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장시각] 도마 위에 오른 공공기관 ‘청렴 수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13명이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경기 광명·시흥 지역 토지를 조직적으로 사전에 매입했다는 의혹은 충격적이다. 배우자, 가족을 동원해 58억원 규모 대출까지 활용해 모두 100억원대나 되는 규모의 땅을 샀다. 누가 봐도 신도시로 지정할 것이란 내부 정보를 활용한 땅 투기로 볼 수밖에 없는 정황이다.

타이밍이 최악이다. 정부가 불과 한 달 전 LH, SH공사 등을 통해 서울 32만가구 등 전국에 83만가구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2·4 공급대책’을 발표한 직후여서다. 지난해 발표한 ‘8·4 공급대책’까지 더하면 ‘공공 주도’로 추진하는 공급물량만 200만가구가 넘는다.

이번 사건은 문재인 정부 말기 야심 차게 추진하는 공급계획 전체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는 게 안팎의 시각이다. 정부는 대규모 개발 사업을 ‘깨끗한’ 공공이 나서서 추진하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해왔다. 이권을 사유화하지 않고 투명하고 깨끗하게 할 수 있다는 게 공공이 주도하는 명분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터진 후 곳곳에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일부 직원의 일탈로 몰아가는 분위기다. 소위 ‘꼬리 자르기’를 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2일 산하기관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여전히 청렴하지 못한 일부 행동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불편한 진실”이라고 말했다. 간담회 후엔 기관장들과 ‘청렴 실천 협약식’을 열었다. 공기업에서 사건만 터지면 늘 해온 식상한 이벤트다.

공기업들의 부정부패 사건은 사실 오래된 병폐라는 지적이 많다. 당장 공무원을 감찰하는 감사원이나 국민권익위원회 등이 해마다 내놓는 각종 자료를 보면 LH나 SH공사 등에서 발생하는 직원 비리, 투기, 금품 수수, 불법 하도급 등 각종 사건은 구조적인 문제에 가깝다. 이번에 발생한 사건처럼 내부 정보를 활용해 투기를 일삼는 경우도 자주 일어나고, 내부 정보를 유출하거나 보상금을 중간에 가로채는 사건도 발생한다. 협력업체에 향응이나 금품을 제공받는 갑질 행위, 퇴직자 일감 몰아주기 등도 감사원 감찰보고서에 단골손님이다.

당장 LH와 SH공사에 대한 국민권익위원회의 ‘청렴도 측정 결과’는 모두 낙제점인 ‘4등급’이다. 국민권익위는 해마다 260여개 공기업을 상대로 내외부 전문가평가단을 통해 기관별 부패 문제 해결을 위한 계획 수립, 실행, 성과 등을 평가해 1~5등급으로 점수를 매긴다. LH는 최근 5년 동안 단 한 번도 4등급보다 높았던 적이 없다. SH공사는 2018년, 2019년 3등급이었다가 2020년 4등급으로 오히려 떨어졌다. 반부패 노력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추진하는지 만을 집중적으로 평가하는 ‘부패방지 시책 평가 결과’도 LH는 4등급이다.

자산 198조원, 부채 137조원 규모인 LH의 올해 예산은 26조7000억원이 넘는다. LH, SH공사 등 공공 주도의 대규모 주택 공급이 본격화하면 이들 공기업은 몸집이 더욱 커질 것이다. 웬만한 민간기업은 발 밑에 두고 무소불위 권력을 누릴 것이다. 시장은 과연 더 깨끗해질까. 현재로선 장담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이후 계속 ‘공공은 선이고 민간은 악’이란 인식을 드러냈다. 과연 정당한가 다시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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