여러 차례 맞닥뜨렸다.

민주화를 이끈 86세대는 ‘기득권 세력’으로, 86세대의 승리를 동경하고 성장 과정에서 IMF와 금융위기를 겪은 97세대는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탄탄한 지지층으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탈이념, 탈정당’으로 요약되는 MZ세대는 오히려 현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낸다.

앞서 언급한 대기업 성과급 논란 외에도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 입시 비리 의혹, 2020년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논란 등이 대표적이다. 단순히 진보와 보수, 여야 좌우의 진영 갈등으로 해석하기에는 ‘불공정’에 분노하는 젊은 세대들의 목소리가 높았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기본적으로 세대의 가치관은 세월이 흐른다고 해도 잘 변하지 않는 ‘세대 효과’가 있다. 운동권이던 386세대가 586이 돼도 진보적인 성향을 가지는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 정치권이 2016년 이후 진보 우위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갖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97세대의 경우 86세대로부터의 영향을 많이 받기도 했고, 김대중-노무현 등 진보정권 10년과 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지는 보수정권 10년을 같이 경험했다”며 “진보정권과 보수정권을 비교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다보니 강력한 진보성향을 띄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치열한 경쟁에 내몰려온 MZ세대가 계층간 이동 사다리가 무너져가는 상황에서 ‘공정’에 극도로 예민하고 절실하게 반응한다고 지적한다.

결국은 ‘공정’이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가 당시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고, 집권 말기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회자되는 것 역시 ‘공정’과 ‘정의’에 대한 우리사회의 갈망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다만, 사회 기득권층이 된 86세대의 ‘공정’과 MZ세대의 ‘공정’은 다르다. 86세대와 97세대의 공정이 ‘선악’ 개념에 가깝다면, MZ세대는 좀더 ‘공정’과 ‘정의’의 기본 개념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엄 소장은 “40~50대들, 특히 86 운동권 세대는 특히 ‘공정’과 ‘정의’에 대해 ‘나는 선이고 너는 악’식으로 이분법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들에게 보수는 적폐, 타협할 수 없는 세력이다. 도덕주의적이고 운동주의적인 성향인 반면, 지금의 20대나 젊은 세대는 탈이념, 탈진영이다보니 진보냐 보수냐보다는 ‘공정성’ 그 자체에 집중한다. 국민의힘이 잘하는 점에 대해서는 박수를 쳐줄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세대구조상 지금의 정치지형이 향후 20~30년 정도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며 “지금의 10~20대가 나중에 40~50대가 돼 우리사회의 주류를 형성하게 되면 소모적인 이념, 진영 논쟁에서 좀 더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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