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기고]국민과 함께하는 적극행정

‘뷰카(VUCA)’의 시대라고 한다. 변동성(Volatility)과 불확실성(Uncertainty)이 높아진 가운데 세상은 더 복잡(Complexity)해지고 모호(Ambiguity)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지금 경험하는 변화의 속도는 수십년 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빠르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해야 할 규정과 법령이 변화하는 속도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 법령 조문 하나를 개정하는 데도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 규정을 개정하더라도 바뀐 제도는 이미 과거의 것이 돼버려 유효성을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

세계경제포럼(WEF) 창시자인 클라우스 슈바프가 국민 요구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정부가 ‘민첩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와 공무원이 일하는 방식은 이제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속도감을 가져야 한다. 규정과 선례는 어제의 거울일 뿐, 내일을 비추는 이정표가 될 수 없다. 공무원들은 관행적으로 답습해온 선례에 따르는 행정에서 벗어나 국민 요구와 환경 변화에 따라 신속하고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적극행정’이다.

지난 2019년 8월 제정한 ‘적극행정 운영규정’은 최초로 적극행정을 명문화하고 제도화했다. 공무원들이 불명확한 법령 때문에 정책 추진을 주저하지 않도록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했고, 사후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도록 했다. 적어도 징계나 감사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공무원들이 적극행정에 나서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든든한 버팀목을 만든 것이다.

적극행정 가치와 유용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확인되고 있다. 신속한 재난지원금 지급, 비대면 음주측정 도입, 기업인 신속 출입국 지원, 농산물꾸러미 배포 등 방역·민생·경제 분야에서 국민에게 힘이 됐던 다양한 정책이 적극행정 덕분에 신속히 시행될 수 있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적극행정이 국민 참여 속에 함께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적극행정으로 도움을 받은 국민이 직접 해당 공무원과 정책을 인사혁신처에 추천한 사례는 총 698건이다. 국민이 추천한 우수한 정책 사례가 공직사회 내 전파돼 또 다른 적극행정을 창출하는 ‘선순환’이 시작된 것이다. 인사처가 실시한 국민인식 조사에 따르면, 적극행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비율이 2019년 말 63%에서 2020년 말 68%로 증가했다. 적극행정으로 인한 공직사회 변화를 국민이 실질적으로 체감하고 있다는 증거다.

인사처는 올해 ‘국민신청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공익적 목적 등을 위해 필요한 정책인데도 법령이 미비하거나 규정이 애매해 사업 추진이 어려울 때 국민이 직접 적극행정 절차를 통해 해결 방안 검토를 요청하는 제도다.

정책 의도가 좋더라도 국민이 느끼는 바는 다를 수 있다. 적극행정은 아무리 작은 국민 목소리라도 귀 기울여 듣고자 하는 노력이다. 정책이나 제도가 실제 현장과 괴리될 때 간극을 메우기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국민신청제는 적극행정 중심에 국민이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제도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은 국민이 국민신청제를 통해 적극행정의 도움을 받길 기대한다.

김우호 인사혁신처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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