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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코(ECO)한 하루’ 어디까지 가능하나 [언박싱]
‘하루종일 친환경 소비’ 실천해보니…
정체성 모호한 PLA 용기, 한계 있는 리필 스테이션 아쉬워
배달 쓰레기 확 줄이는 ‘용기내챌린지’
아침에 눈뜨자마자 패트병에 담긴 물을 마신다. 출근 전에는 카페에 들러 커피를 일회용 잔에 받는다. 일회용 빨대가 딸려온다. 일을 하기 위해 노트북 전원을 켠다. 눈부신 노트북 화면을 보니 눈이 건조한 것 같아 일회용 용기에 담긴 인공 눈물을 눈에 넣는다. 내가 지나가는 곳마다 쓰레기가 생기니, 쓰레기가 마치 내 발자국 같이 느껴진다.
그래서 도전해봤다. 하루종일 친환경 소비를 실천해보는 것이다.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밖에서 보내고, 배달 음식을 즐겨 먹는 평범한 1인 가구 직장인이 어떻게 ‘에코(ECO)한 하루’를 실천할 수 있을까.
오전 6시 : 다회용 가방 안에 거대한 비닐이?
불필요한 포장이 줄어든 새벽배송 포장. 다만 다회용 가방 안에 비닐로 추가 포장을 한 업체도 있었다 [사진=김빛나 기자]
불필요한 포장이 줄어든 새벽배송 포장. 다만 다회용 가방 안에 비닐로 추가 포장을 한 업체도 있었다 [사진=김빛나 기자]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주문하신 상품을 문 앞에 배송 완료하였습니다” 오전 6시. 새벽배송 상품이 도착했다는 문자가 왔다. 혼자 살면서 자연스레 새벽배송을 가구에게 비교를 위해 로켓프레시·SSG닷컴·마켓컬리 3곳에서 주문을 했다. 로켓프레시·SSG닷컴은 다회용 가방을 이용할 수 있었다. 마켓컬리는 다회용 가방은 없었으나 종이 테이프로 포장된 종이 박스가 왔다. 다회용 가방을 이용할 경우 종이 박스가 발생하지 않아 편리했다.

다만 SSG닷컴의 경우 다회용 가방 ‘알비백’ 안에 추가로 비닐 포장이 있었다. 양배추, 파 등 신선식품을 담은 비닐 포장과 구매한 물건을 전부 담는 비닐 2개가 물건과 함께 도착했다. 종이 상자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는 대신, 비닐 쓰레기가 생긴 것 같아 아쉬웠다.

오후 12시 : 친환경 용기 적용한 도시락 먹기
편의점에서 발견한 친환경 도시락. 생분해 플라스틱 소재(PLA) 용기에 담긴 CU 채식주의 도시락과 마카롱을 골랐다(왼쪽). 도시락의 생분해 플라스틱 소재(PLA) 용기(오른쪽) [사진=김빛나 기자]

오후 12시, 전날 집 근처 편의점을 돌며 구매한 ‘친환경 도시락’을 꺼냈다. 바로 최근 편의점에서 시도하고 있는 생분해 플라스틱 소재(PLA) 용기를 사용한 도시락이다. 근처 편의점에서는 찾을 수 없어 1㎞ 반경에 있는 편의점들을 돌아다녔다. 얼핏 봐서는 일반 도시락과 PLA 용기를 사용한 도시락을 구분하기 어려워 편의점 안을 한참을 서성이기도 했다. 다행히 3번째 편의점에서 PLA 용기를 사용한 채식 도시락과 마카롱을 발견해 구매했다. 무라벨 생수도 구매하고 싶었으나 찾지 못했다.

도시락을 다 먹고 PLA 용기를 버리려다 혼란에 빠졌다. PLA 용기는 현재 ‘일반쓰레기’로 분류돼, 환경부에서 종량제봉투에 버릴 것을 권고하고 있다. 재활용 쓰레기가 아니라는 뜻이다. 분리배출하면 처리 시설에서 일반 플라스틱과 섞여 오히려 재활용을 방해할 수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지난해 시민단체 녹색연합은 성명을 내고 “PLA 용기를 재활용으로 분리배출 할 경우 재활용품목으로 구분되지 못하기 때문에 선별장에서 애물단지가 되는 실정이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기업이 몇 배의 돈을 더 들여 친환경 용기를 제작해도, 뒷받침하는 정책이 부족해 일반 플라스틱과 차별화가 안 되는 것이다.

오후 3시 : 세제통 들고 백화점 가려다 다시 귀가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내 위치한 리필스테이션에서 기자가 섬유유연제를 구매하고 있다. [사진=김빛나 기자]

점심을 먹고는 세제통을 가지러 집으로 향했다.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백화점 최초로 생긴 ‘리필 스테이션’을 방문하기 위해서다. 뉴질랜드 친환경 세제 브랜드인 ‘에코 스토어’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소식에 전날 세제통을 씻었다.

하지만 백화점을 가던 중 기자는 다시 발길을 돌렸다. 이용자 후기를 읽던 중 500원을 내고 전용 용기를 구매해야만 이용이 가능하다는 한 블로그 글을 보고 말았기 때문이다. 눈물을 머금고 집으로 돌아가 세제통을 두고, 다시 백화점으로 이동했다. 우여곡절 끝에 방문한 신세계백화점 본점 ‘에코스토어 리필 스테이션’에서는 직원의 도움을 받아 제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 큰 통에 담긴 세제를 전용 리필 용기에 직접 담아보기도 했다.

오후 7시 : 반찬, 국 포기했지만…플라스틱 용기 8개→0개
일회용기로 포장한 김치찜(왼쪽)과 다회용 용기로 포장한 김치찜(오른쪽). 음식점 후기 사진을 보며 필요한 다회용기 수를 계산했으나, 막상 음식점에 가니 턱없이 부족했다. [사진=김빛나 기자]

저녁 7시, 집에 도착하면 습관처럼 배달앱을 열었지만 오늘은 달랐다. 다회용기에 포장음식을 받는 ‘용기해챌린지’ 운동을 위해 집에 있는 다회용기를 ‘탈탈’ 털었다. 가방에 다회용기를 넣고 집 근처 한식집으로 향했다. 오늘의 메뉴는 김치찜. 배달앱에서 음식점 후기 사진을 보며 필요한 다회용기 수를 계산했으나, 막상 음식점에 가니 용기가 턱없이 부족했다. 김치찜, 계란말이, 밥을 담는 통 외에도 반찬 4개와 국을 담는 통이 필요했다. 어쩔 수 없이 반찬과 국을 포기한다고 하자 직원이 “몇 개는 계란말이 통에 담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콩나물무침과 햄볶음을 계란말이 통에 담았다. 이렇게 다회용기를 사용하니 플라스틱 용기 8개를 아낄 수 있었다.

식당 주인에게 “다회용 용기를 가져온 사람이 있었냐”고 묻자, 그는 “처음이다”며 “음식을 한번에 많이 시켜 나눠드시는 경우는 봤지만, 직접 용기를 가져오는 건 불편하다보니 안 한다”고 말했다.

비록 번거로운 면이 있지만 환경을 위해 이 정도의 불편은 감수할 만했다. 가장 보람이 컸던 친환경 소비는 ‘용기해챌린지’였다. 다회용 용기에 음식을 포장하니 쓰레기도 줄고, 음식 보관도 쉬웠다. 익숙해지면 더 잘 해낼 것 같은 자신감도 생겼다. 잠들기 전, 내일을 위해 낡은 텀블러와 예전에 사은품으로 받은 에코백을 가방에 넣었다.

친환경 소비를 위해 집에 있던 텀블러와 소형 에코백을 꺼냈다 [사진=김빛나 기자]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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